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addy – The Sophtware Slump – V2, 2000 진창과 에테르의 절묘한 조우 데뷔 EP [A Pretty Mess By This One Band]와 첫 정규 앨범 [Under The Western Freeway] 이후 이 겸손한 ‘대가(grand daddy)’들에 대한 일반적인 평은 페이브먼트, 초기 세바도의 영향이 ‘분명히’ 느껴지는 로파이(lo-fi) 팝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인 [The Sophtware Slump]는 이들이 로파이의 선조(grand daddies?)들로부터 명분을 이어받았다기보다 오히려 그들에게 새로운 수혜를 입혔다는 생각이 든다. 세바도의 로파이 공식을 깔고 있지만 세바도에 경도되기엔 순진하다싶을 만큼 맑다. 그리고 페이브먼트 못지 않은 팝적인 훅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들의 슬래커(slacker) 정서를 따르기엔 진지하고 성실하다. 앨범 타이틀과 부클릿의 사진들이 암시하듯 초산업화된 문명 속에서 동화 같은 탈아(脫我)를 꿈꾸는 낙오자의 페르소나는 라디오헤드를 연상케 하지만, ‘지독한 세상을 살면서 사변(思辨)할 줄 아는 능력은 저주에 가깝다’고 웅얼거리는 라디오헤드의 심해어 같은 정서에 매몰되기엔 이들을 비추는 햇살이 영적(spiritual)인 천상의 공기로 가득 차 있다. 첫 트랙 “He’s Simple, He’s Dumb, He’s The Pilot”에서 신세기에 다시 재현해낸 톰 소령(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에 나오는 Major Tom)은 여전히 우주선 불시착으로 헤매고, 비장하게 깔리는 바리톤 코러스와 피아노, 빗물이 튀는 것 같은 드러밍, 그리고 스페이스 록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코스믹한(cosmic) 일렉트릭 노이즈와 키보드, 감성적인 에테르로 충만한 제이슨 라이틀(Jason Lytle)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밖에 둥둥거리는 베이스와 드러밍이 매우 복고적인 키보드와 건반 악기 아래로 깔리는 “Hewlett’s Daughter”, 신스팝과 그런지가 서로를 예쁘게 긁어대는 “The Crystal Lake”, 가스펠의 영적인 키보드와 어쿠스틱 기타가 어울리다 이내 노이지하고 공격적인 일렉트릭 기타로 몰아치는 과정을 반복하는 “Broken Household Appliance National Forest” 등은 이들에게서 로파이라는 말을 결코 떼어낼 수 없다면 ‘천상의 로파이 lo-fi’라고 붙여주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생산성 없는 작업임에 분명하지만) 이들의 음악 공식을 하나하나 늘어 놓아보면 새로운 것은 없다. 소박한 로파이, 버블검 팝, 엔야(Enya)를 연상시키는 신스 무드, 인더스트리얼 효과음향과 디지털 사운드 텍스쳐… 그러나 그 결과는 놀랄 만큼 매혹적인 화학적 반응으로 나타난다. 진창과 에테르가 이렇게 절묘하게 조우한 예는 드물다. 아마도 그 때문에 그랜대디의 햇살은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마지막 트랙 “So You’ll Toward The Sky”에서처럼 승천을 꿈꾸는 폐기된 아이의 하늘을 떠도는 것은 죽음과의 군무(群舞)를 추는 천사들이다. 이것이 그랜대디의 ‘예쁜 진창(pretty mess)’의 면모다. 20000915 | 최세희 nutshelter@hotmail.com 7/10 수록곡 1. He’s Simple, He’s Dumb, He’s The Pilot 2. Hewlett’s Daughter 3. Jed The Humanoid 4. The Crystal Lake 5. Chartsengrafs 6. Underneath The Weeping Willow 7. Broken Household Appliance National Forest 8. Jed’s Other Poem (beautiful ground) 9. E. Knievel Interlude 10. Miner At The Dial-a-view 11. So You’ll Aim Toward The Sky 관련 사이트 그랜대디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grandaddylandscap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