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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스파이스 – Welcome to the Delihouse – 뮤직디자인, 1999

 

 

첫 만남이 언제나 새롭지는 않다는 걸 생각한다면, 델리 스파이스의 데뷔 앨범이 보여준 신선한 감각은 인상적이었다. 델리의 데뷔 앨범은 소리소문없이 퍼져나가 이미 상당한 고정 팬을 확보하기도 했다.

음악 팬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은어’ 중에 ‘모던 록’이라는 말이 있다. 만약 ‘모던’이라는 말이 언제나 새로워지고자 하는 충동을 의미한다면, 델리 스파이스의 ‘팝’ 음악은 그런 의미에서 모던 록이었다. 그렇다면 모던 록의 기획을 연장할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두 번째 앨범은 첫 앨범과는 다르면서도 젊음,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델리 스파이스는 각 멤버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모범적인 밴드다. 모범적인 밴드인 이유는 다양한 사운드를 흩어놓으면서도 자기 색깔을 뚜렷하게 발산하는 미덕 때문이다. 델리 스파이스는 이 미덕으로 인해 솔로 가수나 ‘얼치기 밴드’가 겪기 마련인 사운드의 조율과 통제라는 문제를 가뿐히 넘어선다. 첫 앨범이 록 밴드의 기본 편성에 의존한 담백한 모던 록이었다면, 두 번째 앨범 [Welcome To The Delihouse]는 테크노 사운드, 힙합 비트, 현악 연주, 객원 보컬 등을 통해 멋을 부렸다. 그래도 변함없는 것이 있다. “어제 산 운동화의 냄새가 맘에 들어” 같은 구절에서는 일상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가사를 들려주고, “나는 어디론가 나는 어디론가” 같은 구절에서는 예쁜 코러스에 맛깔스런 멜로디를 실어보낸다. 또한 ‘남자답지 않게’ 섬세한 김민규의 소년같은 목소리 또한 여전하다 .

그런데 델리 스파이스는 두 번째 앨범에서 모던함, 젊음의 충동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사운드의 풍부화를 선택했다. 욕심 있는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더 풍부하고 꽉차고 화려한 사운드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선택이 신선함을 유지하는, 혹은 더욱 신선하게 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것인지는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어떤 델리 팬은 사운드가 화려해져서 음악적으로 발전한 모습이 보인다고 좋아할지도 모르고, 어떤 델리 팬은 이런 사운드가 너무 느끼해서 예전의 담백한 맛이 없어졌다고 투정부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투정부리는 팬도 ‘델리의 집으로의 초대(Welcome To The Delihouse!)’에는 흔쾌히 응할 것이다. 19990701 | 이정엽 evol21@weppy.com

[weiv plus] 이용우: “다양한 향신료 첨가, 때깔 고운 데코레이션. 고단백, 높은 콜레스테롤”

6/10

수록곡 (* = 추천곡)
1. Welcome to the Delihouse
2. 현기증
3. 미안
4. 종이비행기 *
5. 마이웨이(이제껏)
6. 달려라 자전거 *
7. 하이에나
8. 피난처
9. 인연
10. 태양의 계곡
11. 두눈을 감은 타조처럼
12. 원한다면
13. 회상(Allstar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