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채(Leetzsche) – Asian Prescription – Toshiba/EMI, 1999 아이돌 팝 스타 시절을 가지고 말을 꺼내는 건 너무 진부한 클리셰일 뿐이다. 이상은이 이미 아홉 장의 음반을 발표하여 예술가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음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상은은 이미 이상은이 아니라, 뉴욕과 토쿄를 넘나드는 국제적 감각을 체화시킨 코스모폴리탄이며, 도시바-EMI와 계약하여 대부분의 곡이 영어 가사를 가진 음반을 발표한 ‘인터내셔널 팝 아티스트’ 리채(Lee-tzsche)이다. 따라서 이 음반은 한 ‘아시아’ 아티스트의 국제적 지향의 ‘팝’ 음반이라는 관점에서 들어주면 된다. 이 앨범에서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것은 리채의 목소리다. 비약해서 말해보자면 시네드 오코너나 에냐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앨범의 첫 곡 “Spring”에서 들리는 목가적인 플롯 (비슷하게 들리는) 소리는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그러고 보니 방금 지적한 이런 풍은, 그리고 두 번째 곡 “Sumi Mountain” 등에서 나오는 스캣 스타일의 보컬, 앨범 전반에 흐르는 ‘명상적인’ 피아노 소리 등과 더불어 이른바 ‘뉴 에이지’의 한 전형을 이루는 스타일이 아닌가. 귀에 익은 그녀의 목소리에 대한 기억을 조금 지워버리더라도, 그녀의 아홉 번째 앨범 [Asian Prescription]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 이유는 간간히 나오는 민요 가락(예컨대 ‘어기여 디여라’라는 구절 등)이 한국인인 나의 (식민화된) 영혼에 와닿아서도 아니고, 내가 아시아인(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약과도 같은 ‘아시아적 처방’에 익숙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리채의 음악이 낯설지만 잘 ‘처방된’ 아시아 사운드라는 점 때문이다. 뉴 에이지 혹은 월드 뮤직 혹은 인터내셔널 팝 혹은 무엇이라고 부르든 간에, ‘미국의’ 팝 시장에서 원하고, 거기에서 인정받고, 전세계인들에게 익숙해진 사운드. 어느 정도까지만 낯설고 어느 정도까지는 충분히 편안하고 친숙해야 하는 그런 사운드와 너무 닮아있다. 다시 말해 이런 사운드는 (미국에 대해) ‘타자화된 세계’를 만들어내는 기제를 통해 나온 것이다. 따라서 리채의 아시아적 처방은 규격화되고 공식화된, 이미 낯설지 않게된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이 앨범에서의 아시아는 ‘타자화된, 타자의 아시아’ 이상이 아니다. 이에 대한 많은 책임은 리채의 음악 파트너 하지무 다케다가 져야 할 듯싶다. 하지무의 샘플과 루프와 아주 깔끔하게 처리된(처방된) 사운드의 질감은 ‘물화된 아시아’의 전형을 들려준다. 19990815 | 이정엽 evol21@weppy.com [weiv plus] 이영우: “공무도하가의 잉글리쉬 버전, 자연스럽지만 새롭지는 않다.” 5/10 수록곡 (* = 추천곡) 1. Spring (out track version) * 2. Sumi Mountain * 3. Ogiyodiora (OST version) 4. Gongfuin 5. Reincarnation (vocal version) 6. Break Water 7. Infinite Road 8. Samdocheon 9. Chosungtal 10. Se 11. A Path 12. Cliche 13. Eternity 14. Broken Pearl 15. Ogiyodiora (original Korean version) 관련 사이트 이상은 리채 앨범 정보와 관련 글, 사진, 뮤직비디오 모음. http://211.44.53.254/lee-tzs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