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822020009-morcheebaMorcheeba – Fragments of Freedom – Sire, 2000

 

 

Trip-Hop? Trip-Pop!

트립합(Trip Hop)은 아직 진행형이다. 힙합의 영향권에 있는 일렉트로니카로 불리든, 포티스헤드(Portishead),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트리키(Tricky)의 음악으로 알려지든, ‘미국의 DJ컬처가 힙합이면 영국의 DJ컬처는 트립합이다’라고 주장되든, 시애틀 사운드라는 명사처럼 브리스톨 사운드라는 지역적 장르로 이해되든, 백인용 힙합, 어두운 힙합, ‘장르적 컷 앤 페이스트(Cut and Paste)인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만남’ 등으로 회자되든, 세기말의 음악이라는 조금 뜬금없는 호칭이든, 어느 표현으로 불려도 그것이 트립합의 전부가 아니듯, 어느 표현도 트립합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렇게 트립합은 아직도 진행중인 장르이다.

트립합의 선구자격인 포티스헤드, 매시브 어택, 트리키의 브리스톨 사운드 이후 트립합은 다양한게 분절적인 발전을 진행해왔다. 디제이 크러쉬(DJ Krush)나 디제이 셰도(DJ Shadow)처럼 재즈와 랩 등의 다양한 결합으로 보다 익스페리멘틀(experimental)함을 강조하는 모왝스(Mowax)사단의 음악이 한축이면, 좀더 모던록과의 하이브리드를 강하게 시도했던 몰로코(Moloko)나 스니커핌프스(Sneaker Pimps)같은 경향이 또다른 한축을 이루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모치바(Morcheeba)는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조용하게 특별한 존재였다.

60-70년대 멜로영화의 감수성을 느끼게하는 복고 분위기에 여성 리드보컬, 브리스톨은 아니지만 영국 항구도시 출신이라는 멤버들의 정체성, 시각적효 과를 강조한 음들까지 포티스헤드의 아류로 불리기에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을 단 한번이라도 들어본다면 이들의 음악을 누구의 아류쯤으로 불러버리기엔 너무나 억울한 음악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게 된다. 이들의 음악은 힙합, 흑인음악, 일렉트로니카등 트립합의 구성요소 중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묘한 공존감 속에서 어렵고 무거운 음악이라는 트립합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릴 만한 대중친화력까지도 갖추고 있다.

95년 겨울 데뷔싱글 “Trigger Hippie”로 언더그라운드 씬에서부터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모치바는 곧이어 낸 [Who Can You Trust?]앨범으로 [DJ Magazine]이 선정한 그해의 100대 앨범으로 선정되는 등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꽤 긴시간을 기다리게 한 후 98년 2집 [Big Calm]에서 모치바만의 색깔을 선명하게 하기 시작하더니 2000년 드디어 3집 [Fragments of Freedom]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모치바가 품고있던 팝적인 성향들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실 ‘Trip’보다는 ‘Hop’에 더 가까웠던 그들이였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Pop’쪽에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다. Trip-Pop? 다른 트립합 그룹들과 선명한 차별점을 제공해주던 로스 갓프레이(Ross Godfrey)의 블루지한 기타는 여전하지만, 반이상의 곡들에서 드러나는 어쿠스틱 기타와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은 전체적인 앨범의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 첫 싱글인 “Rome Wasn’t Built In A Day”에서부터 트립합의 통념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블루지한 무드가 주조를 이루면서 후반부에 나타나는 소울풍 코러스와 색소폰은 이들이 이미 포티스헤드를 넘어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또한 “In The Hands Of The Gods”에 등장하는 비즈 마키(Biz Markie)의 랩에서 드러나는 힙합의 분위기도 이 앨범의 주된 흐름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트립합 그룹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첫곡 “World Looking In”과 마지막곡 “Fragments Of Freedom”에서 보여주는 여성보컬 스카이 에드워즈(Sky Edwards)의 흡입력과 어둡고 신비한 트립합의 정서는 듣는이로 하여금 모든 긴장을 놓은채 무너지게 만드는 트립합만의 매력을 여전히 갖고 있다.

평론가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었던 몇몇 조건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태어났던 트립합이 평론가, 매니아용 음악으로 치부되고 있을 때, 이미 트립합은 모치바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음악으로 분절되며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아직도 트립합이라는 꼬리표가 이들의 음악을 듣게 하는데 벽이 되기도 하겠지만, 트립합의 장르적 컷 앤 페이스트 형식과 음악에 대한 진취적인 태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을 만족시키는 재능까지 갖춰나가고 있는 모치바의 음악 속에서 트립합을 넘어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는 결코 무리가 아니다. 20000814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7/10

수록곡 
1. World Looking In
2. Rome Wasn’t Built In A Day
3. Love Is Rare
4. Let It Go
5. Well Deserved Break
6. Love Sweet Love
7. In The Hands Of The Godz
8. Shallow End
9. Be Yourself
10. Coming Down Gently
11. Good Girl Down
12. Fragments Of Freedom

관련 사이트
http://home.germany.net/100-498699/Morcheeba.htm
간단한 기사와 리얼오디오 제공

http://lenny.dyadel.net/morch.htm
가사 관련 링크

http://newforms.net/morcheeba
모치바와 관련 트립합 그룹들에 대한 소개
(관련사이트 참조 http://www.cultiz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