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ira – Our Song – Jave/EMI, 2000 한국 취향의(?) 오리엔털 뉴에이지 ‘일본 문화 3차 개방’이 단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음반이나 음악인이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말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이번 조치로 공연은 제한조항이 완전 철폐되었지만 음반에는 아직 ‘일본어 가창 제외’라는 제한조항이 남아 있다. 그래서 아직은 음반 매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음반은 ‘연주 음반(정확히 말하면 기악 음반)’이 대부분이다. 류이치 사카모토 같은 국제적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유키 구라모토, 이사오 사사키, 마시츠구 시노자키 등의 음반이 그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아키라 (본명 아키라 다카하시)도 넓게 보아 이런 범주에 속할 듯하다. 이런 범주를 ‘일본 뉴 에이지’라고 부를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 정규 음악 교육을 받은 일본인이 피아노, 바이올린 등 서양에서 유래한 악기로 동양적 분위기를 내는 음악이라고 하면 얼추 비슷하려나. 1980년대 동안 독일과 프랑스에서 악기는 쳄발로, 음악은 바로크 음악을 공부하고, 솔로와 앙상블 활동을 통해 연주활동도 활발히 전개했다는 경력도 그의 음악에 대한 좋은 정보일 것이다. 일본에 귀국한 뒤인 1990년대에도 여러 뮤지션들과 교류하면서 클래식, 뉴 에이지, 월드 뮤직을 넘나드는 음악 창작과 연주를 병행한 인물이다. 음반 수록곡들은 타이틀 트랙이자 첫 트랙 “Our Song”처럼 피아노 한 대가 느린 템포로 엮어가고 있다. 중간에 다른 악기 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절정부도 있으니 심심하지도 않다. ‘지구환경 문제 콘서트’를 위해 만든 곡이라는 사실을 모르더라도 자연친화적인 분위기가 묻어있는 음악임을 느낄 수 있다. 신디사이저가 주도하는 두 트랙(“Air(on B)”와 “Birth(Theme for Jellyfish)”)도 귀에 거스르는 사운드나 몸을 움직이는 리듬은 없다. 화성이 특별히 복잡한 구조를 가졌다거나 진행이 극적인 것도 아니다. “Our Song”이 너무 대중적이라고 실망한 사람이 있다면 마지막 트랙인 “解氷(Yukidoke)”에서 만족할 수 있다. 매듭을 짓지 않고 서서히 변하면서 흘러 다니는 공간감 있는 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바로크 음악을 전공한 사람답게 특정 종교의 분위기가 묻어 있는 “Choral I”과 “Choral II”는 George Winston을 연상시키지만 동양인이 하는 것이기에 또다른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일본의 뉴 에이지 음악이 그렇듯 순수 예술음악이라고 하기에는 대중적이고, 대중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품격이 높은 음악이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면서 ‘일본적 느낌(?)’이 은근슬쩍 녹아있는 점도 ‘음악 선진국’인 일본의 또하나의 면모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국적과는 무관하게 분위기 좋은 방이나 카페에서 틀어놓고 이지 리스닝 무드 음악으로 들을 수도 있고, 아니면 생태주의 사상의 사운드트랙으로 들을 수도 있다(솔직히 말해서 이 음반은 ‘일본 음악’이라는 점과 레코드 숍에서 들었을 때 분위기 때문에 이렇게 리뷰까지 쓰게 되었다. 그런데 좀처럼 그때의 분위기가 안 난다. 왜일까? ‘속았다’고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한 취향을 위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취향이 한국인 중에 꽤 많다는 사실은 내게는 좀 놀랍다). 20000811 | 신현준 homey@orgio.net 5/10 수록곡 1. Our Song 2. Choral I 3. Dance of Silhouette 4. Air(On B) 5. Komorebi 6. Birth(Theme for Jellyfish) 7. Choral II 8. Yukido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