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ve – Urban Hymns – Hut, 1997 슬픈 브릿팝의 종말 20세기 전반 미국의 주류 대중 음악을 대표했던 틴 팬 앨리(Tin Pan Alley)는 당시 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 백인들을 위한 음악이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음악은 1960년대 말 뉴욕이라는 도시의 소리였다. 이제 세기말에 이르러 우리는 도시인을 위한 또 하나의 음악을 갖게 되었다. 버브(The Verve)의 [Urban Hymns]가 바로 그것이다. 아마 도시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군중 속의 외로움’일 것이다. 버브도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실은 버브 역시 브릿팝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외로운 존재였다. 1993년 데뷔 앨범 [A Storm In Heaven]과 [A Northern Soul](1995)은 장중하고 기백이 넘치는 사운드를 담고 있었지만(사이키델릭+스페이스록+로큰롤), 오아시스, 블러, 스웨이드로 대표되는 브릿팝의 낙관적인 소리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은 끝까지 버브를 기다려주었다. 1997년 가을 [Urban Hymns]는 버브를 일약 영국 최고의 밴드 자리에 올려놓았고, 그 영광은 이듬해 ‘브릿 어워드’에서의 수상으로 이어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The Drugs Don’t Work” 등 세 곡이 국내에서 금지곡이란 판정을 받아 라이센스로 소개되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1997년 라디오헤드와 버브의 성공으로 영국은 브릿팝의 낙관주의에서 멜랑꼴리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화려한 과거에 도취되어 집어들었던 축제의 잔을 내려놓고 이제 하나둘 미래로 혹은 현재로 수줍게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버브의 이 앨범은 브릿팝의 마지막을 고하는 앨범이었다. 너무도 유명한 “Bitter Sweet Symphony”의 거침없는 위용과 “The Drugs Don’t Work”의 애절한 서정성은 그래서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체로 앨범은 빠르지 않은 템포에 스케일이 큰 곡의 구성을 취하고 있으며, 섬세한 현악 편곡과 귀를 은은히 자극하는 훅(hook)이 전편에 흐른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곡조들 사이로 가끔씩 버브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닉 맥케이브(Nick McCabe)의 울림이 많은 기타 소리가 사이키델릭한 무드를 채색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앨범의 색깔을 지배하는 것은 슬픔을 머금은 리차드 애시크로프트(Richard Ashcroft)의 목소리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와 슬라이드 기타로 시작하는 열두 번째 트랙 “Velvet Morning”에서 약간 변조를 가한 그의 목소리가 쓸쓸히 흘러나올 때면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게 된다. 과거는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아름다움은 처연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버브는 자신의 이력의 정점에서 기꺼이 화석이 되어버렸다(1999년 4월, 버브는 리차드와 닉의 갈등을 이유로 공식적인 해체를 선언한다). 그리고 남은 우리는 이 앨범이 76분에 달한다는 점을 애써 위안으로 삼는다. 그런데, 앨범 재킷에서 멤버들은 대체 어디를 돌아보고 있었던 걸까. 20001022 | 장호연 ravel52@nownuri.net 8/10 수록곡 1. Bitter Sweet Symphony 2. Sonnet 3. The Rolling People 4. The Drugs Don’t Work 5. Catching The Butterfly 6. Neon Wilderness 7. Space And Time 8. Weeping Willow 9. Lucky Man 10. One Day 11. This Time 12. Velvet Morning 13. Come On 관련 글 Richard Ashcroft [Alone With Everybody] 리뷰 – vol.2/no.15 [2000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