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rassic 5 – Jurassic 5 EP – Rumble/Pickininny, 1997 (재발매 Interscope, 1999) 올드스쿨 힙합의 향취와 턴테이블리즘의 절묘한 만남 LA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산실 Good Life Cafe에서 활동하던 두 집단 레벨스 오브 리듬(Rebles of Rhythm)과 유니티 커미티(Unity Committee)이 의기투합하여 1994년말, “Unified Rebelution”이라는 싱글을 발표한 것이 주래식 파이브의 시작이었다. 단 여덟곡만을 담은 주래식 파이브의 EP가 비닐로 발매되어 나왔을 때 비록 국지적이었지만 반응은 엄청나서 무려 20만장이나 팔렸고 97년의 최고의 힙합 앨범으로 꼽히는 경우도 많았다(필자가 주래식 파이브의 존재감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보다 훨씬 이후였지만 말이다). 4명의 엠씨(Marc 7even, Chali 2na, Zaakir, Akil)와 두명의 디제이(Cut Chemist, DJ Nu-Mark)로 이루어진 이 육인조는(이중에서 찰리 투나와 컷 케미스트는 라틴 힙합 그룹 오조마틀리 Ozomatli 활동을 겸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들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많다), 컷 케미스트가 워낙 잘 알려져있기 때문에 그의 턴테이블리즘을 중심으로 한 패거리로 생각되기 쉽다(필자가 멤버 구성을 봤을 때 처음 느꼈던 것도 그것이었다). 그러나 주래식 파이브야말로 올드스쿨 힙합의 파티 그루브, 랩과 라임의 향취, 절제된 턴테이블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음악을 들려준다. (물론 턴테이블리즘이야말로 디제이 중심의 올드스쿨 힙합을 직접 계승한 것이긴 하지만, 턴테이블의 아크로바틱한 테크닉으로 경도된 90년대 이후의 턴테이블리즘은 하나의 독자적인 하위 장르로서 구분해줄 필요가 있다.) 반복적인 재즈풍의 플륫 가락으로 시작하는 “Jayou”는 주래식 파이브 EP의 백미다. 때로는 플륫처럼 사뿐사뿐, 때로는 두 디제이의 비트의 펀치처럼 선명하게 귀에 들어와 박히는 네명의 엠씨의 힘차고도 유려한 하모니와 라임이 빛나는 단아한 곡이다(하모니라는 표현이 이 음악을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겠지만, 직접 들어본다면 독창적 음악적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주래식 파이브의 단아하고 심플한 미학은 플륫 대신 피아노 연주가 주제를 이끄는 “Concrete Schoolyard”에도, 기타와 베이스가 이끄는 “Action Satisfaction”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두 디제이가 턴테이블의 추상적 미학을 펼쳐놓는 곡은 “Lesson 6: The Lecture”이다. 비록 강렬하고 자극적인 턴테이블의 마술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처럼 절제된 곡은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일부 턴테이블리즘의 무지막지한 손가락 서커스는 처음에는 너무나 신기하게 보이지만 좀 익숙해지면 곧 지루함으로 바뀌기 일쑤고, 올드스쿨 힙합이야 생각이 있건 없건 유행따라 쉽사리 접근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주래식 파이브라는 존재는 단연 두드러진다. 20001001 | 이정엽 evol21@weppy.com 8/10 수록곡 1. In the Flesh 2. Quality Control Part II 3. Jayou 4. Lesson 6: The Lecture 5. Concrete Schoolyard 6. Setup 7. Action Satisfaction 8. Sausage G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