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s Come True – Sing or Die – Virgin, 2000 팝, 소울, 엔카를 넘나드는 일본 밴드의 영어 앨범 얼마 전 일본문화 3차 개방이 이루어 졌다. 이로써 ‘국민적 정서’라 불리는 무형의 집단의식에 의해 저지당해 오던 ‘완전개방’도 초읽기에 들어간 듯하다. 지금까지의 개방이란 한국정부와 언론에 의해 규정된 ‘저질, 왜색’이라는 요소가 제거된 세계적 예술작품을 위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3차 개방은 ‘위험 요소’의 유무에 상관없이 방송과 일본어 가창을 제외한 거의 전 영역에 걸친 것이었다. 이 중에서 방송은 무차별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개방에서 제외된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일본어 가창이 제외된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과연 일본음악을 영어로 들으면 정부가 우려하는 ‘왜색’을 느낄 수가 없을까’하는 의문점 말이다. 하지만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의 음악에서는 분명히 그 ‘왜색’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전통적인 엔카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는 끈적함은 아니지만 말이다. 일본음악이 J-pop으로 이행하면서 엔카적 요소를 배제하는 경향을 보여왔지만, 가요에서 ‘뽕끼’가 느껴지듯 J-pop에서도 엔카의 흔적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올해로 결성 12년째가 되는 이 밴드는 양면 작전을 구사한다. 한편으로 엔카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팝’의 완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전’은 베이시스트 나카무라 마사토와 키보디스트 니시가와 다카히로가 만들어 내는 유려한 음악적 구성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전개되는 요시다 미와의 탁월한 가창력에 의해 수행된다. 세계 시장을 목표로 제작된 이번 영어 앨범은 이런 경향을 잘 드러내준다. 초기의 인공적인 신서사이저로 채워졌던 꽉찬 사운드는 악기의 본음을 살린 소리와 오케스트레이션, 혼 섹션 등으로 다채로워졌으며, 그 결과 다른 음악적 요소와 접합될 수 있는 여유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위에 일본 가수에게는 찾기 힘든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미와의 보컬은 팝, 소울, 엔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사운드의 완성도를 더한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음악은 아닐 것이므로 한 곡 한 곡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해 보자. 그들의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의아스럽고 다소 실험적인 “Opening theme (Sing or Die)”는 박동소리와 파도소리를 바탕으로 미와의 허밍이 자유롭게 질주한다. 부드러운 스트링 섹션을 깔고 차분하게 사랑의 의지를 고백하는 “Will To Love”는 이들도 대곡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샤랄랄라’의 여흥구가 여기저기서 반복되는 “Ahaha”는 밴드가 꾸준히 추구해 왔던 밝고 가벼운 스타일의 편안한 곡이다. “Peace”는 강한 비트 위에 평화를 주장하는 미와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Kelo Kelo”는 ‘트로피컬’한 사운드에 능수능란하게 리듬을 타면서 엔카의 맛을 극적으로 살리는 미와의 보컬의 완숙미가 돋보인다. “Dandelion Hill”은 밴드의 소니 시절을 연상시키는 장난스럽고도 깜찍한 스타일의 곡이다. “This Is Not Love At All”은 이번 앨범에서 ‘왜색’이 가장 두드러진 곡으로 이별 후 느끼는 애증에 대해 얘기한다. “Temptation”은 제목에서 연상되듯 에로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일본어 코러스와 혼 섹션을 곳곳에 배치해 그 느낌을 배가시킨다. “Mary Me?”는 미드 템포로 차분하게 진행되면서 차분하게 구혼하는 노래로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면 어울릴 곡이다. “Song Of Joy”는 그들의 팝적 감수성, 월드 뮤직의 요소, 엔카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이 균형을 이룬 노래이다. 미와의 소울풀한 보컬과 줄루(Zulu)족의 코러스의 어우러짐은 J-pop의 외연을 확장하는 듯하다. “Yes, I Did”는 어쿠스틱 기타와 그 위를 부유하는 효과음이 매력적인 곡으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연인의 마음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Moonlight”는 2번 트랙 “Will To Love”처럼 엔카적 요소는 배제한 채 팝적인 완성도를 추구하는 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사랑을 갈구하는 미와의 목소리는 마지막에도 빛을 발한다. 드림스 컴 트루의 이번 앨범을 들으며 머리 속을 맴도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음악에 있어서 국적이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 전 영역에 걸쳐 이루어지는 질문인데 항상 뚜렷한 해답은 없이 해묵은 논쟁만이 재연될 뿐이다. 동시에 한국의 음악도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까 하는 논쟁도 그를 뒤따랐다. 물론 최근에 한국가수들이 동남아 시장에 서서히 진출하고는 있지만 그 이외의 지역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가수들 역시 일본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아직까지는 커다란 성과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시도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는 것 같다. 세계시장에서 수용될 수 있는 감성과 그들의 독특한 색깔을 접목시키는 노하우를 말이다. 세계시장의 진출이란 게 반드시 ‘성공’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20000930 | 조성민 rockjunkie@hanmail.net 8/10 수록곡 1. Opening Theme 2. Will to Love 3. Ahaha 4. Peace! 5. Kelo Kelo 6. Dandelion Hill 7. This is not Love at all 8. Temptation 9. Marry Me? 10. Song of Joy 11. Yes, I Did 12. Moonlight 13. Yes, I Did (King Mix, W.W.V.) 14. Ahaha (King Mix, W.W.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