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913033216-kimkyungho김경호와 김경호의 팬클럽에서 스스로의 앨범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김경호는 직접 인터넷과 PC 통신 게시판에 앨범을 사지 말아달라는 호소문을 올렸다. 김경호의 소속사였던 예당음향 측에서 1월 10일 [김경호 스페셜-너를 사랑해]이라는 제목으로 앨범을 발매했는데, 이는 김경호 측의 직접적인 동의없이 발매했다는 것이다.

김경호는 격앙된 어조로 음반사 측을 비난했다. “삼년이란 세월동안 전속이라는 족쇄를 채워놓고 최선을 다해 일을 해주었건만 계약 끝나고나서도 어떻게 해서든 가수가 망가지든 말든 뭘더 욹어 먹을게 있다고 저도 기억조차 나지도 않는 곡들까지 앨범 속에 집어넣고서는, 제목도 없는 곡들도 자기네들 마음대로 제목을 끼워맞춰 수록을 한 같더군요.” 김경호는 이번 앨범이 자신과는 전혀 동의가 되지 않은 ‘졸속품’이라고 주장했다.

사정은 이렇다. 3년동안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 음반사 측은 김경호의 기존 곡과 발표되지 않고 미완성 상태로 음반사에 보관되어 있던 김경호의 곡 4곡을 모아 앨범을 발매한 것이다. 김경호 측에서 특히 반발하는 것은 본인과 동의하지 않았고, 완성도가 떨어져서 버리다시피 했던 곡을 모아서 앨범을 발매하여 가수의 이미지를 실추시켜버렸다는 데에 있다. 이에 천리안 김경호 동호회 등에서는 예당음향의 모든 음반에 대해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강력한 대응을 벌이고 있다.

이와 같은 음반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전속 기간동안의 모든 곡이 소속사에 귀속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당음향 측은 앨범 발매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만약 이 사건이 소송으로까지 간다면, 김경호 측이 계약에 충실했는가에 따라 판결이 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판례에서는 대개 음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전속 기간동안 계약한만큼의 음반이 모두 발매되었다면 음반사에서는 그 이상의 음반을 발매할 수 없다. 이미배, 정태춘 등 가수의 동의없이 기존의 곡을 이용하여 베스트 음반 등을 제작하여 발매했던 유사한 사례에서 법원은 음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편 작년에도 에코와 소속사인 뮤직 디자인 간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예당음향은 작년에 한스 밴드와의 전속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사건은 가수가 자신의 ‘작품’을 통제한다는 기본적인 권리 문제, 가수에게 턱없이 불리한 ‘전속 계약’ 등의 해묵은 가요계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사례로 보인다. 또한 ‘약자’의 호소가 PC 통신,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전파되고 있어 인터넷 상의 ‘음악공동체’의 힘을 가늠하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 같다. 20000115 | 이정엽 evol21@wepp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