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볼 날짜: 2000년 1월 18일 오후 5시반 장소: 강아지 문화예술 스튜디오 마이 앤트 메리의 밴드 경력은 그리 짧지 않다. 군대 등의 문제 때문에 꾸준히 이어져온 것은 아니었지만, 스쿨 밴드 시절을 제쳐놓더라도, 초기 ‘드럭’에서 모습을 드러낸 때부터만 따져도 햇수로만 따지면 꽤 여러 해가 지났다. 그리고선 작년 가을에서야 데뷔 앨범이 나왔다. 첫 앨범을 내는 일은 밴드를 시작하는 이들이 갖는 첫 목표 지점이다. 그리고 앨범을 낸다는 것은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직접적인 음악 전달 방식에서 앨범을 매개로 한 보다 간접적인 음악 전달 방식으로 확장함을 의미한다. 공연뿐 아니라 라디오, 레코드를 통해 무차별적인 대중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단지 ‘자기만족’에서 음악을 하는 시기는 (아쉽지만) 지나가 버렸다. 이런 (어정쩡한 위치에 서있는?) 밴드의 고민은 무엇일까?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한 어수선한 강아지 문화예술의 사무실 한켠에서 마리 앤트 메리의 멤버 세 명을 만났다. just pop ra 마이 앤트 메리 “선데이 그리고 일요일” “선데이 그리고 서울”이라는 곡은 앨범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인디계의 히트 곡’이었다. 혹시 본인들은 지겹지 않을까. 앨범 만들기 전부터 수도 없이 불렀고, 그리고 앨범을 만들 때에도 수없이 반복했을 것이고, 그 이후에도 기분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맨날 똑같은 곡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프로페셔널하게(물론 이 말에는 뮤지션이 되어 밥먹고 산다는 것말고도 많은 뜻이 답겨있을 것이다) 음악을 하는 밴드라면 ‘숙명’이다. 그럴 때의 기분은 어떨까. 매번의 공연을 신선하게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그 비결은 없을까? 한진영(베이스) :연습할 때도 연주를 다르게 하는 방식으로 할 때가 많거든요. 그런 식으로 방법을 찾는 거죠. 지겨운 건 사실이죠. 2백번 3백번 더 한적도 있고… 그런데 공연 분위기마다 다 달라요. 이재윤(드럼) 댄스 가수들도 그렇죠, 예를 들어 유승준 같은 사람도 얼마나 지겹겠어요? 예를 들어 공연할 때 사람이 몇 명 왔는가에 따라서도 다르고… 공연 전부터 사람들이 들떠있는 경우가 있고, 어떨 때는 팔짱을 끼고 있을 때가 있어요. 전자 때가 더 좋죠. 마이 앤트 메리를 처음 본 건 몇 년 전 지금은 ‘스팽글’로 바뀐 ‘태권 브이’에서였다. 그렇다면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를까. 정순용(기타 보컬) : 기본적인 느낌이라는 건 비슷해요. 그때는 우리가 중요시했던건 연주하는 순간의 기분이었고, 지금 달라진 건 우리도 중요하지만 듣는 사람도 신경을 쓰는거죠. 공연 자리에 나온 팬과의 관계, 청중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는 건 분명히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다. 특히 자기몰입을 중시하는 음악보다는 마이 앤트 메리처럼 ‘우리는 팝’이라고 내세우는 밴드에서는 팬과의 관계가 더 중요할 것이다. 마이 앤트 메리는 ‘just pop’이라는 문구를 앨범의 홍보 문구로 삼았다. 이 말은 꽤 ‘도전적’이다(이를테면 ‘하드코어’라는 단어보다 백배는 도전적이다). ‘just pop’이란 말을 통해 어떤 태도로 음악을 하고 싶었을까, 그리고 어떤 음악을 하고 싶었을까. 한진영 : 며칠전에 KBS를 보다가 티어스 포 피어스 Tears For Fears가 나왔거든요.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이런 노래가 나왔거든요. 이 노래를 듣다보니까 ‘이런게 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 장르를 명확히 지어서 말하기 보다는 그냥 ‘좋은 음악’이라는 거죠. 극으로 가지 않는 음악, 예를 들어 하드코어라고 하면 극에 닿아있는 음악이잖아요. 정순용 : 음악적으로 말하면 흔히 알고 있는 ‘팝’이죠. 멜로디나 이런거… 공연 때 왬(Wham) 같은 음악도 하고 그래요. ‘좋은 팝’이라 그러는데 ‘앨범은 깨드라’ 그러면 할 말 없는 거죠. 우리가 그 정도까지는 못하지만 우리 머리 속에는 더 좋은 음악이 있는거고, 노력하면 그 정도까지 할 수 있는거죠. ra 마이 앤트 메리 “언젠가 내게” 데뷔 앨범과 강아지 문화예술 강아지 문화예술이라는 곳은 하나의 인디 레이블이기도 하지만 독특한 문화집단이기도 하다. 인디 레이블 중에서 ‘실험적인’ 음반을 많이 냈기 때문에 강아지에 대한 인상은 강렬하다. 원래 ‘강아지 식구’가 아니었던 마이 앤트 메리가 강아지에서 데뷔 앨범을 내게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마이 앤트 메리의 ‘just pop’이 강아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릴까. 어떤 음악이든 마찬가지지만 특히 보컬이 중요한 ‘팝 음악’이라면 프로듀싱은 더 중요할텐데. 정순용 : 저랑 진영이랑 데모 작업 하고 있었는데, 종우형(원종우; 배드 테이스트의 멤버)이 다리를 놔주었어요. “니네 강아지에서 앨범 내봐라” 그래서 데모 앨범 들고 강아지를 찾아왔죠. 