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음악과 마찬가지로 포크 록 음악이라는 한 범주안에 상반된 두 측면이 공존해 왔다. 개인적인 독백과 정치적인 메시지, 고립과 개방 등. 이와 같은 대립적인 요소에 대해 단순하게 좋다거나 나쁘다고 이분화시켜 말할 수는 없다. 시대적인 분위기에 따라, 혹은 뮤지션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포크 음악에 적절히 잘 구현되었는가 하는 점이 보다 더 중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두 뮤지션, 아니 디프랑코(Ani DiFranco)와 론 섹스미쓰(Ron Sexmith)를 대비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한 평자가 말한 바대로 아니 디프랑코는 F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의 여러 노래들에서 퍽 큐(fuck you)를 연발하곤 한다. 또 그녀에게는 다른 종류의 F자들, 예를 들어 페미니스트(feminist) 포크(folk) 뮤지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녀의 경력 또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9살부터 공연하기 시작했고, 친구에게 빈 돈과 자신이 번 돈을 털어 라이처스 베이브(Righteous Babe) 레코드사를 차렸으며, 자신이 직접 차에 음반을 싣고 다니며 음반을 판매했다는 등의 그녀의 갖가지 경력은 전설처럼 이야기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녀를 설명할 수 없다. 그 독특한 이력의 이면에는 1980년대 수잔 베가(Suzanne Vega)나 트레이시 채프먼(Tracy Chapman)과 같은 주류 포크 스타와는 달리, 메이저 레코드사의 유혹을 마다하고 자신의 레코드사에서 십여 장의 음반을 낸 고집스런 안티포키(anti-folkie)의 면모가 존재한다. ‘펑크 옷을 입은 포크’라는 수식어도 이런 측면에서 부과된 것이다. 하지만 아니 디프랑코는 [Not A Pretty Girl](1995) 이래 평단의 호평을 받기 시작하여 [Little Plastic Castle](1998)이 빌보드 차트 27위까지 오르는 등 그녀는 각종 매체에서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되었다. 이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도입하는 시도를 비롯하여 음악이 부드러워지는 변화가 느껴지지만, 통기타를 두드려 때리는(percussive) 그녀만의 독특한 역동적인 기타 워크나, 그녀의 음악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그녀만의 것이다. 캐나다 출신의 론 섹스미쓰는 서른 즈음에서야 데뷔 앨범을 낸 늦깎이 포크 싱어다. 그런데 그는 아니 디프랑코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동시대의 어떤 씬과도 거의 무관한, 지극히 개인적으로 보이는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14살 때 최초의 밴드 시절을 거쳐, 싱어송라이터로 자리잡기까지 그의 이력 또한 그렇게 야단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1991년 독자적으로 [Grand Opera Lane]을 녹음하기도 했는데, 이것으로 인터스코프(Interscope) 레코드사와 계약하고 공식 데뷔 앨범 [Ron Sexsmith](1995)을 발매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자신의 음악적 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나 잭슨 브라운(Jackson Browne)과 같은 전통적인 작곡가가 아니라 레이 데이비스(Ray Davies)나 해리 닐슨(Harry Nilsson)과 같은 팝에 동조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폴 메카트니, 엘비스 코스텔로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공공연히 표명했는데, 역으로 그들에 의해 다시 찬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팀 하딘(Tim Hardin) 이래 계승된 가장 부드러운 음유시인(balladeer)”, “전통적으로 ‘머저리의 비탄(nerdy wail)’이라고 명명된 것의 계승자” 등등의 칭호도 그에게 붙여진 것들이다. 그가 자신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것은 아이들의 힘과 탄력성이라고 밝혔는데, 놀랍게도 그의 외모 또한 어린아이의 그것이다. 그의 외모와 비슷하게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가사를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어울리게 하여 그만의 매력을 발산시킨다. [Other Songs](1997)를 지나, 관악과 현악을 동원하여 좀더 세련된 사운드를 내보이고 있는 그의 최신작 [Whereabouts](1999)에 이르기까지, 앨범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그의 음악적 ‘행방’이 ‘어디쯤’ 인지 보여주는 듯하다. 19991102 | 최지선 fust@nownuri.net 아니 디프랑코 디스코그래피 Ani DiFranco (Righteous Babe, 1990) Not So Soft (Righteous Babe, 1991) Imperfectly (Righteous Babe, 1992) Puddle Dive (Righteous Babe, 1993) Like I Said (songs 1990-91) (Righteous Babe, 1993) Out of Range (Righteous Babe, 1994) Not a Pretty Girl (Righteous Babe, 1995) Dilate (Righteous Babe, 1996) Living in Clip (Righteous Babe, 1997) Little Plastic Castles (Righteous Babe, 1998) up up up up up up (Righteous Babe, 1999) Grand Opera Lane (independent, 1991) 론 섹스미쓰 디스코그래피 Ron Sexsmith (Interscope, 1995) Other Songs (Interscope, 1997) Whereabouts (Interscope, 1999) 관련 글 벨 앤 세바스찬 vs 엘리엇 스미쓰 – vol.1/no.6 [19991101] 고독, 저항, 순수의 연대기: 영미 포크 록의 역사 – vol.1/no.6 [19991101] Folkies in Electronic Wonderland – vol.1/no.4 [19991001] 포크, 네멋대로 해라: 빌리 브랙 vs 미셸 쇼크트 – vol.1/no.4 [19991001] SLOW-JAM: 벡 vs 베쓰 오튼 – vol.1/no.4 [19991001] 관련 사이트 Ani DiFranco 팬 사이트 http://www.anidifranco.org Ron Sexsmith 공식 사이트 http://www.ronsexsmi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