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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de – Head Music – Sony, 1999

 

 

 

스웨이드의 4집 [Head Music]을 그녀는 살까 말까 망설인다.

그녀가 스웨이드를 처음 알게된 건 단지 그들의 도발적인 앨범 재킷 때문이었다. 남자(로 추정되는 듯한)끼리의 키스라니!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던지 그녀는 대번에 그들의 앨범을 집게 된다. 그 뒤로 접하게 된 스웨이드의 모습은 더더욱 그녀를 만족시켰다. 농염하고 관능적인(그러다 못해 퇴폐적이기까지 한), 때로는 거만하게 거드름 피우는 그들의 자태라니! (그들을 글램 록의 이미지와 조합한 건 나중이었겠지만…) 비음 섞인, 묘한 분위기의 음색을 지닌 보컬 브렛 앤더슨에 특히 매료되었을 것 같다. 때로는 부드러움과 격렬함을 함께 지녔던 버나드 버틀러의 기타 사운드가 좋아지기도 했다.

두 번째 앨범 [Dog Man Star]은 더더욱 그녀를 도취시켰다. 음울하고 나른하고 하늘거리는 분위기가 특히 맘에 들었다. 물론 그녀는 가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지만(마약이나 섹스 등을 지칭하는 은유적이고 모호한 가사, 영국 그것도 소수만이 알 수밖에 없는 스웨이드 만의 언어 재산을 그녀가 알 턱이 없었다),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약물이나 섹스나, 그런 거 아니면 인생사에 대한 내용이겠거니, 지레짐작, 자의적인 해석을 하면 되었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망설이다가 결국 4집을 사고 만다. 집에 가면서 슬쩍 한번 들어본다. “Savoir Faire”나 “Electricity”, “Can’t Get Enough”등 몇 곡을 들어본 그녀는 세 번째 앨범 [Coming Up]과 비슷한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이전보다 좀더 활달하고 경쾌한 멜로디와 리듬감이 두드러지는 듯했다. 그래서일 것이다, 시원시원한 느낌을 받은 건. 아마 2집 앨범 작업 막바지에 나가 버린 기타리스트 이후, 가세한 두 멤버 리차드 옥스(기타리스트)와 닐 코들링(키보디스트)의 ‘실질적인’ 영향 때문일 거라고, 혹은 새로 만난 프로듀서 스티브 오스본 때문이겠거니 하고, 그녀는 추측해 본다.

집에 와서 그녀는 4집에 대한 스웨이드 본인들의 인터뷰들도 찾아본다. ‘간결함’에 주목하였다고, ‘좀더 음악적으로’ 다가서려 한 앨범이었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래서 앨범 타이틀에도 ‘music’을 넣은 걸까, 미니멀리즘이라… 언제는 단순·간결하지 않았던가, 하고 피식 웃는다.

새로운 음악적 요소로 변신했다고 말하기도 하던데, 진짜 그런가 재고해 본다. 물론 프린스 같은 느낌을 주는 훵키한 넘버들(“Asbestos”, “Hi-fi” 등)을 넣는 것도 잊지 않았고, 약간은 하드 록 같은 사운드의 곡도, 느린 서정적 곡들인 “Down”, “He’s Gone” 등도 들어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는 건지 “Everything Will Flow”라니…

그렇지만, 그녀는 그들이 그렇게 많이 변화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그들 말대로 ‘스웨이드는 스웨이드’이기 때문일까? 태양아래 새로운 건 없어서일까? 19990815 | 최지선 fust@nownuri.net

[weiv plus] 장연주: “아직도 이들에게 미련을 갖고 있다면 미련해보일까?”

 5/10

수록곡
1. Electricity
2. Savior Faire
3. Can’t Get Enough
4. Everything Will Flow
5. Down
6. She’s in Fashion
7. Asbestos
8. Head Music
9. Elephant Man
10. Hi-Fi
11. Indian Strings
12. He’s Gone
13. Crack in the Union Jack

관련 영상

“Electricity”

관련 사이트
스웨이드 공식 홈페이지
http://www.sue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