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 선 – Porno Virus – DMR, 1998 한국 인디 씬의 그로테스크랜드 1990년대 중후반 인디 씬의 대두와 함께 등장한 레이니 선은 부산 출신의 록 밴드이다. 1994년 결성된 이들은 보컬의 정차식(1974년 생), 기타의 김태진(1976년 생), 드럼의 김대현(1978년 생)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이들은 1997년 ‘록큰롤 코리아’ 공연과 너바나 트리뷰트 앨범 [Smells Like Nirvana]에 참여하면서 서서히 인지도를 높여갔고, 같은 시기 서울을 중심으로 클럽 씬이 형성되자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활동을 벌였다. 1998년 1집 [Porno Virus], 2000년 2집 [유감]을 발표했고, [Open The Door], [인디 파워 1999] 등의 컴필레이션, 영화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가위]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했다. [Porno Virus]는 ‘귀곡 메탈’이란 별칭을 레이니 선에게 부여한 이들의 데뷔 음반이다. 인디 음반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던 1998년에 발매된 이 음반은 자학적이고 도착적인 사운드로 독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여기 담긴 음악은 전체적으로 1990년대 얼터너티브 메탈(이른바 하드코어)의 경향을 띠는데, 콘(Korn),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툴(Tool),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등을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았다. 이는 레이니 선 음악의 이미지의 중추를 이루는 정차식의 엽기적인 보컬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그는 나른한 읊조림부터 섬뜩한 절규, 광기 어린 헐떡거림까지 다양한 음색을 들려준다. 이 음반에서 들을 수 있는 불길한 분위기와 무겁게 뒤틀린 기타 사운드, 여러 음악 스타일의 하이브리드, 강약과 완급을 오가는 구성 등은 1990년대 얼터너티브(메탈)의 영향을 보여준다. 예컨대 “Pig Cross”와 “Penitenziazite”에서는 콘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고, “Subtraction”은 앨리스 인 체인스의 환영을 보는 듯하다. “Trade Fuckerness” 같은 트랙이 친(親) (쓰래쉬)메탈 성향을 보여준다면, “Ovum”은 이들 음악의 또 다른 성향인 사이키델릭한 성분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성향들은 단선적이지 않게 혼합되면서 레이니 선의 음악을 관습적인 얼터너티브 메탈/하드코어 음악과 차별적인 것으로 이끈다. 이 음반에 담긴 메시지는 매우 자학적이고 자기 분열적이다. 전곡이 영어 가사와 타이틀로 구성되었는데, 성전환, 성욕, 자학, 분열적 자아, 자살/살인의 욕망 등 가사의 여러 모티브를 관통하는 것은 대부분 자기 혐오와 비관의 정서이다. ‘fuck’ ‘kill’ ‘hate’ ‘want’ ‘nothing’ 등의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반면, 그로 인해 생기는 이미지는 명징한 것이라기보다는 모호하고 이중적이고 뒤틀린 경우가 많다. 그로테스크한 몽환성, 엽기적인 어두움을 잘 보여주는 [Porno Virus]는 일종의 ‘인간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이 음반은 얼터너티브 메탈과 사이키델리아를 능숙하게 교배한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고, 동시에 1990년대 한국 인디 씬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20001029 | 이용우 djpink@hanmail.net 7/10 수록곡 1. Ovum 2. Subtraction 3. Pig Cross 4. Confession 5. North 6. Trade Fuckerness 7. Ocean 8. Porno Virus 9. Penitenziazite 10. Underground Season 11. Putrescent Shine 관련 글 레이니 선 [유감] 리뷰 – vol.2/no.18 [20000916] 관련 사이트 레이니 선 공식 홈페이지 http://rain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