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ork – Homogenic – Universal, 1997 브욕의 낯선 전자음으로의 초대 1998년 초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와 그래미상의 Alternative Music 부문을 놓고 경쟁했던(하지만 수상은 못했다) 이 앨범은 브욕(Bjork)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이다. 팬 층이 두텁지는 않지만 일부 소수의 팬들에게 “여신”이라고 불리며 컬트적인 숭배를 받는 브욕은 이 음반부터 서서히 국내 팬들에게도 그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는 당시 프로디지(The Prodigy)와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가 일으킨 테크노 열병과, 브욕의 솔로 앨범 중 [Homogenic]이 가장 테크노다운 미학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지난 앨범 [Post]가 형체가 잡히지 않는 기체 같은 느낌을 준다면, 이 앨범은 화학 반응 후에 새로이 생성된 금속처럼 손으로 만지면 차가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첫 곡 “Hunter”는 사정없이 빠른 드럼에다 전장으로 향하는 병사를 위한 행진곡 풍의 리듬, 우아한 현악 연주, 그리고 느린 브욕의 노래가 이상하게도 잘 조합된 곡이다. 이후의 다른 곡들 역시 다른 음반에서는 듣기 힘든 낯선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Joga”를 비롯한 많은 곡에서도 현악 연주가 계속 등장하는데, 자칫 촌스럽고 산만해지기 쉬운 현악 편곡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적재적소에 등장하고, 기계 소음 같은 타악기의 전자음과도 잘 배치된다. “난 소녀의 모습을 한 피를 뿜는 분수대야. 넌 빙빙 돌며 날아 사람들을 최면에 빠지게 하는 새이고…”하면서 시작하는 “Bachelorette”는 [Debut]의 “Play Dead(죽은 척하기)”와 음악적으로 연결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어서, 브욕의 노래들은 모든 음반을 같이 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마치 동요처럼 “나에게 결여된 요소를 그에게서 찾으려 생각하는 난 어쩜 이렇게 철부지 같죠?”라는 한 문장이 노래 끝까지 계속 반복되는 “Immature”는 매우 재미있는 노래이고, “Pluto”는 빠른 비트 속에서 귀에 거슬리는 전자음향들이 난무하는 록적인 느낌이 가장 강한 곡이다. 음반의 마지막은 일렉트로니카로 편곡된 성가곡을 듣는 듯한 “All Is Full of Love”이다. 앨범에는 신나는 곡도 있고, 슬픈 곡도 있고, 나즈막히 속삭이기도 하고, 소리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색조가 통일되어 있다. 귀에 거슬리는 곡은 없지만 그냥 편하게 듣기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음반에 대한 감상을 음악만으로 그친다면 손해이다. 스파이크 존스나 마이클 곤드리 같은 최고의 뮤직 비디오 감독을 기용해 멋진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왔던 브욕은 이 음반에서 한층 뛰어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Hunter”를 비롯하여 다섯 곡이 뮤직 비디오로 만들어졌고, 크리스 커닝엄(Aphex Twins의 “Come to Daddy”를 만든 사람)이 감독한 “All Is Full of Love”는 2000년 MTV 뮤직 비디오 시상식에서 두 개의 부문의 상을 받았다. 보통 이 음반은 일렉트로니카로 분류되지만, 브욕이 좀더 인지도만 있다면 “이 음반은 브욕의 음반이야”라는 말이야말로 이 음반의 독특한 음악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브욕의 고향인 아이슬랜드에 침엽수림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있다면 이 음반을 들을 때의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20001028 | 이정남 Rock4Free@Lycos.co.kr 8/10 수록곡 1. Hunter 2. Joga 3. Unravel 4. Bachelorette 5. All Neon Like 6. 5 Years 7. Immature 8. Alarm Call 9. Pluto 10. All Is Full of Love 관련 글 Bjork [Selmasongs] 리뷰 – vol.2/no.20 [20001016] 관련 사이트 브욕의 홈페이지 http://www.bjor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