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26044526-cureCure – Bloodflowers – Elektra, 2000

 

 

자의식에 함몰되어 가는 환상 속의 그대

1997년 싱글 모음집 [Galore] 이후 근 3년만의 새 앨범 [Bloodflowers]는 그러나, 처음으로 앨범 커버에 ‘나 홀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며 ‘큐어 최고의 앨범’이라고 선언하는 로버트 스미스(Robert Smith)의 야심에도 불구하고 이곳 저곳에서 혹평을 들을 때면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혹시 모종의 히든카드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추론은 그 동안 큐어를 지켜본 팬이 가져야 하는 의무감이면서 단순한 팝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버거운 탓에 묵묵히 지켜보며 어중간한 선에서 손을 들어줘야 했던 평론가의 입장이었던 터. 이번 앨범이 발매되면서 집중포격 당한 부분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였음을 상기한다면 당신의 입장은 어떻게 설명될지.

엄밀하게 지난 앨범과는 다르다고 단언하기에는 1997년 싱글 “Wrong Number”가 새록새록 되살아나고, 큐어의 변하지 않는 퇴폐미라고 말하기엔 불혹의 스미스가 위태로워, 정작 속 편한 이는 생각 없이 앨범을 집어든 사람이다. 그럴 때면 알싸한 향기는 전신을 휘감고, 창창한 에네르기는 온몸에서 발산되어 매캐한 연기 속에서도 흐느적거리며 도착지까지 데려다 주는 동안 주머니 가득 드럭을 선물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신스 팝인 듯한 착각이 들만큼 여느 앨범보다 화려한 악기구성, 보다 영악해진 음색, 어수선함 속에서도 임팩트를 주는 멜로디 라인이 꿈틀대는 가운데서 살아남은 자는 과연 슬픔을 느낄까.

이쯤에서 기대를 무너뜨릴 몇 마디를 던져본다면 대략 이 정도인데, 한 잔 마셔도 취할 술을 세 잔, 네 잔 마신다고 뭐가 다를 것이며 (더 좋은 술이 나올 거란 기대는 버려라), 공간을 가득 채울 열기는 있으되 환풍기가 없어 혼자 뱉고 마시는 동안 지쳐 쓰러져도 책임질 사람 없다는 것, 그리고 (브릿지 같지 않은 브릿지 곡이 나오기는 하지만), hot hot hot!!!을 바라며 끝까지 갈 용기가 누구에게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때 저기 손드는 사람, 바로 당신이다. 이 앨범은 큐어가 당신에게만 주는 특별한 선물. 어서 마음껏 즐겨보도록. 가능하면 불도 끄고 검은 옷에 붉은 립스틱도 발라보자. 하여 이번에도 결국 꽃은 피는 건가. 20001011 | 신주희 zoohere@hanmail.net

5/10

수록곡
1. Out of This World
2. Watching Me Fall
3. Where The Birds Always Sing
4. Maybe Someday
5. Coming Up
6. The Last Day of Summer
7. There Is No If….
8. The Loudest Sound
9. 39
10. Bloodflowers

관련 사이트
큐어 공식 홈페이지
http://www.thec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