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밍 립스(Flaming Lips)처럼 싸이키델릭한 록 음악을 콘서트에서 연주하기는 쉽지 않다. 콘서트를 보러온 사람들에게 적어도 음반만큼의, 혹은 음반 이상의 음악의 즐거움을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콘서트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970년대의 이른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은 현란한 시각적 효과를 이용한 라이트 쇼에 의존하거나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불러오기도 했다. 플레이밍 립스의 리더인 괴짜 웨인 코인은 플레이밍 립스의 ‘기괴한’ 음악의 경험을 콘서트에서 어떻게 전할까 골몰하다가 색다른 해법을 발견했다. 그는 평소에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게 습관이었다. 이렇게 하면 미세한 사운드도 들을 수 있고 신체적으로 음악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CMJ] 최근호(2000년 2월호)에 따르면, 그는 얼마전 열린 ‘The Music Against Brain Degeneration Tour’에서 해결책을 선보였다. 인근 라디오 방송국에 의회하여 공연 실황을 생중계하고, 청중들에게 소형 라디오 수신기를 나눠준 다음 적당한 볼륨으로 콘서트 사운드를 스피커와 라디오 리시버 양쪽에서 즐기도록 한 것이다. 웨인 코인은 실험적인 콘서트에 만족한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라디오와 헤드폰을 회수하는 일이었다고. 코인은 2월에 열릴 플레이밍 립스의 미국 순회공연에도 이런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이런 방식이 순회공연 산업 전체를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특유의 농담을 잊지 않았다. “‘라우드스피커는 필요없다! 이제 사람들은 헤드폰을 쓰고 콘서트에 올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많은 사람들은 음악 들으러 콘서트에 오는 게 아니라 어제 자른 머리를 자랑하고 여자애들 구경하러 오거든요.” 20000126 | 이정엽 evol21@weppy.com 관련 글 Flaming Lips [The Soft Bulletin] 리뷰 – vol.1/no.8 [19991201] 관련 사이트 플레이밍 립스 공식 홈페이지 http://www.flaminglip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