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ly Drawn Boy – The Hour of Bewilderbeast – Twisted Nerve/XL, 2000 따뜻하면서 유머러스하고 사려 깊은 로파이 팝 음악 최근 영국 인디 팝 씬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배들리 드론 보이(a.k.a Damon Gough, 이하 BDB)는 얼마 전 영국의 머큐리 음악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된 새로운 얼굴이다(그렇지만 그 이름이 영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Psyence Fiction]에서 U.N.K.L.E.과 함께 작업한 적도 있으니). 그간 BDB는 “미래의 포크”라는 찬사를 받으며 영국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아온 터였다. 또한 부드럽고 정적인 느낌이 드는 음악과 좀 다르게 시끌벅적한 공연으로도 유명했다. 18곡이 빼곡이 들어찬 BDB의 첫 정규 앨범에서도 기대했던 만큼 ‘따뜻하면서 유머러스하고 사려 깊은 로파이 팝 음악’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머큐리 상에 함께 노미네이트되었던 BDB의 절친한 동료 밴드 도브스(The Doves)는 “Pissing In The Wind”와 “Disillusion”에 참여했다. “Say It Again”에서는 노던 뉴 올리언즈(Northern New Orleans) 브라스 밴드의 연주가 삽입되었고, “Magic In The Air”에서는 1988년 원 히트 원더 송 “Love Is Contagious”(노래: Taia Sevelle)의 코러스가 이용되었다(이 곡 때문에 말썽이 생기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이 앨범에서는, 고즈넉한 첼로와 프렌치 혼 및 살랑거리는 기타의 울림이 ‘너의 삶에 조금은 햇빛이 들기를’이라는 가사와 교합하는 인상적인 첫 곡 “The Shining”부터, 새소리가 가득한 “Epitaph”에 이르기까지, 기타를 중심으로 실로폰, 하모니카, 첼로, 오르간, 브라스 섹션 등 다양한 악기의 오케스트레이션과 우울하면서도 포근한 목소리가 조우한다. 그렇다고 진지한 분위기로만 경도되는 건 아니다. 탬버린과 하모니카, 슬라이드 기타가 흐르는 컨트리 풍의 “Pissing In The Wind”에서는 유쾌한 가사가 보인다. 이따금, 따뜻한 오르간 솔로의 “Bewilder”(이 멜로디는 “Bewilderbeast”에 재등장한다), 강한 비트가 입혀진 “Body Rap”처럼 짧은 연주곡도 포함되어 있다. “Body Rap”과 더불어, 라틴 분위기가 풍기는 “Once Around The Block”, 목소리 샘플이 삽입되면서 다양한 분위기로 곡이 운용되는 “Cause a Rockslide”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영국의 벡(Beck)”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아주기도 했다. 이런 호들갑은 닉 드레이크(Nick Drake)나 존 레논(John Lennon)을 들먹이며 은근히 영국의 포크/록 계보를 세우는 일에서도 이어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주목받은 포크 (팝) 뮤지션들, 예를 들어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이나, 기타 사운드 중심으로 내성적인 보컬을 구사하는 탓에 특히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가 연상될 수도 있다. 그만큼,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이를 둘러싼 관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이 보여주는 서정적이고 따뜻한 분위기가 BDB 음악의 지배적 정서로 느껴진다(때문에 벡과 비교하는 것은 좀 과장이라는 생각도). 그래서 이들에 매혹되었던 내가 따스하고 재치 있고 서정적인 영국 인디 팝 뮤지션 BDB를 주시했었는지도 모르겠다. 20001002 | 최지선 fust@nownuri.net 8/10 수록곡 1. The Shining 2. Everybody’s Stalking 3. Bewilder 4. Fall In A River 5. Camping Next To Water 6. Stone On The Water 7. Another Pearl 8. Body Rap 9. Once Around The Block 10. This Song 11. Bewilderbeast 12. Magic In The Air 13. Cause A Rockslide 14. Pissing In The Wind 15. Blistered Heart 16. Disillusion 17. Say It Again 18. Epitaph 관련 사이트 BDB 공식 홈페이지 http://www.badlydrawnboy.co.uk/ 소속 레이블 페이지 http://www.twistednerve.co.uk/ http://www.xl-recordings.com/badly_drawn_boy/ BDB의 바이오그래피가 만화로 소개되었다. NME의 페이지 http://www.nme.com/microsites/bdb 몇몇의 뮤직비디오와 이 앨범의 샘플 곡을 들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