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105061905-bay1123Various Turntablists – Return Of The DJ Vol 1, 2, 3 – Bomb Hip Hop, 1996, 1997, 1999
20여년 이상 유지되어온 MC 중심의 힙합의 역사는 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이제 DJ 스스로가 MC의 존재여부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은 샌프란시스코의 Bomb Hip Hop 레이블과 David Paul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Return Of The DJ]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3장의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있다.

1996년, [Return Of The DJ] 1집이 세상에 나올 때만 해도, 일반 힙합 팬들은 앱스트랙트 힙합이니 턴테이블리즘이니 하는 MC가 빠진 힙합 음악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영민한 기획자, David Paul은 베이 에리어에 널려있는 뛰어난 테크닉의 디제이들을 규합하여 MC 없이 만들어진 힙합들로 채워진 앨범을 세상에 내놓게 되는데, 이는 독자적 세력으로서의 새로운 세대 디제이들과 ‘턴테이블리즘’이라는 용어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Invisibl Skratch Piklz, Rob Swift, Z-Trip, Jeep Beat Collective, Peanut Butter Wolf, DJ Babu, Beat Junkies, Cut Chemist 등, 지금은 턴테이블리즘 씬의 기둥들로 성장한 디제이/프로듀서들의 이름이 한꺼번에 등록된 이 앨범에서,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디제이 중심의 힙합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다. 기존의 힙합 음악과 달리, 보다 중층적이고 추상적인 사운드스케이프, 변화무쌍한 비트와 절묘한 스크래칭이 결합된 이들의 랩없는 힙합은 한마디로 ‘혁신’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1집이 대대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듬해인 97년, 2집이 발매되면서 두 앨범이 함께 팩키지로 각종 음악잡지에 소개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1집의 라인업이 주로 캘리포니아 출신 디제이들로 채워져 있는데 반해, 2집은 미국 전역과 유럽의 소문난 디제이들을 규합하여 만들어졌다. 미국 중, 동부와 영국, 프랑스, 캐나다, 노르웨이, 핀란드에서 날아온,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손가락 재주를 지닌 디제이들이 모여 만든 16개의 트랙은, 뒤늦게 함께 소개된 1집과 함께, 드디어 힙합 팬과 평자들로부터 새로운 혁신적 음악으로 열광적 지지를 얻게 된다. 2집에서는 캐나다의 천재 디제이, Kid Koala가 처음으로 소개되었고, 뉴욕의 괴물, X-Men(이 앨범 이후 이름이 알려지면서 저작권 문제로 나중에 X-ecutioners로 개명)도 베일을 벗었다. 실험적 턴테이블리즘 힙합은 이렇게 두 장의 [Return Of The DJ] 앨범의 결정적 수훈으로 하나의 음악적 하위장르로 자리잡게 된다.

이미 턴테이블리즘 씬이 자리를 잡은 현재, Bomb Hip Hop은 턴테이블리즘과 베이 에리어 힙합 씬의 핵심적인 레이블로서 입지를 굳힌 상태이다. [Revenge Of The B-Boy] 컴필레이션 앨범과 영국 듀오 Krispy의 멋진 힙합 앨범, [From The Country] 등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명성을 굳혀가고 있을 즈음, Bomb Hip Hop은 열광적인 힙하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거의 2년여만에 [Return Of The DJ] 3집을 작년 말에 내놓았다.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고 해도, 이 앨범의 음악들은 여전히 즐거움을 준다. 1, 2집에 이어 또 다시 참여한 Z-Trip의 음악적 진화도 들을 만하고, DJ Faust, Shortee, DJ Design 등 요즘 잘 나가는 디제이들의 음악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앨범의 백미는 7명의 디제이, Innernational의 탁월한 음악적 감수성과 턴테이블 테크닉이 드러나는 10여분 짜리 대곡, “Deedz In Da Mix”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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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05061905-bay14Invisibl Skratch Piklz – The Shiggar Fraggar Show, Vol. 1 – Hip Hop Slam, 1998
배이에리어가 턴테이블리즘의 중심에 자리잡게 되는 과정에서, Bomb Hip Hop의 [Return Of The DJ] 시리즈 못지 않은 역할을 한 디제이/프로듀서 팀이 있는데, 바로 과도한(?) 테크닉의 절정고수, 턴테이블리스트 귀재들의 모임, Invisibl Skratch Piklz이다. 이들의 라인업은 5년여 동안 수시로 변해왔지만, DJ QBert, Mix Master Mike, Shortkut이 늘 주축을 이루어왔다(이들은 각자 솔로 턴테이블리스트로서도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확보한 상태이다). 그들이 앨범 활동을 하기 전에 스크래치 디제이로 베이 에리어의 클럽 무대를 누비던 시절, 지나치게 출중한 기량이 다른 턴테이블 디제이들의 기를 죽이고 앞날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국제 DJ 연합(DMC)이 그들의 ‘스크래치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금지시켰던 것은 그들의 놀라운 기량을 증명하는 유명한 일화이다(당시 그들은 이미 그 대회 3년 연속 우승을 한 상태였다).

[The Shiggar Fraggar Show] 앨범 시리즈는 현재 5장의 앨범이 나와있는 상태이고 사실 2년 전에 나온 이 1집은 이 중 베스트 앨범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거칠고 미흡한 점들이 있다. 하지만, 베이 에리어 라디오 쇼에서의 연주를 포함한 이 라이브 앨범은 하나의 집단으로서의 그들의 테크닉을 세상에 알렸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Planet Cow & the Soulsonic Rodeo”를 2년 전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충격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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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05061905-bay15DJ QBert – Wave Twisters – Galactic Butt Hair, 1998
1998년, Invisibl Skratch Piklz의 두 기둥이자 세계 최고의 턴테이블리스트로 꼽히는, DJ QBert와 Mix Master Mike는 각자 솔로 정규 앨범을 내놓았는데, 이 두 장의 앨범은 모두, 이후의 턴테이블리즘의 국제적 확산과 정착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The Shiggar Fraggar Show] 앨범이 일종의 ‘테크닉 시범’이라면, 이 앨범은 진정한 의미에서 턴테이블리즘이 하나의 음악적 장르로 정착하기 위한 초석이 된 음반이며, QBert 또한 이 앨범을 통해 (더 이상 턴테이블 테크니션이 아닌) 진정한 뮤지션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는 45분 정도의 상대적으로 압축된 시간 내에 다양하고 재치있는 효과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재미있고 풍자적인 메타포(스크래치에 빗댄 문명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우화!)를 바탕으로 일관된 주제의, 하지만 동시에 변화무쌍한 17개의 트랙들을 엮어냄으로써, 사실 지루해지기 쉬운 장황한 턴테이블, 혹은 앱스트랙트 힙합을, 결코 지겹지 않은 깔끔한 컨셉트 앨범으로 재창조해 내었다. 20000903 | 양재영 coct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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