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스 아티스트 – 라이브클럽, 신가요 – Euphoria Record, 2000 ‘인디’안에서 ‘인디’ 넘어서기 제목부터 당황스럽다. ‘신인디’도 ‘신언더’도 아닌 ‘신가요’란다. 그러고 보니 ‘인디’가 하나의 장르나 유일한 ‘태도(attitude)’라는 오해도 이제는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그럼, 이렇게 ‘신가요’라는 대담한 제목을 과감히 자신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붙일 수 있는 클럽은 어디일까? 알아봤더니 ‘라이브클럽’이란다. 어떤 라이브클럽이냐고 물었더니, 클럽 이름이 ‘라이브클럽’이란다. ‘라이브클럽’은 분명 일반적으로 ‘인디’ 씬이라고 부르는 경향에 비해 몇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테크노를 제외한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을 한다는 점(‘마스터플랜’이 선배격이었으나 지금은 자신들의 표현대로 ‘한국 언더 힙합의 전당’의 느낌이 강해져 버렸다)이나, 속칭 ‘오버’에서 잘나가던 엔지니어 겸 프로듀서가 운영하고 있다는 점, 홍대의 클럽가를 벗어난 주택가에 위치한 점, ‘인디’적인 태도를 은연중에 강하게 풍기던 ‘스팽글’이나 클럽 공동체를 지향하던 ‘빵’, ‘드럭’과도 다른 나름의 비즈니스 감각과 그에 따른 클럽공연과 음반제작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는 최근의 시도들을 보다 전문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클럽운영자인 김은석씨가 운영하는 ‘유포리아 레코드’를 통해 클럽 멤버들의 음반제작을 하고 있다) 등… 누가 뭐래도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가진 밴드들의 공존이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모던 록, 힙합, 얼터너티브, 헤비 메탈, 펑크, 하드코어까지 (테크노를 제외한다면) 현재 언더그라운드에 있는 모든 스타일을 보여준다. ‘신가요’ 앨범에도 그 특징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허나, 앨범을 가만히 들어보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두 가지 경향이 느껴진다. 하나는 크로스오버적인 느낌이며, 또 하나는 1970년대 흑인 음악이 갖고 있는 훵키한 그루브의 느낌이다. 오션이나 한음파, Beyond The Age 같은 밴드를 모던 록과 얼터너티브, 메탈로 구분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음악을 들으면 그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절정신운 한아나 Sniper 같은 힙합에서도 최근의 경향에 비해 좀더 훵키하고 소울적인 그루브가 느껴진다. 이런 경향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느낌을 주는 Be&Fly의 곡에서처럼 힙합 이외의 장르에서도 느껴진다. 몇 가지 이유를 떠올려 볼 수 있다. 프로듀서이자 엔지니어, 클럽 운영자인 김은석의 음악적 성향이 관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 다양한 장르의 접목이라는 클럽의 성격이 밴드들의 음악에 변화를 주었을 가능성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점은 그 결과물이 최근 인디 씬의 경향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앨범 전체의 어레인지나 사운드 등이 잘 짜여져 있다는 전체적인 느낌말고도 수록곡 하나하나가 나름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인디 씬을 하나의 경향으로 묶어내는 작업의 유의미함을 떠나 이미 나름의 경계가 주어져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라이브클럽’의 모델은 인디 씬의 주류는 분명 아닌 듯 싶다. ‘카바레’의 유별남도, ‘마스터플랜’의 쌈박함도, ‘드럭’이나 ‘스팽글’, ‘빵’의 완고함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에서 ‘라이브클럽’의 모델은 의미가 있다. 물론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겠지만, 관심있게 지켜볼 만한 이유가 분명 있다. 이 앨범의 곡들은 아래에 자신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고정된 ‘인디’의 구획을 지나 다양한 가능성을 이미 현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음악에 ‘신가요’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되었다. 이것은 새로운 하나의 장르를 만들려는 시도가 아니다. 우리의 음악은 형태적으로 매우 다양하며 때론 익숙하고 때론 낯설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음악의 형태를 불문하고 새로운 것, 자신의 것을 만들어나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자신의 위치를 언더그라운드라는 좁은 폭에 국한시켜 음악 외적인 모호한 정체성을 구호로 외치는 입장이 아니라 좋은 노래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려 한다. 따라서 우리는 ‘기존의 가요에 대해 또 하나의 발전적인 시도를 제시한다’는 의미를 드러내는 단어로서 ‘신가요’를 선택하였다.” — from 라이브클럽 20000829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6/10 수록곡 1. 연가 – 오션 2. 사진 – 한음파 3. One 4 Da Money – 절정신운 한아 4. Sky Jam – 시베리안허스키 5. 無 – Beyond The Age 6. 침몰 – Cyclo 7. 두근두근 – Dance Sister Dance 8. 꼭해라 – Be(e)&Fly 9. 오늘 – Fool StaR 10. 힙합에 이 한몸 바치리 – Sniper 11. 감시카메라 – 풀린개 12. 겨울 – 아이린 13. Waltz – 채송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