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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Folds Five – The Unauthorized Biography of Reinhold Messner – Sony, 1999

 

 

크고 무겁고 비싸고- 가난한 록 밴드에게 피아노는 (어느 정도) 반동적인 악기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 완벽하게 짜여진 각각의 음과 유려한 음색은 태생적 고귀함을 상기시켜려는 콧대 센 공주(표현이 맘에 들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그녀(?)를 상대한 뮤지션의 대부분은 대중 음악사에서 왕자(혹은 여왕)의 대우를 받고 있는 이들 아닌가)같아 접근조차 꺼려진다. 그런데- 이 고고한 공주를 제 맘대로 요리하는 개구장이가 나타났으니 그의 이름은 벤 폴즈라 하더라~

벤 폴즈 파이브- 단지 어감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밴드 이름에 ‘파이브’를 갖다붙인,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쓸데없는 추리를 하게 만드는 미국 채플 힐 출신의 3인조 밴드이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베이스, 드럼만으로 구성된 이들은 설정에서부터 상대를 놀래키는데… 잠시후, 진작에 — 놀라움에 대해 — 호들갑 떨어줄걸 하는 약간의 후회를 하게된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유머러스함으로 꽉 찬 그들의 음악은 듣는 이로 하여금 장난에 동참하고픈 욕구를 강하게 불러 일으킨다.

전작([Ben Folds Five] [Whatever and Ever Amen])의 성공 덕에 벤 폴즈는 시설이 잘된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싶다는 소원을 이뤘다. 벤 폴즈틱하지 않은 자켓(그러나 자꾸 보면 또 벤 폴즈틱한 것도 같은-_-;)에 다소 긴 앨범 타이들, 정갈하게 타이핑된 11곡이 담긴 3집이 그 결과물-

이전에 비해 한층 여유롭고 풍부하다. 타이틀은 아무 곡이나 하는게 아니라는 걸 실감케 하는 “Army”는 비틀스를 연상시키는 복고풍 사운드에 원없이 뿜어대는 브라스, 거기다 벤 폴즈 특유의 재기발랄한 피아노 솔로가 반짝이는, 이 앨범에서 단연 빛나는 트랙. 또 그의 장난끼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Regrets” (후반부의 패러디는 일품), “Don’t Change Your Plans”, “Mess” 등에선 초기의 서정성도 잊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드라마틱하며 앨범은 한편의 뮤지컬 트랙같다(아닌게 아니라 웨버도 망해가는 마당에 벤 폴즈를 새로운 브로드웨이의 기수로 내세우는건 어떨까.. ^^;) 그러나-

트랙 수가 넘어갈수록 긴장은 떨어지며 전작에서 보여주던 (예를 들어 “Boxing”같은) 재치있는 반전은 이미 찾을 수가 없다. ‘갈 때 가더라도 빌린 돈 갚어’ 라거나 ‘언더그라운드에서도 행복하다’는 식의 유머와 에너지는 고개를 숙였다. 지나친 상상력의 비약일진 모르겠지만 ‘주차하는 모습 외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작은 창 안에서 의사의 말을 듣고 있는’ 이는 혹시 벤 폴즈 자신이 아니었을까. 오래동안 동경하던 아름다운 성에 들어갔지만 이내 바깥이 그리워 누군가 다시 자신을 꺼내주길 바라는, 그래서 조금 슬픈 거지 왕자와 같은- 19990815 | 이영우 camille@nownuri.net

[weiv plus] 김민규: “90년대 가장 기이한 트리오가 연주하는 감동의 소넷”

7/10

수록곡 (* = 추천곡)
1. Narcolepsy
2. Don’t Change Your Plans
3. Mess
4. Magic *
5. Hospital Song
6. Army
7. Your Redneck Past
8. Your Most Valuable Possession
9. Regrets
10. Jane
11. Lullabye

관련 사이트
BFF 공식 사이트
http://www.benfoldsf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