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y이승열 | Why We Fail | Fluxus, 2011

 

He did not fail.

이승열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것은 ‘시대를 잘못 타고난 전설의 그룹’ 유앤미블루의 맴버였다는 과거 이력이다. 여전히 많은 매체에선 그를 말할 때마다 유앤미블루의 음악이 얼마나 가치 있었는지 강조하고, 그 시대에 인정받지 못한 이유가 한발 앞선 음악성 때문이었음을 언급한다. 하지만 그의 과거를 들어 현재의 이승열에 대해 말하기엔 세월이 너무 많이 흐른 것 같다. 그는 이미 세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한 ‘중견 솔로 뮤지션’이다.

사실 작가주의 성향이 강했던(웨이브 예전 리뷰 참조) 1집 [이날, 이때, 이즈음에](2003)에 비해 좀 더 대중적이었던(몇 곡의 익숙한 사운드트랙이 그대로 실린) 2집 [In Exchange](2007)는, 감미로운 발라드 록 넘버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유앤미블루 시절의 작업물보다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가 보다 많은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큰 호응을 얻어낸 것이 2008년 MBC 음악 프로그램 ‘라라라’에서 원더걸스의 히트곡 “Nobody”를 부른 후였다는 것은, 그만큼 이승열의 음악적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3집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은 충분히 의미 있고, 이유도 있었다.

새 앨범 [Why We Fail](2011)에서 그는 보다 깊숙이 내재되어 있던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만의 독자적 노선을 다지려는 듯 보인다. 앨범의 코드가 대중의 기호에 맞든 맞지 않든, 그에게 그런 것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 점은 우선 음반을 지배하는 뉘앙스로 파악된다. 수록곡 전반으로 묵직하면서도 다소 우울한 기운이 흐르는 가운데, 그가 말하고자 하는 상처와 희망이라는 양단의 메시지가 뚜렷하게 담겨 있다. 음반에 일정한 무게감을 더하는 것이 매우 의도적으로 들린다.

이승열이 직접 디자인했다는 앨범 커버에서도 모종의 태도가 드러난다. 자해한 듯 흠집 난 이승열의 초상이 무심한 표정으로 정면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다. 타이틀은 ‘Why We Fail’,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다. 상처받고 실패를 겪은 자의 지친 외피를 드러내 보이려는 듯하다. 이러한 이미지의 흔적은 초반의 “Why We Fail”, “돌아오지 않아”, “솔직히”, “돈” 등에서 처연히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를 통해 잘 표현된다. 한편 “라디라”는 ‘너의 불꽃은 쉽게 꺼지지 않아’라며 희망의 빛을 살며시 드러내고, “너의 이름”은 ‘민들레꽃은 다시 피어나네’라고 위로한다. “또다시”는 희망의 메시지를 따스한 온기 품은 리듬으로 전달하는데, 간주의 영롱하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는 다소 무거웠던 공기를 한 번에 분쇄시켜주는, 음반의 터닝포인트로 작용한다. 또한 그 뒤로 이어지는 “나 가네”에서 몽환적으로 흔들리는 기타 리프와 ‘난 행복해 넌 행복해’라는 반복적 외침은 비로소 평안을 얻으려는 자의 마지막 위안으로 들린다. 그리고 이는 상처와 희망의 양가적 감정 내지 양극이 맞닿은 역설적 감정을 발산하는 순간처럼 들리기도 한다.

“나 가네”까지가 음반의 기승전결을 마무리하는 본론이었다면, 이후의 네 곡은 번외 편 정도라 할 수 있다. 조금은 숙연하고 진부하게 늘어지는 “Lola”, 공연이 끝난 뒤의 여운을 가시기 위한 앵콜곡 같은 7분짜리 곡 “기다림의 끝” 등이 이어진다. 그리고 계속되는 과도한 감정이입이 부담스러워질 즈음, 블랙코미디풍의 경쾌한 연극 한 편을 보는 듯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한대수가 참여한 마지막 곡 “그들의 블루스”로 인해 그 전까지의 차분한 분위기를 일으켜 세운다.

마치 이승열 자신의 모든 존재를 음반에 투영시킨 듯 느껴지는 이 앨범은, 타이틀에서 드러난 실패에 주목하고 있기보다는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하며 살지만 그럼에도 앞으로의 희망을 기대하는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승열 특유의 음울하고 거친 스토리텔링이 다수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다소 불친절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뿌리 끝까지 진솔하게, 올곧게 드러낸 것 같다는 인상만으로도 [Why We Fail]은 강렬하다. 그의 이야기에 좀 더 자세히 귀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음을 강한 기운을 통해 수긍하게 되는 음반이다. | 정명희 asiya7@naver.com

rating: 3.5/5

 

수록곡
01. Why We Fail
02. 라디라
03. 돌아오지 않아
04. 솔직히
05. 돈
06. 너의 이름
07. 또 다시
08. 나 가네
09. Lola (Our Lady Of Sorrows)
10. 기다림의 끝
11. D. 머신
12. 그들의 Blues (feat.한대수)

멀티미디어

이승열 (Yi Sung Yol) – 돌아오지 않아

관련 링크
이승열 공식 홈페이지: http://www.sybl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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