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104015906-dovesDoves – Lost Souls – Astralwerks, 2000

 

 

간판이 모호한 스타일 만물상

도브스의 첫 정규 앨범인 [Lost Souls]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를 포기한 채 글을 쓰고 있다는 고백부터 해야겠다. 물론 가능한 시도들을 해 보았다. 캐리어 진행중인 밴드에게 이젠 멍에(?)처럼 여겨질지도 모를 맨체스터라는 출신 성분을 고려해 보고, 팻보이 슬림(Fatboy Slim),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 에어(Air),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포텍(Photek) 등으로 유명한 아스트랄베르크스(Astralwerks)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다는 연관성을 대입하는 등의 시도 말이다. 올해 머큐리상을 수상한 배들리 드론 보이(Badly Drawn Boy)가 오래 전부터 베이스와 드럼 파트에 참여해 왔다는 정보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전술한 모든 사실들이 일부를 설명해 줄지는 몰라도 전체를 제시해주진 못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왜냐하면 이 앨범 한 장으로 10년 안팎에 걸친 영국 팝/록의 스타일들을 헐겁게나마 다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곡(組曲)으로 포문을 여는 첫 트랙 “Firesuite”를 들으면 이들이 에어처럼 복고적 팝 사운드를 침잠하는 앰비언트로 풀어내는 테크노 밴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굴절있는 키보드와 사이키델릭한 전자 기타 위로 북부 영국의 억양이 뚜렷한 두 번째 트랙 “Here It Comes”에서 느껴지는 건 ‘매드체스터의 혈맥’이다. 따라서 에어와의 연관성은 지극히 국한적인 것이 된다. 전자적으로 합성된 보컬이 노이즈 없는 일렉트로닉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청명하게 어우러지다 이윽고 샘플링 노이즈의 합세로 근사하게 지저분해지는 “Break Me Gently”에서는 스페이스 팝적 공간감이 감지되는데, 이는 “Sea Song”, “Rise”, “Lost Souls”로 옮겨가면서 슈게이징 사운드의 채널로까지 확장된다. 매드체스터만도 아닌 것이다. 맨선(Mansun)을 연상케 하는 “Melody Calls”에 이르러 다시 땅에 발을 디딘(earthy?) 사운드는 탬버린과 발랄하게 아롱지는 기타 사운드가 비음 섞인 보컬과 중첩되어 캐치(catchy)하게 발랄한 “Catch The Sun”로 이어지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브릿팝의 좋았던 시절(?)을 새삼 그리워하게 만든다. 브릿팝에 대한 향수가 “The Man Who Told Everything”에서 고조되면 첫 조곡(suite)와 수미쌍관을 이루는 앰비언트 테크노의 ‘재현’인 “Reprise”로 가라앉고 로파이 포크(lofi-folk)인 “A House”로 오버래핑되면서 끝을 맺는다.

새로 나온 후기 브릿팝 컴필레이션 음반을 듣는 착각까지 들게 하는 이 앨범에 대한 최종적 평가를 듣는 이의 취향이라는 포착하기 어려운 기준에서 내버려둘까? 신예 밴드의 과부하 걸린 야심인지 매너리즘포비아에서 온 성실함인지에 대한 강박적 의문을 제쳐둔다면 도브스의 데뷔 앨범은 반복해 듣게 만드는 중독적 사운드가 충분한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이들의 넘쳐나는 다양한 스타일들이 ‘실험적’이기보다는 ‘복고의 전당’에 오른 지 오래된 전례들의 ‘소박한 재현(reprise)’처럼 들린다는 점에서 섣부른 성찬을 유보하고 싶다. 하나로 갈무리되지 않는 이들의 첫 음악적 시도 혹은 재현이 ‘고고학적 향수’라는 정서로 환원되는 것은 반가움과 기우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아직 도브스의 사운드 프리즘에서만 나올 수 있는 선율의 색채가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통해 그들의 향후 행보를 새로운 위시리스트(wish list)에 등록시켰다면 근간에 이어질 음악적 카운터 펀치를 ‘소박하게’ 기다려 보자.

추신. 미국반 [Lost Souls]에는 세 곡의 보너스 트랙이 더 있다. 20001027 | 최세희 nutshelter@hotmail.com

7/10

수록곡
1. Firesuite
2. Here It Comes
3. Break Me Gently
4. Sea Song
5. Rise
6. Lost Souls
7. Melody Calls
8. Catch The Sun
9. The Man Who Told Everything
10. The Cedar Room
11. Reprise
12. A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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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ly Drawn Boy [The Hour of Bewilderbeast] 리뷰 – vol.2/no.20 [20001016]

관련 사이트
도브스의 소속 레이블인 아스트랄베르크스 홈페이지
http://www.astralwer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