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onna – Music – Maverick/WEA, 2000 일렉트로니카의 디바가 되고 싶은 마돈나의 야심작 여성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를 고유명사로 바꾸어버린 마돈나는 이번 앨범의 성공으로 명실공히 20세기 가장 유명한 여가수가 되었다. 앨범 [Music]의 첫 싱글 “Music”이 4주만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하여, 그녀는 재닛 잭슨(Janet Jackson)에 이어 80년대, 90년대, (20)00년대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한 두 번째 가수가 되었다. 축복은 비단 상업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국의 롤링스톤이나 영국의 NME 같은 음악지에서는 마돈나의 이번 앨범에 각각 4/5점과 8/10점을 주었으며, 비평가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돈나는 이번 앨범으로 일렉트로니카에 성공적으로 착지한 것 같다. 이번 음반은 마돈나의 지난 앨범 [Ray of Light]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Ray of Light]가 고령(?)의 여가수가 선택한, 뮤직 비지니스 속의 입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하나의 돌파구로 생각된다면, [Music]에서는 일렉트로니카의 디바가 되고 싶어하는 마돈나의 야심이 보인다. [Ray of Light]는 일렉트로니카의 요소를 고스란히 갖추면서도 마돈나의 ‘장점’을 잘 살렸다. 동명 타이틀곡이나 “Nothing Really Matters”, “Power of Goodbye”가 그 예이다. 하지만 이번 음반의 많은 곡에서 마돈나의 목소리는 일렉트로니카를 위한 하나의 악기처럼, 전자 음향 위에 살짝 얹혀있다. 마돈나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단한 양보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앨범에서는 전작의 윌리엄 오빗(William Orbit)에 이어 새로이 Mirwais Ahmadzai라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테크노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는다. 애시드 록인 “Music”을 비롯하여 트립합의 프렌치 버전처럼 들리는 “Paradise” 등 여러 곡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마돈나를 들을 수 있다. Mirwais Ahmadzai는 39살의 테크노 아티스트인데, 마돈나의 [Music]에 앞서 발표한 [Production]은 바로 그의 최초의 솔로 음반이다. 이 음반에서 마돈나는 게스트 보컬로 참여했고 그 곡 “Paradise”은 마돈나의 이번 음반에도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윌리엄 오빗과 뷰욕(Bjork) 역시 프로듀서로 이 음반에 참여하였다. 앨범이 나오기 전에 먼저 요나스 아커룬트가 제작한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그는 마돈나의 “Ray of light”와 프로디지의 “Smack My Bitch Up”을 감독한 인물이다). 이 뮤직비디오는 복고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앨범 [Music]의 수록곡들은 80년대 신스팝의 복고적 색채와 2000년의 세련된 일렉트로니카가 뒤섞여 있다. “Impressive Instant”, “Nobody’s Perfect”, “Paradise”에서는 보코더(사람 목소리를 기계음처럼 변조시키는 것)를 사용했고, “Don’t Tell Me”는 카디건스(Cardigans)의 초기 곡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I Deserve It”과 “Gone”은 포크와 트립합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곡이다. “Music”은 단순한 멜로디에 ‘음악은 세상 사람들을 하나로 모은다네…’라는 진부한 가사를 담고 있지만 Mirwais Ahmadzai의 뛰어난 프로듀싱으로 돋보이는 곡이 되었다. 이외에도 수록곡 모두가 일관된 완성도를 갖고 있으며, 마돈나의 음색은 어느 때보다 안정되어 있다. 특히 “Paradise (not for me)”에서는 마돈나의 목소리도 신비스러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락원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마돈나는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60대 노인처럼 낮게 읊조리고 심지어 불어로 노래한다. 보코더로 변조된 우울한 마돈나의 목소리는 전자 음향에 섞여서 매우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마돈나라는 이름을 모르고 들었다면 후버포닉(Hooverphonic)이나 유럽의 어느 트립합 밴드가 들려주는 노래라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건 마돈나의 곡이야’라는 강박관념은 곡이 주는 신비감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마돈나의 슬픈 듯한 목소리가 연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Paradise (not for me)”가 던져주는 모순은 바로 앨범 [Music] 전반의 모순이기도 하다. 이 음반의 모든 곡은 완벽할 정도의 프로듀싱을 자랑한다. 마돈나에게 맞추기 위해서 프로듀서들이 특별히 신경을 쓴 흔적도 없고, 유럽 대륙의 비주류 일렉트로니카의 매력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이 앨범에 오점을 남기는 것은 마돈나 자신이 아닌 마돈나가 15년 동안 쌓아올린 엄청난 주류의 ‘브랜드 파워’다. 과장하자면 이 앨범은 줄리아 로버츠나 데미 무어가 주연한 예술 영화를 보는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하다. 나는 마돈나가 이번 앨범에서 정확히 무엇을 의도했는지 모르겠다. 만약 뷰욕이나 PJ 하비(PJ Harvey)의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아우라를 얻으려 했다면 이는 마돈나의 과욕인 듯 싶다. 20000929 | 이정남 rock4free@lycos.co.kr 6/10 수록곡 1. Music 2. Impressive Instant 3. Runaway Lover 4. I Deserve It 5. Amazing 6. Nobody’s Perfect 7. Don’t Tell Me 8. What It Feels Like For A Girl 9. Paradise (not for me) 10. 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