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00년 5월 15일 장소: 산울림소극장 커피숍 인터뷰: 조아 정리: 홍상진 흔히들 사람들이 볼빨간의 음악을 한국적 테크노라고 규정짓곤 하는데 그런 의견들에 대체로 동감하는 편인가? 볼빨간 음악이 특이한 건 아니고 어른들 노는 데 가면 언제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인데 앨범이 나온 배경이 특이해서 그런 것 같다. 이런 동네에서도 저런 게 나오는구나 하는… 그래서 굉장히 특이하다고 보시는 것 같다. 그 한국적 테크노라는 표현은 그냥 만들어낸 말 같다. 개인적으로는 조악한 싸구려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불러 주길 바란다. 재작년에 내 앨범이 발매되고 처음 인터뷰를 했을 때 나의 음악을 너무나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을 보았다. 당혹스러웠다. 개인적으론 삼바의 느낌을 가지고 작업한 것뿐인데. 분석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그냥 이박사 음악을 베낀 것, 청계천 시장 정서가 흐르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밴드를 결성한 것 같던데… 원래 밴드는 하지 않고 세션만 하고 싶었는데 언젠가 정대욱(언니네 이발관의 기타)한테서 연락이 와 지금 같이 밴드를 하고 있다. 밴드 이름은 줄리아 하트(Julia Hart)이고, 영화 <웨딩 싱어>의 두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다른 밴드의 단독 공연이나 앨범 발매시 오프닝만 서는 오프닝 전문밴드이다. 노래는 그냥 예쁘고 무난한 곡들을 연주한다. 성인들의 놀이문화라고 생각되는 뽕짝에 대한, 혹은 그러한 정서에 대한 특별한 애착은 있나? 아니면 의도적인 사운드 메이킹이었나?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홍대 쪽 분위기가 굉장히 맘에 안 들었다. 통신상에서 음악과 관계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머리 기시겠네요?”하고 말하는 그 고정관념도 너무 싫었다. 음악하면 겉멋 들고 머리 길고… 홍대 문화 혹은 인디/언더 문화에 대해 반대로 가고 싶었다. 너바나 유행하면 너바나 카피하고 RATM 유행하면 RATM 카피하고. 뿌리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일부러 곡들도 굉장히 짧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론 나 자신은 추억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청계천의 메들리 음악을 들으면 옛날 생각나고 ‘웃으면 복이와요’, 구봉서, 배일집 등 옛날 코미디언들 생각나고… 언제나 그런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묘해진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런 음악을 만든 것 같다. 나름대로 뽕짝을 다르게 해석한 게 아닌가 싶다. 줄리아 하트라는 밴드의 이름을 들어보면 굉장히 예쁘고 어쿠스틱한 음악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언니네 이발관을 굉장히 좋아했었고 또, 그렇게 이쁘고 맑은 사운드를 내고 싶었다. 그 떄 그 음악을 만들었을 떄와 지금의 모습은? 그 당시 내가 음악을 만들었을 때에는 굉장히 욕많이 먹고 외면 받길 원했다. 지금은 아무 느낌도 없지만… 솔직히 말해 팔릴 것 같지도 않았다. 지금도 물론 이름만 알고 판은 사지 않는, 음악보다 견문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내 음악을 희한하게 생각하질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상 뽕짝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실제로 뽕짝을 즐기는 사람은 굉장히 많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것들이 볼빨간 음악을 통해 나름대로 뽕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한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요즘 청소년들은 새로운 것, 즉 요즘 게 아니면 다 싫어하는 것 같다. 옛날 노래나 코메디언들이 나오면 곧장 인상을 쓴다. 외국에서는 옛날 가수들이 나와도 젊은이들이 열린 마음을 갖고 대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새 것만 찾는 것에 대해 난 불만이 많다. 뿅뿅 사운드의 매력은? 개인적인 취향인가?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또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이유 없는 향수를 느끼곤 했다. 6-70년대 서울의 분위기나 교통방송에서 틀어대는 라디오 프로를 들으면 정이 간다. 음악을 알게 되면서 차차 그러한 것들을 음악에 흡수하게 된 것 같다. 라디오 광인 것 같다. 어렸을 떄부터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마 볼빨간의 음악을 만들게 된 계기도 이렇게 들어왔던 라디오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음악은? 뽕짝에서는 그다지 좋아하는 뮤지션(?)이 없고 이박사를 좋아한다. 그밖에 많은 뮤지션들이 좋지만, 특히 비틀즈, 위저를 좋아했다. 요즘은 무드 음악 같은 라운지(lounge) 음악을 즐겨 듣는다. 6-70년대 당시 평가받지 못했던 음악들이 다시 발매되고 있는데 그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 예를 들면 폴 모리아(Paul Mauriat) 같은 음악들 말인가? 폴 모리아 같은 경우는 사운드가 얄미울 정도로 깨끗하다. 당대 그의 이름에 가리어 빛을 보지 못한, 예를 들면 에스퀴벨(Esquivel) 같은 작곡가들은 지금에서야 재평가되고 있다. 시대가 그렇게 흐르는 것 같다. 당시엔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시대가 지나면 그런 사람들이 재평가 받고 그런 음악을 분석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는 것 같다. 방송국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가? 일주일에 세 번 방송되고 두 번 정도 가서 일을 한다. 흔히들 인디는 인터넷 홍보만이 살길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론 인터넷 인구든 국가 전체의 인구든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만의 홍보도 그렇고 인터넷 라디오 방송도 여전히 보편적이지 않지 않은가? 아직은 극소수만을 위한 방송인 것 같다. 20000715 | 조아 zooa@cartoon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