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양창근, 갓세븐, Mogwai의 새 앨범과 컴필레이션 음반 [Sound Providers Of Korea]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양창근 | 오래된 마음 | 2014.01.21
양창근

최성욱: 듣는 내내 붕가붕가레코드 소속의 생각의 여름이 생각났다. 투박한 기타 톤, 나지막하고 여린 목소리, 단출한 구성. 그러나 좀 더 직선적으로 서정을 그려내고, 직설적으로 말을 하고, 기타 선율 바깥을 수수하게나마 장식을 한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아슬아슬하게도 팬시한 포크음악으로 넘어가지 않고 구심점을 지켜냈다. 노랫말과 기타 톤이 겉돌지 않고 잘 스며든다. 8/10
한명륜: 로파이형 어쿠스틱 사운드(“오래된 마음”, “우린”)와 얼터너티브 초기의 무게감(“장마”), 근래 들어 클리셰처럼 사용되곤 하는 리듬 커팅(“고백”) 등이 순차적으로 배열돼 있다. 각각의 스타일은 완성도가 높지만 과연 신의 전체적 분위기 안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 그가 처음 등장했던 시기가 2008년경임을 감안하면, 어쩐지 뮤지션으로선 억울할 부분도 있겠다. 그러나 아르페지오 전반을 부드럽게 엮어가는 보컬의 멜로디(“눈이 내리면”) 감각은 범상치 않다. 소구력 있는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범작이다. 7/10

 

 

갓세븐 | Got It? | JYP엔터테인먼트, 2014.01.20
갓세븐

미묘: 타이틀 “Girls, Girls, Girls”도 포함된 음반의 전반부는 이질적인 음악의 덩어리들이 번갈아 등장하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곡 구조의 파편화를 음악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 이런 방식이 때로는 거의 턴테이블리스트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를 통해 아이돌의 맥락 속에 도프(dope)한 색채를 적용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해내고 있다. 그러나 중후반부의 ‘더 아이돌적인 곡들’은, 통일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반의 일관성을 치명적으로 해친다. 원더걸스를 클래식의 반열에 스스로 올리는 행동은 민망할 수는 있으나 어떤 식으로든 흥미로운 부분. 5/10
블럭: 힙합 그룹을 표방하지만 포장이나 내용 어디에도 힙합은 없다. 그냥 2PM이 했어도 별반 달라질 게 없는 곡들이다. “Girls Girls Girls”는 힙합에서 가지는 자기과시의 면모를 보여주려고 하지만, 내가 잘났으면 그냥 잘난 것이지 그 어느 힙합 곡도 이렇게 구질구질한 부가 설명을 쓰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보컬이 많다고 해서 힙합이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다. 다만 힙합 그룹을 표방하려면 적어도 가사는 직접 쓰든가, 그게 안 되면 래퍼에게 맡기는 정도의 선택은 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5/10
한명륜: JYP가 그들의 방식으로 가장 진화한 면모를 보인 것 같다. “Girls Girls Girls”의 경우 그간 심플함과 아이디어 부족의 경계를 위태위태하게 오가던 보컬 라인 작법이, 차라리 심플함의 극을 달리면서 간명한 힘을 얻었다. 2PM 때까지만 해도 이질적이고 어울리지 않게 튀던 신서사이저 음은, 은밀하고도 불길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가사에 담긴 욕망을 잘 표현한다. 다만 “Playground”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곡들이 비슷하게 들린다는 건 생각해볼 일이 아닐까. 6/10

 

 

V.A. | Sound Providers Of Korea | 2014.01.22
Sound Providers Of Korea

블럭: 발표한다고 보도자료를 선보인 뒤 한참이 지나서야 앨범이 나왔다.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앨범 곳곳에서 ‘2013’을 외치거나 그 당시를 이야기할 때 느껴지는 아이러니함은 각오했나 싶다. 사운드 프로바이더스의 명성은 유효할지 모르나 힙합 팬의 입장에서 새로울 것 없는 비트는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게스트들이 다양한, 전반적으로 좋은 랩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6/10

 

 

Mogwai | Rave Tapes | Sub Pop, 2014.01.23
Mogwai

최민우: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인 연주와 구성, 서늘한 안개를 두른 듯한 무드가 인상적이다. 이채로운 트랙이라면 모과이 버전의 일렉트로/디스코라 할 만한 “Remurdered”겠지만 그 외의 곡들 역시 과장되지 않은 전개와 선율 뒤에 긴 여운을 남긴다. 노호하고 토로하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모과이는 모과이다. 18년차 베테랑 록 밴드가 잘 통제된 낭만으로 만들어낸 훌륭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8/10
최성욱: 기존의 비장감 넘치는 무드는 이어가되 좀 더 다채로운 사운드 메이킹을 해보려는 시도가 보인다. 그러나 오밀조밀하고 빽빽하던 기타 사운드가 다소 헐거워졌다. 헐거워진 틈 사이로 신디사이저와 이런저런 전자음들이 다소곳하게 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역동적으로 섞이지는 못한다.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