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Knopfler – Sailing to Philadelphia – Mercury, 2000 변함 없는 노장의 은근한 유혹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리더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가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들고 왔다. 1977년부터 활동을 했다면 벌써 23년째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은 어디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Sultans of Swing”때부터 그의 족적을 따라왔던 사람이라면 쌍수를 들고 반길 앨범이겠지만, 쉴새없이 변하고 혁신되는 대중 음악 시장에서 컨트리와 포크, 록이라는 경계에서 모호하지만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지속해오고 있는 노장의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론과 대중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근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만큼 다양한 음악을 꾸준히 보여주는 아티스트도 없는 듯하다. “Sultans of Swing”으로 대표되는 컨트리적인 그루브와 앨범 [Love over Gold](1982)에서 보여주던 프로그레시브한 음악성, “Money for Nothing”, “Walk of Life” 등에서 보여지는 뛰어난 팝적 감각, [Last Exit to Brooklyn], [Local Hero], [Wag the Dog] 등의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너무 꾸준하다는 점 때문에 묻혀 있었지 사실 누구보다 다양한 음악 활동을 펼쳐왔던 그였다. 그런 그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솔로 앨범(영화 음악들은 따로 분류한다면) [Sailing to Philadelphia]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여전한’ 사운드들로 가득하다. 전작 [Golden Heart](1996)보다 오히려 더 예전의 다이어 스트레이츠 시절로 돌아가 있는 음악들이다. 또 한 명의 거장이라 할 밴 모리슨(Van Morrison)과 함께 부른 “The Last Laugh”나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가 함께 한 “Sailing to Philadelphia”도 돋보이지만 얼마 전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는 폴 프랭클린(Paul Franklin)의 페달 스틸 기타(pedal steel guitar)가 조화로움을 더해준다. 음악은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일관된 경향을 띠지만, 가사에서는 솔로 앨범답게 마크 노플러 자신의 내밀한 시선들을 은밀히 전달하고 있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장사는 좀 덜되지만 단골 손님들에게 작은 안식을 주며 꾸준히 운영해 가는 카페사장님 같은 느낌으로 ‘언제든지 와’, ‘나 아직 여기 있어’하는 위로가 되는 그런 음악이다. 정체하고 있다는 비판보다는 변함 없다는 긍정을 이끌어낼 만한 충분한 요소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이어 스트레이츠나 마크 노플러를 처음 접한다면 다른 앨범을 먼저 권하고 싶지만, 이 두 이름에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권하고픈 앨범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아마도 구석에 쳐박혀 있을 “Sultans of Swing”이 생각난다면 찾아서 다시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정말 좋지 않은가…? 20001012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7/10 수록곡 1. What It Is 2. Sailing to Philadelphia 3. Who’s Your Baby Now 4. Baloney Again 5. The Last Laugh 6. Silvertown Blues 7. El Macho 8. Prairie Wedding 9. Wanderlust 10. Speedway at Nazareth 11. Junkie Doll 12. Sands of Nevada 13. One More Matin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