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play – Parachutes – Parlophone, 2000 모난 데 없이 무난한 감상주의의 모범생 콜드플레이의 데뷔 앨범 [Parachutes]에 대한 영국 언론의 찬사는 대단하다(아울러 영국이라는 나라와 감성이 비슷하다고 우기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NME), ‘큐'(Q) 등 메이저 잡지들은 1년에 한두 번 나올까말까한 최고의 평점을 주었고, 덩달아 미국의 ‘롤링 스톤'(Rolling Stone)도 꽤 높은 평점을 매겼다. 이러한 평에 힘입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노래가 좋아서인지 이 앨범은 영국 차트 1위도 기록했다. 물론 ‘올 뮤직 가이드'(AMG)처럼 개성적인 평(쓰레기다!)을 낸 곳도 있다. 이 앨범은 이미 한국에서 라이선스로 발매되었기 때문에 자세한 이들의 일대기와 곡 소개는 레코드 속지의 글로 대신하기로 하자. 또한 이들의 음악을 트래비스(Travis)나 라디오헤드(Radiohead)와 비교하는 것도 다른 지면에 있으니, 그냥 ‘세 밴드가 대충 비슷한 음악을 하는구나’하고 생각하자(개인적으로 이러한 비교를 싫어하는 이유는 이 앨범 하나 때문에 다른 앨범 서너 장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음악 아니던가.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감수성은 (정말 여러 수식어 중에서 하나 고른다면) ‘내성적’이다. 조금 객관적으로 말한다면 ‘팝 음악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잠은 안 오고 비는 내려 괜시리 마음 울적할 때’ 듣기 좋다고 말해도 된다. 보컬의 팝적 선율(hook)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기타 연주가 그려내는 ‘공간적(space)’인 느낌은 편안하고 인상적이다. “Don’t Panic”과 “Shiver”가 그러한데 이 두 곡과 함께 지극히 느린 “High Speed” 같은 곡이 라디오헤드와 약간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아마 기타 톤이 ‘몽환적’이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나머지 곡들은 피아노가 조금 첨가되기도 하지만 대동소이하다. 이러한 음악적 감성은 [Rubber Soul], [The Beatles] 등 비틀즈(The Beatles)의 중기 시절이나 닉 드레이크(Nick Drake), 러브(Love), 최근의 모던 록을 좋아한다면 앞서 언급된 트래비스나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등과 비슷하다. 필자와 같은 사람은 파울 끌레(Paul Klee)처럼 ‘예쁜’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생각나기도 한다(이런 사람들은 극히 일부일 뿐이니 신경 쓰지 말자). 록 음악이나 문화에 대한 관점에 따라 이와 같은 ‘내성적 감상주의’에 대한 반응 또한 달라질 것이다. 어떤 이들은 예술이 휴식과 편안함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들으며 좋아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예술이 창조적이고 실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난 데 없이 무난한’ 이런 음악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록 음악의 ‘위인’들의 음악을 들을 때는 ‘창조성’과 ‘실험성’이 가장 주된 기준이었지만, 이제 록이라는 예술형식도 할 만한 실험은 거의 다 한 상태이다. 물론 아직도 그러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무조건 체제와 충돌하고 그것을 변혁시키는 ‘전위부대’가 아니라, 혹시 잃어버렸을지도 모르는 감성을 다시 불러내는 ‘후위부대’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가을동화] 같은 드라마의 전원적 풍경을 보면서 편안해지듯이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록 음악은 너바나-RATM으로 이어지는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하는 음악 중심이었다가, 요즘에는 라디오헤드-콜드플레이 등 심미적인 부분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을 띠는 것 같다. 지금은 콜드플레이의 손을 들어주지만 또 몇 년이 지나면 새로운 RATM을 기대할지도 모르는 일이므로 어느 쪽이 좋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20001014 | 이정엽 fsol1@hananet.net 7/10 수록곡 1. Don’t Panic 2. Shiver 3. Spies 4. Sparks 5. Yellow 6. Trouble 7. Parachutes 8. High Speed 9. We Never Change 10. Everything’s Not L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