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hiti 80 – Puzzle – Minty Fresh, 2000 프랑스에서 온 복고적인 인디 팝 밴드 Tahiti 80, Puzzle… 무엇이 앨범 제목이고 무엇이 밴드명인지 모를 정도로 생소한 이름이다. 통신 아이디 같은 ‘타히티 80’이 밴드명이고, [Puzzle]은 이들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제목이다. 낯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 방법으로 익숙한 이름을 꺼내는 것이 있다. 다행히도 비슷한 이름들이 떠오른다. 앨범을 시작하는 “Yellow Butterfly”는 맑고 순수한 시정이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의 이름을, 장난스러운 인트로의 “Made First”는 페이브먼트(Pavement)를 연상시킨다. 또 타이틀 트랙인 “Puzzle”은 강렬한 기타 스트로크와 비음 섞인 보컬에서 영락없이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를 닮았다. 한편 이들이 프랑스 출신 밴드라는 정보를 접하고 보니 문득 프랑스의 테크노 듀오 에어(Air)가 떠오른다. (이 앨범의 표지가 에어의 [Moon Safari]와 무척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 앨범 곳곳(특히 “I.S.A.A.C”와 “Heartbeat”)에 배어있는 전자 악기의 음향은 따뜻하고 순수한 앨범에 효과적인 양념으로 작용하면서 몽환적 분위기를 살짝 더해준다. 마치 에어의 음악이 복고적이면서 따뜻한 이미지의 ‘여성스러운’ 일렉트로닉 음악을 구사하듯 말이다. 덕분에 타히티 80의 음악은 태양 빛이 눈부신 투명한 대기 위로 살짝 날아오르려는 듯하다. 앨범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다채로운 면면들이 드러난다. 앞서 말한 전자 악기는 물론 현악기(“Swimming Suit”)와 관악기(“Easy Way Out”)가 적절한 곳에 배치되어 풍성한 질감을 주는가하면, “Mr. Davies” 같은 곡에서는 비교적 단촐한 편성을 보이고 있다. 재지한(jazzy) 관악기와 흥겨운 그루브가 듣기 좋은 곡들(“I.S.A.A.C”, “Things Are Made To Last Forever”) 사이로 “Made First”와 “Hey Joe”처럼 솔직하고 담백한 록 넘버도 보인다. 특히 “Hey Joe”는 자꾸 들을수록 존재감을 발하는 앨범의 대표적인 트랙이다. 이채로운 곡으로는 “Puzzle”을 들 수 있는데, 나름의 기승전결 구조를 담고 있는 굴곡이 심한 곡이다. 그리고 앨범에서 가장 일렉트로닉 성향이 강한 “Heartbeat”은 비디오 클립으로도 제작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타히티 80의 음반은 생소한 이름과는 달리 무척 익숙한 느낌을 주지만 어느 순간 문득 낯선 얼굴을 드러낸다. 마치 친숙한 말, 친숙한 사람이 가끔씩 낯설게 보일 때가 있듯 말이다. 아니면 구질구질한 날씨만큼이나 우울하고 내성적인 영국 모던 록에 우리의 귀가 익숙한 탓일까. 낙관적이고 가볍고 상쾌한 이들의 음악은 뭔가 깊이가 없고 표면적이고 변덕스러울 것 같다. 그래서 외지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또 사실 이들은 곳곳에서 노골적으로 1960년대에 대한 경배를 늘어놓는다(“Mr. Davies”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킹크스(The Kinks)의 레이 데이비스(Ray Davies)에 바치는 노래이며, “Hey Joe”는 아일랜드 뮤지션 조 돌런(Joe Dolan)에 대한 곡이다). 하지만 쉽게 질릴 것 같으면서도 자꾸 손이 가게 만드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어쩌면 이런 매력은 타히티 80의 것이라기보다 팝적 감수성이 가진 보편적인 힘일지도 모르겠다. 글을 마치기 전에 밴드 소개는 해야겠다. 타히티 80은 1993년 파리에서 사비에르 부와예르(Xavier Boyer, 보컬)와 페드로 르상드(Pedro Resende, 베이스)의 듀오로 시작하여 4인조 밴드로 발전했다. 두 장의 EP를 거쳐 2000년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작업한 첫 번째 정규 앨범 [Puzzle]을 프랑스의 인디 레이블 앗모스페리끄(Atmospheriques)에서 발표했으며, 이 앨범은 민티 프레시(Minty Fresh)를 통해 미국에 소개되었다. 참고로 민티 프레시는 시카고에 근거를 둔 인디 레이블로 팝적인 성향의 인디 음반을 주로 발표하는 곳이며, 얼루미넘 그룹(Aluminum Group), 카디건스(The Cardigans), 파파스 프리타스(Papas Fritas) 등의 앨범을 낸 바 있다. 이 앨범은 최근 명음 레코드에서 수입한 앗모스페리끄의 앨범 중 하나로 만날 수 있다. 20000914 | 장호연 ravel52@nownuri.net 6/10 수록곡 1. Yellow Butterfly 2. I.S.A.A.C 3. Heartbeat 4. Made First 5. Mr. Davies 6. Swimming Suit 7. Hey Joe 8. Puzzle 9. Easy Way Out 10. Things Are Made To Last Forever 11. Revolution 80 12. When The Sun 관련 사이트 Minty Fresh 레이블 홈페이지 http://www.mintyfre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