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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에 사촌 누나 결혼식에 갔다가 돌아오는데 그 전세낸 버스 속에서 갑자기 아줌마들과 아저씨들이 벌떡 일어나더니 뽕짝을 틀어놓고 그 유명한 관광버스 춤을 춰 대는 것이었다. 막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잠이 들려던 나는 잠이 확 달아나는 것을 느끼면서 순간 짜증지수가 급상승, 뾰루퉁해서 버스 구석에 쳐박혀 CDP 볼륨만 최고로 키워놓았다.

하지만 버스 속의 그 대단한 앰프 용량을 내 이어폰은 미처 따라 갈수가 없었고 특히 CDP에서나오는 메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음악과 뽕짝은 극히 짜증스런 불협화음을 만들어 냈기에 결국 투덜거리며 CDP를 꺼버리고 2시간만 참아 내기로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만일 서울-대전이 아니라 서울-부산 과 같은 거리였다면 어떻게 했을 지. 음… 끔찍한 상상이다.) 처음에는 제발 버스 사고라도 나라고 맘 속으로 빌고 있었는데 교통사고는 꼭 원하지 않을 때만 찾아 오는 법인지라. 버스는 순조롭게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이제 시끄러워서 잠도 못자는 지경이 된 나는 순간 포용의 자세를 발휘해서 뽕짝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춤추는 모습은 아무리 관용정신을 발휘해도 용서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뽕짝 remix에는 풀리지 않는 신비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럼 우선 어제 발견한 사실을 정리해보면,

첫째, 어느 뽕짝을 막론하고 기본 리듬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어제 들은 뽕작 메들리는 여러 종류였다.. 아마도 기사가 다종 다량의 뽕짝 테푸를 보유하고 있는 듯 했다. 역시 전문적인 관광버스기사! 그런데 그 많은 뽕짝의 드럼과 베이스는 절대 변하지 않았다. 놀라운 일관성, 단지 멜로디 라인과 그 특이한 보컬톤만 변하고 드럼과 베이 스는 요지 부동..! 즉,

와 같은 형태를 고수하고 있었다. 베이스는 달랑 두가지 음만 죽어라 하고 반복의 반복을 하고 있었고 이 형태는 모든 뽕짝의 절대표준인 듯했다. 위와 같은 마디가 3번 반복된 뒤 1번의 tom 연타, 이건 뽕짝의 공식, 게다가 여기서 한가지 악기만 “뿅~뿅~” 소리로 대체해도 뽕짝의 정체성은 강화되는 듯 했다. 어찌보면 이 리듬 라인이 뽕짝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뽕짝의 악기 구성은 아주 단순하다.
어제 들었던 뽕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베이스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으로 말이다. 단지 베이스의 여부를 제외하곤 악기 구성은 완벽히 일치 했다.

부류 1 : 드럼, 키보드, 베이스
부류 2 : 드럼, 키보드

베이스가 쓰인 곡에서는 키보드는 주로 멜로디 라인을 연주하거나 보컬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 반면 베이스가 쓰이지 않은 곡에서는 키보드는 멜로디를 연주하지 않고 베이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 때의 베이스 역할이란 위에서 말했듯이 두 가지 음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베이스가 쓰이지 않은 곡에서는 키보드가 그 기본 음색(?)에 충실하고 있는 반면 베이스가 쓰인 곡에서는 키보드가 주로 피리 소리나 아코디언의 소리 음원을 호출해서 사용하고 있었던 것도 한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셋째, 장르를 불구하고 그 정체성을 잊지 않는 놀라운 보컬!
흔히 뽕짝으로 리믹스가 되는 곡에는 트로트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요즘은 그 추세 가 많이 바뀌었는지 한창 잘 나가던 댄스가요와 심지어는 발라드, 포크 송 까지 장르를 구 분하지 않고 뽕짝으로 환골탈태 시키고 있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아무나 따 라할 수 없는 그 놀라운 보컬이었다. 그 놀라운 목소리의 바이브레이션이 모든 가요의 뽕짝 화를 가능하게 하는 원흉이었던 것이다. 그 어떤 노래를 막론하고 뽕짝 보컬이 그 노래를 부르는 순간 그 노래는 뽕짝으로 변신하여 우리에게 다가온다. 게다가 보컬에게 헬륨을 마 시게 한 뒤 노래를 부르게 한건지 아니면 음성변조를 한 건지 그 ‘냥냥’ 거리는 보컬 톤은 뽕짝 리듬과 더불어 이것이 뽕짝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넷째, 요즘 뽕짝 신곡에는 코러스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어제 들은 노래 중 좀 예전에 만들어진 듯한 노래들 (ex. 소양강 처”녀)의 경우는 코러스 의 사용이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즉, 예를 들어 ”아싸~~~~~ 이히~~~~~” 하는 정도의 사용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만들어진 듯한 노래의 경우 (ex) 쌈바의 여인) 는 코 러스가 전체 노래의 분위기를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즉, “아싸~~”와 같은 단순한 코러스가 아닌 “쌈빠~~~” 라던가 가사를 반복하여 주는 등의 고차원적인 코러스로 뽕짝의 맛을 한 껏 살려주고 있었다. 이는 아무래도 코러스 기능이 점차 향상되고 있는 노래방 기계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섯째, 뽕짝만의 묘한 분위기가 있다.
뽕짝은 뽕짝 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뽕짝 리믹서(remixer)들의 노하우가 이런데서 발휘 대는 것 같은데. 여기에 아마도 뽕짝의 신비가 숨어있는 듯 하다. 우선 어제 발견한 점은 뽕 짝에는 울림이 있다는 것이다. delay 이펙터를 전체에 걸어놓은 건지 마이크에 echo 기능을 해 놓은 건지 기묘한 울림이 있었다. 아마 저급한 녹음 시설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 여간 더이상 그 분위기 조성원을 찾지는 못했다. 이것을 제대로 알 수 있다면 아저씨 아줌 마들을 흥분시켜 안전운전의 원칙을 도외시한 채 버스내에서 춤을 추게 만드는 이유를 알 수 있을 텐데 .이 점을 알아 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중에 더 많은 뽕짝의 비밀을 알아 내는 대로 보고 하도록 하겠다. 19990701 | 서장원 safer@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