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923075714-johndenverVarious Artists – Take Me Home: A Tribute to John Denver – Badmoon, 2000

 

 

인간 존 덴버에게 바치는 인디 뮤지션들의 진실한 송가

‘take me home~ country road~~’. 누가 불렀는지, 제목이 뭔지 몰라도 이 멜로디만 나오면 누구나 흥얼거리게 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시대를 직접 살았던 3,40대 아저씨 아줌마들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또 이른바 n세대로 불리는 아이들에게도 이 노래는 꽤 친숙해진 곡이다. TV의 힘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할 말 없지만([좋은 세상 만들기]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엔딩 장면에서 늘 나오는 그 노래) 어쨌든 이 노래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는 말에 꼭 들어맞는 그런 노래이다.

존 덴버(John Denver). 그가 바로 이 노래의 주인공이다. 일상에서 모티브를 얻은 쉽고 편안한 느낌의 노랫말과 너무나 아름다운 멜로디로 수많은 히트곡들을 발표한 뮤지션. 언제나 인간과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의 메시지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린 그는 1997년 자신이 운전하던 경비행기 사고로 그만 세상을 떠난다(사족이지만 그의 아버지는 미공군장교로서 지금도 깨어지지 않는 최장거리 무사고 비행기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 너무나 인간적인 존 덴버를 추모하기 위해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Red House Painters)의 마크 코즐렉(Mark Kozelek)의 주도로 트리뷰트 앨범이 기획되었다. 그의 입김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앨범에 참가한 뮤지션들은 흔히 말하는 새드코어 계열의 뮤지션들이다. 컨트리/포크 뮤지션인 존 덴버와 새드코어 뮤지션들의 만남? 연결고리가 전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최소한의 악기로 최대한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가장 비슷한 장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첫 번째 트랙인 보니 프린스 빌리(Bonnie Prince Billy)가 부른 “The Eagle and the Hawk”는 예의 그의 주문을 외우는 듯한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멜로디와 잘 어울린다. 이노센스 미션(Innocence Mission)과 레이첼 헤이든(Rachel Haden)이 각각 부서질 듯 청아한 목소리로 부른 “Follow Me”와 “Poems, Prayers, and Promises”의 감동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존 덴버의 노래는 여성이 부를 때 더 매력적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다. 위 두 곡뿐 아니라 한나 마커스(Hannah Marcus), 선샤인 클럽(Sunshine Club)이 참여한 곡들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마크 코즐렉과 레이첼 고스웰(Rachel Goswell), 타네이션(Tarnation)과 조 고어(Joe Gore)가 듀엣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선사하는 트랙들 역시 지나칠 수 없는 수작들이다. 마크 코즐렉과 특별한 관계를 보이는 로우(Low)는 이 앨범에서도 역시 참여하여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또 이 앨범엔 마크 코즐렉의 솔로곡 뿐만 아니라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의 곡들도 들을 수 있다. 특히 존 덴버의 “Fly Away”를 드림팝, 슈게이징 스타일로 편곡한 곡은 장장 7분여 동안 이어지는 연주곡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점층적으로 긴장된 상태로 몰아간다.

마크 코즐렉은 이 앨범을 기획한 이유를 “존 덴버를 모르는 젊은 사람들에게 그의 아름답고 대중적인 곡들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혹시 존 덴버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컨트리 가수라고 폄하하고 촌스럽고 구리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찾아다니면서 권유하고 싶을 정도로 이 앨범에 참가한 모든 뮤지션들은 존 덴버의 아름다운 포크 사운드에 저마다 자신들의 개성을 살려서 원곡 못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전에 나왔던 그 어떤 추모 음반보다 ‘음악적’으로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동기가 아닌 정말로 순수한 ‘추모’ 음반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늘에 있는 존 덴버도 지금쯤 이 앨범을 보며 웃고 있지 않을까? 20000909 | 구세준 magneticfields@hanmail.net

8/10

수록곡
1. Eagle and the Hawk – Bonnie Prince Billy
2. Follow Me – Innocence Mission
3. Poems, Prayers, And Promises – Rachel Haden
4. Fly Away – Red House Painters
5. Around and Around – Mark Kozelek & Rachel Goswell
6. Looking for Space – Hannah Marcus
7. Matthew – Granfaloon Bus
8. Annie’s Song – Sunshine Club
9. Whispering Jesse – James Hindle
10. Leaving On A Jet Plane – Tarnation with Joe Gore
11. Back Home Again – Low
12. I’m Sorry – Red House Painters

관련 사이트
존 덴버 공식 홈페이지
http://www.johndenver.net

소속 레코드사 홈페이지
http://www.badmanrecording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