종우형이 적극 ‘뻥튀기’를 해줬죠. 이재윤 : 앨범을 처음 해보는 거잖아요. 라이브에서 연주하는 음악이 너무 익숙해져있었는데 녹음실에서 맞춰서 악기 하나씩 씌우고 그러다보니까 너무 정형화되는 거 같은 거예요. 원래 우리 스타일이 할 때마다 다 다르게 연주하거든요. 앨범 녹음하려니까 똑같은 걸 안 틀리게 해야하잖아요. 답답했죠. 정순용 : 그래서 방편으로 어떤 노래는 의자에 누워 편하게 부른다거나(“말을 해”) 어떤 노래는 장난으로 만취상태에서 노래를 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Pray”). 우리 음악이 지겨운 면이 있으니까 새로운 변화를 줘봤어요. 한진영 : 우리가 작업을 직접 대부분했거든요. 어려운 점은 우리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악기가 거의 없어서, 머리 속에서는 생각이 왔다갔다 하는데 강아지에 있는 장비 이거저거 갖다 써보고 그런 식으로 하느라고 힘들었어요. ra 마이 앤트 메리 “강릉에서” 추억, 일상의 쓸쓸함 마이 앤트 메리의 음악에서 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큰 편이다. 마이 앤트 메리의 가사는 무언가 아련함이 묻어있다. 과거의 기억, 추억, 그리움의 정서가 담겨있다. “선데이 그리고 서울”은 따분한 일상을 단절된 가사 속에 잘 새겨넣어 쓸쓸함을 전해준다. “강릉에서”는 무언지는 구체적으로 잘 알 수 없지만 어떤 과거의 사건을 담았다. 일상의 자잘한 느낌을 적는 것이 이런 류의 음악의 추세이기는 하지만 보다 과거를 바라보고 있고 무언가 쓸쓸함이 묻어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세대의 정서란 어떤 것일까. 이 세대와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정순용 : 가사는 무슨 일이 있으면 그냥 써요. 예를 들면 군대를 갔다왔다면 군대의 기억을 그냥 쓰는거죠. 낯선 일은 별로 없고 있었던 일을 일기 비슷하게 끄적거렸던 걸 곡으로 만드는 거죠. 그래서 주로 지난 일들을 얘기하는 거죠. 주로 가사를 먼저 쓰는게 더 많아요. 열 곡이면 여섯 일곱 곡은 가사를 먼저 써요. ra 마이 앤트 메리 “pray” ‘프로페셔널 인디 팝 밴드’ 한국에서 인디 밴드가 활동하는 환경이 안좋다고 투덜거릴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서도 ‘인디’로서 자기 음악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앨범 만 장이 팔리는 밴드’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때까지 ‘버티기’ 위해서도 꽤 경력이 되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몇 천 장이 팔리는 게 일단은 목표일텐데… 이제 첫 앨범을 낸 밴드에게는 너무 이른 질문일까. 이재윤 : 우리가 나이도 어정쩡하잖아요.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지만 집에서는 ‘너 뭐하냐’ 그리기도 하고… 각자 자기 직업을 갖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건 원하지 않아요. 한진영 : 밴드만으로 경제적인 게 해결될 것같지는 않아요. 뒷받침이 있을 때 마음 편하게 밴드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밴드 활동 초기에 만든 “선데이 그리고 서울”가 상당히 인지도를 얻었다. 그리고 확실히 ‘괜찮은 팝’이다. “강릉에서”도 ‘라디오 프렌들리’한 곡이어서 종종 방송을 타는 모양이다. ‘다음’이 문제다. 앞으로의 음악적 방향은 어떤 걸까. 앞으로 먼 얘기지만 인디 밴드로서는 두 번째 앨범이 관건이다. 한진영 : 차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를 틀었는데 “강릉에서”가 나오는 거예요. 처음에는 테입을 튼 줄 알았어요.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그렇지만 우리 음반을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어요. 좋은지 나쁜지…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는 게 더 정확할꺼예요. 이재윤 : 뒤에서 드럼만 치니까… 나름대로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스타일이 있으니까 기회가 되면 노래도 해보고 곡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한진영 :오케스트라 같은 걸 써보고 싶어요. 밴드 색깔이 너무 나지 않는 현이나 다른 악기를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돈이 많이 들죠. 신시사이저로는 리얼 녹음하는 거랑은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원하는 사운드가 안나올꺼 같애요. 정순용 : 1집은 너무 힘들었거든요. 처음 하는 거니까 정신도 없고… 2집이 중요할꺼 같애요. 인디 중에서도 아류의 하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특별한 ‘실험’을 하는건 의미가 없는 거 같애요. 20000217 | 이정엽 evol21@weppy.com 관련 글 마이 앤트 메리 [마이 앤트 메리] 리뷰 – vol.2/no.2 [2000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