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그거 요즘에 뜨는 댄스 그룹 이름이냐? 먼데 그렇게 난리야? 록 밴드 이름도 아니고 댄스 그룹 이름도 아니다. MP3란 MPEG layer 3의 약자로서 원래 동영상 압축 기술에서 오디오와 관련된 기술만을 분리시킨 것이다. 복잡한 기술적인 얘기는 며느리도 모르므로 접어두기로 하자. 다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3분짜리 한 곡이 CD의 음질 과 맞먹는(선전과는 달리 똑같지는 않다) 3MB 정도의 작은 크기의 디지틀 파일로 만들어진 다는 것만 기억해두자. 일반 CD의 용량이 640-650MB 정도임을 감안할 때 무려 10-11배가 압축되는 것이다. 비틀스의 곡 전체가 MP3 CD 한 장에 들어간다. 이 기술이 개발된 것은 오래되었지만 인터넷 등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다. LAN이나 전용 선을 이용하면 1분 정도, 모뎀을 이용하더라도 20-30분 정도면 충분히 한 곡을 받을 수 있 다! . CD 따위는 잊어버려, 여기 MP3가 있자나 “MP3? 그거 좋은 건 알지… 그치만 난 컴퓨터도 없고 주로 학교에서 컴퓨터를 쓰거든. 컴퓨 터를 살 돈도 없고 수백만원짜리 컴퓨터를 사는 건 사치야. 나한테 MP3는 그림의 떡이자 나.” “난 컴퓨터는 있지만 집에 붙어있는 시간이 별루 없어. 그래서 그냥 워크맨이랑 디스크맨 갖구 음악 들어야겠어. 난 지금도 만족한다구.”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대답해줄지 모른다. “야, 워크맨이랑 디스크맨 갖다버려. 여기 MP3맨이 있자나.” 작년 미국의 디지틀 다이아몬스라는 회사에서는 ‘리오(Rio)’라는 이름의 대용 MP3 플레이 어를 시판했다. 담배갑만한 크기에 1시간 용량의 음악을 저장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들을 수 있다. 가격은 200달러. 소니 워크맨이 처음 나왔을 때 가격이랑 같다. 케이블을 이 용하여 컴퓨터에 저장된 MP3 파일을 휴대용 MP3 플레이어에 간단히 옮긴 후 갖고 다니면 서 들으면 된다. 이 기기는 복잡한 메커니즘 때문에 고장이 잦던 워크맨에 짜증나하고, 가방에 CD 플레이어 를 넣고 다니면서 음악이 튈까봐 노심초사 사뿐사뿐 걸어다녀야 했던 성미 급하고 활동적인 음악 매니아를 유혹한다. “당신은 조깅할 때도, 번지 점프할 때도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 다.” ‘리오’의 광고 문구다. 국내 벤처 중소기업과 대기업도 속속 휴대용 MP3 플레이어를 내놓았다. 이제 CD는, LP가 그랬던 것처럼, 골동품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 까지 나온 휴대용 MP3 플레이어는 아직 과도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신은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1시간 분량의 음악만을 들을 것인가? 그래서 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하여 용량 을 크게 늘린 MP3 플레이어가 곧 나올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그렇지만 기술의 최종 종 착지는 MP3 디스크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쓰기가 가능한 CD에는 대략 MP3 파일 150-200개를 저장할 수 있다. 오디오 CDP처럼 집에 놓고 쓸 수 있는 것은 이미 기술 개발이 완료되었고 그 다음은 휴대용이다. 이걸 갖고 다니면서 들을 수 있다면? ‘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그렇지만 MP3가 꼭 이렇게 잘 나간다는 보장은 없다. 음악 산업은 기술 그 자체의 비약적 인 발전에서 오히려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음악 산업의 두려움은 ‘ 대박’을 터뜨려놓고도 돈을 벌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값싼(혹은 공짜) MP3가 있는데 누가 비싼 CD를 사겠는가? MP3가 인터넷을 통해 여기 저기로 맘대로 옮겨져서 동일한 음 질의 복사본(원본?)이 음악 산업이 모르는 채 수도 없이 돌아다닐 수도 있다면 음악 산업에게는 ‘악몽’이다. 그래서 RIAA(미국 음반 협회)는 ‘리오’가 시판되는 것을 결사 저지하고자 했다. 이 기기는 디지틀 녹음기이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판매되어서는 안되며, 만약 판매될 때는 음반 회사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 떠돌고 있는 MP3 파일은 거의다 불법이라는 것이다. 재판 결과 ‘리오’는 MD나 DCC와 같은 디지틀 녹음기가 아니라 단순 재생기이기 때문에 판매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만약 ‘리오’에 로열티를 물려야 한다면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도 로열티를 물려야 하나? RIAA를 비롯한 음악 산업이 궁지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것은 아니 다. 음악 산업은 집집마다 케이블 모뎀이 연결되기 전에 MP3 강력한 암호화 프로그램을 개발 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것이다. 한 번 유료로 다운받은 MP3는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없 다. 그리고 이들의 생각대로만 된다면 MP3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자들은 바로 이들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된다면 음악 팬과 뮤지션들에게도 좋은 일일까? 누가 MP3를 두려워하는가? 새로운 음악 테크놀로지가 개발되었을 때, 두려워하고 머뭇거리고 그 발전에 제동을 걸어온 것은 보수적인 음악 산업이었다. 어리석고 음악 산업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과거의 산업적 관점이라는 백미러를 통해서만 사태를 파악하고 여기에 끼워맞추려고 안간힘을 쓴다. 언제부터 우리에게 음악이란 것이 공해 덩어리인 플라스틱 판이었던가? 언제부터 음악이 라 디오 방송에 적합한 3분짜리 싱글이었던가? 언제부터 음악이 앨범 단위로만 팔리게 되었던 가? 우리에게 음악은 형태없이 공중을 떠돌며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어떤 것 아니었던 가? 그리고 언제부터 우리는 음악 산업을 통해서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던가? 인터넷과 MP3는 음악 산업과 유형의 틀로부터 음악을 ‘해방’시키고 음악의 본성을 실현시 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매체로 부상하고 있다. 대량 복제되고 대량 유통되는 대중 음악 은 생산과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음악 산업을 통해서만 우리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우리는 음악 산업이 ‘판단’하여 생산하고 유통하고 홍보하는 노래들만 들었다. 그러나 값싼 디지틀 기술을 이용해 누군가 혼자 집에서 만든 ‘DIY(do-it-yourself)’ 음악을, 인터넷을 이용하여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들을 수 있다. ‘판단’의 많은 부분은 음악의 직접 생산자인 뮤지션과 수용자인 음악 팬들의 몫으로 환원되고 있다. 물론 대중 음악에서 음악 산업이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역할이 폐기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재를 ‘발굴’하고 스타를 만들고 홍보하는 것은 여전히 그들의 몫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에 빨리 적응하는 자들이 음악 산업의 지도를 바꾸어놓을 것이다. 그렇지만 확실 한 것은 음악 산업의 힘이 예전과는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19990701 | 이정엽 evol21@weppy.com 관련 사이트 http://www.mp3.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