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sun – Attack Of The Grey Lantern – Parlophone, 1997 포스트브릿팝은 내가 지킨다 “음악산업 관계자들은 우리가 영국의 R.E.M.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우리가 그들보다 더 크게 되지 않는다면 때려치울 것이다.” 신출내기치고는 호기 있는 발언이다. ‘R.E.M.’이 ‘인디 록의 제왕’의 상징이라면 말이다. 어쨌든 이런 ‘시건방진’ 발언의 주인공은 맨체스터 남부에서 15마일 떨어진 체스터(Chester) 출신의 촌뜨기인 폴 드레이퍼(Paul Draper)이고 맨선은 그의 밴드 이름이다. 맨선의 정규 데뷔 앨범은 ‘브릿 팝 이후(post-BritPop)’라는 화두에 의해 평가받은 음반이다. 포스트라는 접두어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고 이 정도의 의미다. “오아시스는 제쳐놓고, 드럼&베이스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찾는 일도 잊어버리고,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의 치마를 쳐다보는 것도 그만 둬라. 대신 이 앨범을 구매하라.” 이는 물론 판매 홍보용 문구지만 당시 영국 팝 음악의 단면을 보여준다. 천하를 평정한 오아시스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테크노/일렉트로니카 음악도 이미 주류에 진입한 지 오래고, 춤추는 미녀를 관음하는 것도 질린 상태 말이다. 드레이퍼의 비음 섞인 강렬한 보컬과 전체적으로 두터운 음색 때문에 맨선은 몇 년 선배인 오아시스나 스웨이드(Suede)를 연상시킨다. 싱글 차트를 장식했던 “Wide Open Space”나 “She Makes My Noise Bleed” 같은 곡은 무척 ‘잘 만들고 잘 연주한’ 곡이다. 낙후된 리듬 패턴을 단조롭게 반복하던 대부분의 선배들과 달리, 둥둥거리면서 넘실대는 베이스 라인도 재밌고, 스트링, 교회종, 사이렌, 어쿠스틱 기타 등을 적절히 삽입한 재능도 빛난다. ‘레논-매카트니주의(?)’의 전통인 가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가사도 앨범 커버의 자주색 장미 침대 그림과 더불어 ‘퇴폐적’, ‘탐미적’, ‘고혹적’ 등의 표현을 생각나게 한다. 영국인들은 이미 발표된 싱글을 제외한다면 이 앨범에서 새로이 들을 게 별로 없다고 불평할지 모르겠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던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크게 불평할 것 없다. 그렇다면 총평으로 돌아가 보자. 영국의 R.E.M.? 그러기엔 이미 멤버 교체가 너무 잦았고, 매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어 버렸고, 무엇보다도 ‘1인 독재’가 심하다. 그렇게 까놓고 솔직한 게 ’90년대적’이고 ‘영국적’인 것이지만. 20001028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수록곡 1. Chad Who Loved Me 2. Mansun’s Only Love Song 3. Taxloss 4. You, Who Do You Hate? 5. Wide Open Spaces 6. Stripper Vicar 7. Disgusting 8. She Makes My Nose Bleed 9. Naked Twister 10. Egg Shaped Fred 11. Dark Mavis 관련 글 Mansun [Little Kix] 리뷰 – vol.2/no.18 [20000916] 관련 사이트 맨선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mansun.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