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itri from Paris – A Night at the Playboy Mansion – Astralwerk, 2000 뉴 밀레니엄에 던져진 디스코 디미트리 프롬 패리스의 새 음반을 듣기 전에 그동안 들어왔을 법한 테크노-일렉트로니카 계열의 음악들을 생각해 보자. 폴 반 다이크(Paul van Dyk)의 댄스 플로어용 음악이든 윌리엄 오빗(William Orbit)의 감상용 음악이든 너무 어둡거나 지나치게 강렬하던가 아니면 어렵고 심각하지 않은가? 물론 80년대 신스 팝(synth pop) 장르나 자미로콰이(Jamiroquai)의 ‘얼터너티브 댄스’처럼 밝고 흥겨운 음악들도 있지만 이들은 또한 너무 매끄러운 음색을 갖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DJ 디미트리의 이번 앨범은 어떨까? 먼저 밝혀둘 것은 새 음반 [A Night at the Playboy Mansion]은 정규 앨범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단순한 리믹스 앨범도 아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이 음반은 ‘완벽한’ 디스코 레코드다. 전형적인 ‘팝 음악’이자 팔아먹기가 매우 심했던 70-80년대의 바로 그 디스코 말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Saturday Night Fever](1977) 사운드트랙에서 보컬 부분만 들어내고, 다소 모호하지만 ‘현대적인 감각’을 추가하면 디미트리식 디스코-하우스가 된다. 그의 전작인 [Sacrebleu](1996)가 1950-60년대 ‘경음악’에 빚지고 있다면 이번에는 15년쯤 뒤로 타임 머신을 타고 간 셈이다. 아무튼 ‘싸구려’ 음악에서 소재를 찾는 것은 비슷하지만. 잠시 그의 ‘살아온 이야기’를 보자. 프랑스에서는 ‘한 끗발’하는 사람으로 이미 1985년부터 라디오에서 디제잉을 맡았고, 90년대 초에는 유명 디자이너(장 폴 고띠에, 샤넬 등)의 패션쇼 음악까지 했다고 한다. 특이하다면(특이할 것도 없지만) 그가 터키 출생이라는 점이다. 첫 앨범은 50-60년대 유행했던 이국적인 이지 리스닝 팝 음악을 세련된, 때로는 유머러스한 하우스 스타일로 리믹스하여 주목받은 바 있다. 프랑스의 일렉트로니카 신에서는 에어(Air), 다프트 펑크(Daft Punk)와 함께 디미트리 프롬 패리스가 꼭 거론되지만 이들 사이에 이렇다 할 공통점은 눈에 띄지 않는다. 모두 ‘과거지향적’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미래지향은 아니다’라고 해야 할지 둘 중 하나다. 뮤슈(Monsieur) 디미트리의 이번 음반은 디스코라고는 하지만 1970년대 말 원래의 디스코가 그랬던 것처럼 ‘골치아픈 음악이 듣기 싫을 때’ 들어볼 만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디스코 열풍이 20년 넘게 지나버린 지금, 팝 음악에 대해 가장 반대편 지점에 있는 인디 레이블에서 그가 굳이 ‘디스코’라는 형식을 차용한 것은 낯설기까지 하다. 이른바 ‘인디(테크노도 포함하는 ‘광의의’ 인디)의 이데올로기’–예컨대 반상업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디제이 디미트리는 ‘절대로 믹싱해서는 안 될’ 소재를 가지고 온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디미트리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 동안 들어왔던 ‘어려운’ 음악들을 재고해 보게 된다. 정치·사회·경제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출현했지만, 대중 음악(모던 록과 테크노)의 팬들은 더 보수적인 것일까. ‘이데올로기에 충실’하게 심각한, 혹은 소수 취향의 음악이 일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필자 자신도 그런 것이 좋은 음악이라고 여겼다. 디미트리의 음악의 문제 제기는 다음과 같다. “왜 요즘에는 디스코로 춤추면 안되지?” 따라서 그의 작업이 갖는 가치는 상황적이다. 즉 2000년이라는 시점과, 인디 레이블이라는 영토 속에서 이루어진 작업이기에, 그리고 그 형식이 시간성과 영토성에 모두 반대되는 것이기에 ‘상황 속에서의’ 가치를 갖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만약 이 ‘비정규’ 앨범이 20년 전쯤 나왔다면 별로 좋은 음악으로 평가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음악을 다 듣고 난 후, 묻혀 있던 KC & the Sunshine Band와 Kool & the Gang의 베스트 앨범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보았다. 디스코도 참 괜찮은 음악이다. 20001002 | 이정엽 fsol1@hananet.net 6/10 수록곡 1. Reach Inside (Bah Samba) 2. Mecca Headz (Star) 3. Astrojazz (The Groove EP) 4. Down to Love Town (Originals) 5. Le Pregunta (Shangri-La) 6. Talking All That Jazz (Stetsasonic) 7. Outro Lugar (Salome de Bahia) 8. Motivation (Atmosfear) 9. Give Me Love (Cerrone) 10. I’ll Be There for You (Sunburst Band) 11. Sweet Music (Terry Hunter) 12. The Place Is Rockin’ (Pascal Pioux) 13. Wonderful Person (Black Masses) 14. Found a Cure (Ashford and Simp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