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신현준

저는 씸이 곧 한국에 돌아오는 일에 대해 몇 마디 말을 해달라고 부탁받았습니다. 이미 씸의 팬이거나 그들의 연주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분들에게는 이번 공연이 얼마나 흥분되는 시간인지에 대해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작년 가을의 ‘소란 99’ 페스티벌에서 씸의 첫 번째 여행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이번 기회가 특별한 종류의 강력하면서도 친밀한(intimate) 록 음악을 접하게 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밴드 내에 3명의 한국계 미국인(싱어송라이터 박수영, 베이스 연주자 빌리 신, 기타리스트 존 리)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선조의 나라에서 한국인 팬들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말해 봤자 진부한 상투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의 밴드가 한국에서 록 콘서트를 조직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이고 논리적인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들의 지원은 씸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6월 2일과 3일의 공연을 보러온다면, 당신은 오늘날 최고의 언더그라운드 밴드 중의 하나를 지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훌륭하고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될 것입니다.

씸의 독특한 점은 두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마도 그들의 가장 명백한 특징은 (수영을 포함하여) 아시아계 미국인 멤버들의 존재가 지배적이라는 점입니다. 이건 유럽인의 후예인 백인 뮤지션들이 거의 배타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인디 록의 환경에서는 이례적입니다. 더구나 인디 록의 세계에서는 겸손이 미덕이고, 이는 당신 자신을 치켜세우는 어떠한 시도도 일반적으로 경멸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은 (성장 환경의 문화적 특징 때문에) 통상적으로 그렇게 되기 힘들기 때문에, 아시안 아메리칸 록 음악인이 주목받는 일은 이중으로 어렵습니다. 이런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씸은 일군의 무리 중에서도 단연 부각되었는데, 이는 대부분 박수영의 수년 동안의 강력한 작곡 능력 때문입니다. 복합적이면서도 팝적인 기타 멜로디의 견고한 토대에 기초하여, 씸은 섬세한 가사와 강력하고 동태적인 변화를 통합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여러분의 심장을 말라비틀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씸은 음악 이외에도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다른 대의명분을 위해서도 중요한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1995년 밴드 멤버들인 박수영과 빌리 신은 한국계 미국인 록 저널리스트인 벤 킴(Ben Kim)과 더불어 [Ear of the Dragon] 컴필레이션 CD와 순회공연을 진두지휘했고, 탁월한 아시아계 미국인 멤버들이 속한 록 밴드들의 재능을 부각시켰습니다. 여기에는 Versus, aMiniature(John Lee의 이전 밴드), the Dambuilders 등이 포함됩니다. 박수영, 빌리 신, 벤 킴 3명은 FAAIM(Foundation for Asian American Independent Media)도 설립하여 미국 전역의 아시아계 미국인 아티스트들의 창조적 노작들을 소개하는 일도 해왔습니다.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다른 민족이든 아시아인의 후예들인 우리같은 사람들이 형체없는 그룹으로 뭉뚱그려지는 나라에서, 창조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우리 자신의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목소리를 아직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한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가치 있는 공동체적이고 정치적인 노력에 많은 에너지를 투여하는 행동주의적 음악인을 발견하기는 매우 희귀한 일입니다. 이 점에서도 또한 씸은 전형적인 밴드가 아닙니다.

그러나 씸이 독특한 방식들을 모두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밴드 멤버들 자신의 우호적이고 개방적인 모습입니다. 수년간 무명생활로 힘들었고 여러 번의 다양한 어려움과 라인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새로 만나는 사람이나 새로운 경험에 대해 씸의 멤버들처럼 개방된 모습과 삶에 대한 진정한 열정을 가진 사람을 나는 이제껏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나에게 있어 이것은 진정한 ‘펑크 록’ 정신이 무엇인가에 충실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정신이야말로 씸이라는 밴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자 그들이 오늘날까지 수행해 왔던 모든 것에 담겨진 것입니다. 6월 3일, 4일 서울에서 당신이 이 정신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이 있습니다. Aloha. 20000515 | Kerwin So kso@usermail.com

커윈 소(Kerwin So)는 씸의 공식 팬사이트(http://listen.to/seam)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