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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인 – 청년폭도맹진가 – PLCD/문화사기단, 2000

 

 

한뼘 성장해서 돌아온 조선펑크

[청년폭도맹진가]은 노브레인의 첫 정규 앨범이다. “외래문화의 연장선이 아닌, 한국의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펑크 무브먼트”를 목적으로 하는 ‘조선펑크’ 노브레인이 드럭 공동체에서 독립, 자주(自住)레이블 , ‘문화사기단’을 설립한 것이 98년 9월임을 상기해 볼 때 꽤 늦은 행보인 셈이다. 기타리스트 차승우와 베이시스트 정재환의 군입대가 98년 당시 드럭 펑크 컴필레이션 [Our Nation 2]에 싱글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한 밴드가 ‘제대로’ 나가지 못하도록 발을 묶어 버렸기 때문이다. (확실히 군대는 한국 펑크문화의 고유적 특성이 아닐 수 없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하드코어 프로젝트 밴드인 리얼쌍놈스나 다른 싱글 발표만으로 만족하며 노브레인의 정식적인 행보를 위해서 이들은 무려 1년 6개월을 기다려야만 했다. (첫 앨범을 더블 앨범으로 제작할만큼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아 보이는 이들의 열망은 당연해 보인다.)

[청년폭도맹진가]는 제작 의도가 감지되는 컨셉으로 이루어진 더블 앨범으로 구성되어 있다. ‘난투편’은 정통 펑크를 기둥으로 록의 아우라까지 영역을 넓힌 트랙들로 이루어져 있고 ‘청춘예찬편’은 역시 노브레인의 음악적 정체성에서 배제할 수 없는 스카, 레게에 여러 가지 흥미있는 시도들이 돋보이는 트랙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정주(前 사하라 보컬)와 이상문(前 노이즈가든, 언니네 이발관 베이스)이 녹음과 믹싱 엔지니어를 맡아 로파이 lo-fi 하게 제작한 ‘난투편’은 노브레인이 단순히 펑크 록이라는 음악 형식 안에서만 안주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스트레이트 록 사운드와 이성우의 거칠고 위악적인 창법이 돋보이는 첫 트랙 “날이 저문다”와 고전 로큰롤의 흥취를 그대로 살린 “TV Party”, 프로젝트 밴드였던 리얼쌍놈스 시절에 기량을 발했던 하드코어 보컬이 전면을 지배하는 “호로자식들”, “I wanna be your dog”(Iggy Pop & the Stooges) 의 유명한 기타 리프로 시작되는 길고 싸이키델릭한 기타 솔로가 돋보이는 “십대 정치” , 서프록 사운드의 흥취 위로 취한 듯 비틀대는 차승우의 리드보컬이 이끄는 “Viva 대한민국”, 매력적인 훅으로 가득 찬 “잡놈 패거리” 등을 듣다보면 노브레인을 스카펑크 밴드라는 협소한 카테고리 안에 넣는 것은 이들을 억압하는 도처의 권력만큼이나 폭력적인 처사라는 생각이 든다.

‘난투편’에 이어 ‘청춘예찬편’에 이르면 노브레인의 음악적 시도는 좀더 많은 음악적 채널을 확보한다. 공격적이고 위악적으로 비틀린 음폭안에서 뛰어다니던 전의 채널 ‘난투편’과 달리 세련된 혼 섹션과 라틴 퍼커션으로 비트와 리듬을 유연하게 자제한 스카, 레게 트랙들로 이루어져 있다. 스카나 레게 음악에서 어딘지 모르게 우리의 천민 정서적 음악의 정서를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청춘예찬편’이 그러한 정서를 육화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즐거울 것이다.

T.S.T. 혼섹션, 고경천(키보드) , 정정배(콩가)등의 객원 세션과 함께 시작하는 “성난 젊음” , “너 자신을 알라” 등의 트랙은 스카 형식이 갖는 리듬과 템포를 잘 살려 만든 흥겨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반면에 “제발 나는”은 후반부의 강한 반전이전까지는 어두운 레게의 선율을 들려준다. 정렬되지 않은 남성 코러스가 즉흥적으로 가사를 뱉어내는 듯한 거칠지만 무기력한 보컬과 함께 어우러지는 “생기없는 모습” 역시 어두움을 담당하고 있다. 스윙과 라틴적인 기타 선율이 돋보이는 “이 땅 어디엔들”이나 밴조에 의한 컨트리 냄새가 더욱 물씬해진 “바다 사나이”와 같은 트랙들은 그간 발표되었던 싱글 곡들의 자가 편곡 버전들이다. 밴드 멤버들과 제작진이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가진 곡이라고 자부하는 “청춘은 불꽃이어라” 역시 여유있게 진행되는 혼 섹션의 브라스 위로 위악과 재치를 잘 배합한 보컬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곡이다. (씨디에만 한정수록된 마지막 트랙 “전자펑크 리믹스 메들리”는 이박사풍 — 혹은 고속버스 테이프 음악풍? — 으로 그간의 베스트 싱글들을 배합, 자해(?)한 코믹 트랙이다.)

그간 노브레인의 행보가 한국 인디 펑크 록 문화가 가진 자생성부터 문제점까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모범이 되어 왔다고 말할 수 있다면 [청년폭도맹진가]는 한국 펑크 록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모범이 될 수 있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20000814 | 최세희 nutshelter@hotmail.com

7/10

수록곡
‘청춘예찬편’
1. 성난 젊음
2. 제발나를
3. 생기없는 모습
4. 너 자신을 알라
5. 이땅 어디엔들
6. 바다 사나이
7. 청춘은 불꽃이어라
8. 전자 펑크 리믹스 메들리

‘난투편’
1. 날이 저문다
2. 애국가
3. 청년폭도맹진가
4. 티브이파티
5. 호로 자식들
6. 십대 정치
7. VIVA 대한민국
8. 잡놈 패거리
9. 98년 서울
10. 정열의 펑크 라이더

관련 사이트
노브레인 공식 사이트
http://cujo.co.kr/nobrain3/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