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ika – Good Looking Blues -Too Pure, 2000 과도한 절충주의,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과도한 절충주의(eclectic) 작품을 대할 때의 반응은 또한 절충적이다. 즉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하는 식이다. 혹은 라이카(Laika)처럼 실험성과 대중성, 테크노와 록–약간은 전자음에 치우쳐 있기는 하지만–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미묘함에 대해서는 라이프니츠(Leibniz)가 내린 미학의 결론, 즉 “무언가 알 수 없는 것(Je ne sais quoi)”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이들은 “음악도 잘 만들었고 듣기도 좋은데 별로 할 말은 없다.” 물론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디제잉(DJing) 기법의 시대에 걸맞게 ‘절충’ 그 자체를 높이 평가할 수도 있다. 벡(Beck)이나 스테레오랩(Stereolab)이 그렇다. 정확하게 말해서 이들 아티스트는 대중 음악 ‘평론계’가 추켜세운 것이다. 상대적으로 라이카의 경우는, 혹시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큰’ 주목을 받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음악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하자면 라이카는 포스트록(post-rock) 씬에서 일렉트로니카에 가깝게 접근해 있는 그룹들 중의 하나이다. 이번 앨범 [Good Looking Blues]는 이들의 세 번째 앨범이다. 장르 명칭을 나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드림팝(적인 보컬) + 앰비언트(적인 음색) + 트립합(적인 리듬) + 포스트록(적인 편성)’으로 공식화할 수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앨범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유지된다. 분위기는 조금은 심각하고 때로는 나른하지만, 그래도 들을 만하다. ‘모두 잠든 후에’ 틀면 잘 어울릴 정도로 약간은 몽환적이지만 그것도 정확한 묘사는 아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하는 마가렛 피들러(Margaret Fiedler)의 명료하면서도 동시에 주술적인 보컬은 진짜로 “Je ne sais quoi”이다. 한가지 확실한, 그리고 칭찬할 만한 점은 한 곡 한 곡의 편곡이 완벽하다는 점이다. 7분을 넘나드는 긴 곡도 절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사운드와 반복적인 리듬의 운용이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다시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가 보자. 이처럼 ‘잘 만든 음악’이 왜 ‘주목할 만한 시선’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을까? 역설적이지만 ‘너무 잘 만들어서 도리어 재미없는’ 불행한 결과가 이 앨범에 해당되는 듯하다. 특별히 거슬리지 않는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혁신적인 어떤 것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앞서 거론한 벡이나 스테레오랩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그들의 음악에서 ‘어떤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테크노도 아니고 록도 아닌, 특별히 복고풍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래 지향적인 것도 아닌, 모던 록보다는 훨씬 사이키델릭하지만 트랜스에 미치지는 못하는 이와 같은 감수성은 뛰어난 절충주의지만 동시에 범작(凡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필자가 변덕스러운 것인지 음악이 문제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이 앨범의 독특한 분위기와 편곡의 우수함은 놓치기 아깝다. 리뷰마저 ‘절충적’이 되어버렸다. 20000826 | 이정엽 fsol1@hananet.net 6/10 수록곡 1. Black Cat Bone 2. Moccasin 3. T. Street 4. Uneasy 5. Good Looking Blues 6. Windows’ Weed 7. Glory Cloud 8. Go Fish 9. Badtimes 10. Knowing Too Little 11. Lie Low 12. Single Word 관련 사이트 소속 레이블 사이트에서 라이카 페이지 http://www.toopure.com/artists/laika/laika.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