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18063642-mp3logo‘벤처 기업’ mp3.com의 사장(여기 식으로 말하면 ‘신지식인’) 마이클 로버트슨(Michael Robertson)이 자기 집에서 처음 회사를 열었을 때 사원을 그를 포함해서 단지 네명이었다. 1997년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 만 8천명의 뮤지션의 10만여 곡이 저장되어 있고, 하루에 32만 5천명이 들리는 사이트이며, 작년 120만 달러, 올해 3월까지 66만 달러의 총수입을 올렸고, 10억 달러의 가치를 갖는 이 회사를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얼마전 mp3.com과 ASCAP 간의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ASCAP(American Society of Composers, Authors and Publishers)는 작곡가, 음악 출판사를 대신하여 저작권을 관리하는 대표적인 단체다. 이 계약의 의미는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ASCAP이 보유하고 있는 곡을 mp3.com이 사용할 수 있으며, mp3.com에 올라와있는 곡의 다운로드와 판매에 따른 이익을 ASCAP에서 관리하여 분배한다는 것이다. 이 계약으로 인해 ‘혁명적’이라고까지 불렸던 mp3.com이 기존의 음악 산업과 다를 바 없게 되었다는 비판의 소리도 들려온다.

mp3.com의 딜레마는 이 회사가 음악을 ‘직접 팔아서’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라는 데 있다. mp3 파일의 다운로드는 무료이기 때문이다. 물론 CD로 만들어서 팔기는 하지만 수입은 주로 광고에 의존한다.

따라서 mp3.com은 과도기적 기업 모델로서 (예컨대 야후와 같은 회사에) 곧 인수 합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장 오래된 음악 사이트 중 하나인 IUMA(인터넷 언더그라운드 음악 아카이브)는 Emusic.com에 8백만 달러에 인수되었다.

메이저 음반 회사의 인터넷 음악 판매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과연 그 후에도 사람들은 무명 뮤지션의 엠피삼을, 다만 무료라는 이유만으로 다운받을 것인가. mp3.com에게는 무언가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회사 mp3.com뿐만 아니라 엠피삼 또한 과도기적 포맷이라고 평가된다. 엠피삼은 인터넷 상의 음악의 대명사가 되었다. 리퀴드 오디오, MS Audio, A2B 등 강력한 암호화 체계를 가진 포맷이 엠피삼을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다. 음반 회사에게 ‘픽업’되어 음반을 찍어내야만 대중적으로 팔리고 방송될 수 있었지만, 엠피삼은 그런 비즈니스의 과정을 생략해버릴 수 있었다. mp3.com에서 듣고 얻을 수 있는 음악은 대개 뮤지션으로 성공을 꿈꾸는 이들의 음악이다. 인터넷을 통해 디지틀 민주주의를 꿈꾸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mp3.com은 하나의 모델이 되었다.

그렇지만 음악 산업에서는 ‘해적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엠피삼을 통한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기를 주저했다. 그 대신에 ‘대안’을 추구했다.

음악 산업(관련 음반, 전자, 컴퓨터 산업 포함)이 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라고 불리는 컨서시엄을 결성하여 엠피삼을 대체할 차세대 음악 표준 규악을 완성하기로 했다(6월에서 8월로 연기). 단지 엠피삼을 대체할 뿐 아니라 CD를 포함한 디지틀 음악 전반을 규제할 수 있는 강력한 규약을 나올 것이다. 물론 음악 산업이 인터넷 상의 음악 유통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그렇게 되면 순전히 자기 혼자 들을려고 자기 CD에서 리오 같은 휴대용 기계로 ‘무제한으로’ 복사했다 지웠다하면서 음악을 듣는 일조차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디지틀 테크놀로지를 통해 음악의 생산과 소비자 자유로워지기는커녕, 지금까지는 자유롭던 음악의 개인적 소비마저 제한될 수 있다? 어쩌면 메이저 음반사의 음악만 들을 수 있고 ‘인디’ 음악을 듣기는 더욱 힘들지도 모른다. 이런 테크놀로지의 역설이 어디 있을까? 19990815 | 이정엽 evol21@weppy.com

관련 사이트
mp3.com – 최대의 mp3 파일 아카이브이자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
http://www.mp3.com

밀림 – mp3.com을 본딴 한국식 mp3.com.
http://www.millim.com

라이코스 mp3 – 불법, 합법 가리지 않고 인터넷 상의 엠피삼 파일을 샅샅이 찾아주는 서치 엔진.
http://mp3.lycos.com

mp3place -스웨덴의 18세 학생이 만든 엠피삼 서치 사이트. 서치 엔진 모음.
http://www.mp3place.com

뉴욕 타임스 Music on the Internet – 디지틀 음악 관련 기사, 칼럼 모음.
http://www.nytiems.com/library/tech/reference/index-music.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