The 6ths – Hyacinths and Thistles – Merge, 2000 목소리의 향연, 즐거운 노래 한 사람만이 보컬을 맡는 보통의 경우, 다양한 목소리의 색깔을 내는 것은 아무래도 한정적일 것이다. 그런 점을 극복하려 했던 것일까. 식쓰스(The 6ths)는 많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로 유명한 스테핀 메릿(Stephin Merritt)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그는 1999년 마그네틱 필즈(Magnetic Fields)에서 69곡(!)의 러브 송을 담아내 격찬을 받기도 했다. 이 음반에서 그는 자신의 중후하고 낮은 목소리를 담아내는 이외에 게스트 보컬을 대폭 기용했다(69곡 중 24곡). 그러나 식쓰스에서는 스테핀 메릿의 목소리가 거의 사라졌다. 물론 곡은 그가 만든다. 1996년작 [Wasp’s Nest]에서는 한 곡을 자신이 불렀지만, 본작 [Hyacinths and Thistles]에서는 모든 곡이 게스트 보컬에 의해 불려진다. (짖궂게도, 밴드명에도, 앨범명에도 발음하기 힘든 혀가 꼬일 듯한 이름을 붙였다.) 때문에 한 사람이 만든 곡의 자기장 안에서 여러 목소리의 스펙트럼이 투과되고 있다. 어린 듯 천진한 목소리(Cibo Matto 멤버 Miho Hotori의 “Lindy-Lou”), 속삭이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Just Like a Movie Star”에서의 Dominique A, “Give Me Back My Dreams”에서의 Mekons 멤버 Sally Timms, “Kissing Things”에서의 St. Etienne 멤버 Sarah Cracknell)도 들려온다. 목소리의 ‘결’을 강조하기 위해서일까. 한 곡에 쓰이는 악기는 한두 악기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곡 길이도 그렇게 길지 않다(가사는 [69 Love Songs]의 연속선상에 있는 듯). 우는 듯한 목소리를 소유한 멜라니(“I’ve Got New York”)는 약간은 깨지는 듯한 장난감 피아노 소리에 의존하고 있고, 디바인 코미디(Divine Comedy)의 닐 핸넌(“The Dead Only Quickly”)과 허스커 두(Husker Du)의 밥 몰드(“He Didn’t”)는 중후한 바리톤의 목소리를 피아노 소리에 싣고 있다. 아코디언 반주의 왈츠 곡 “Waltzing Me All the Way”에서는 오데타(Odetta)의 고전적인 목소리가 유머러스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처럼 한두 악기에 의존해 보컬을 강조하는 이 음반의 색깔은 포크적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여러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는 그의 관심은 여전히 살아있다. 모머스(Momus)가 참여한 오프닝 트랙 “As You Turn to Go”에서 천상의 사운드는 지터(zither), 카우벨 등 에스닉한 악기를 사용한 탓이다. 뉴웨이브 신스팝적 느낌의 로보틱한 일렉트로닉 팝 넘버 “The Sailor in Love with the Sea”, 호놀룰루 바닷가 소리를 배경으로 열대 지역의 이국적 느낌이 풍겨나는 “Volcana!” 같은 곡에서도 이 점은 감지된다. 긴 러닝 타임의 마지막 곡은 한 술 더 뜬다. 노래구조는 한 3분 가량인 반면, 그 뒤에는 몽환적이고 고요한 간단한 루프만이 25분 가량 지속된다. 그렇지만 이 같은 실험에도 이제 새롭다는 느낌은 없는 것 같다. 전작에서 이미 그의 의도를 다 보여주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지나친 다작 때문일까. 언제나 그랬듯이 이 음반을 즐기는 사람은 그의 음반을 접해왔던 사람일 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선뜻 이 음반을 집기가 어려울 테니까. 20001029 | 최지선 fust@nownuri.net 5/10 수록곡 1. As You Turn to Go 2. Give Me Back My Dreams 3. He Didn’t 4. I’ve Got New York 5. Just Like a Movie Star 6. Kissing Things 7. Lindy-Lou 8. Night Falls Like a Grand Magic 9. Dead Only Quickly 10. The Sailor in Love with the Sea 11. Volcana! 12. Waltzing Me All the Way Home 13. You You You You You 14. Oahu 관련 글 Magnetic Fields [69 Love Songs Vol.1] 리뷰 – vol.2/no.2 [20000116] 관련 사이트 http://www.mrg2000.com/merge/ 머지 레코드사 홈페이지 http://www.houseoftomorrow.com//6ths.html the 6ths, The Magnetic Fields, Gothic Archies, Future Bible Heroes http://stephinsongs.wiw.org/ 스테핀 메릿의 가사와 기타 탭 악보 등 그의 음악이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