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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cal Brothers – Surrender – EMI, 1999

 

 

테크노가 TV 광고와 프로그램 배경 음악을 석권하고 빅비트(Big Beat)가 가장 대중적으로 각광받는 테크노 음악의 스타일로 자리잡음에 따라, 빅비트가 초창기 모습을 갖추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케미컬 브라더스의 세 번째 앨범에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모아졌다. 거물급답게 전작을 가볍게 능가하는 화려한 게스트 뮤지션을 대동하고, 소속 음반사의 대대적인 판촉과 더불어 그 모습을 드러낸 3집 [Surrender]는, 그러나 또한 충분히 예상했듯이 테크노 순수주의자들과 평론가들의 다소 엇갈린 반응을 얻기도 했다.

앨범 자체는 물론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이번 앨범은 일렉트로닉 음악의 역사적 순간들에 관한 앨범이다. 첫곡 “Music: Response”가 보고더와 아련한 신서사이저로 크라프트베르크에서 디트로이트 테크노까지의 초기 역사를 보고하고 있다면, “Out of control”과 “Let forever be”는 매드체스터의 강렬한 훅으로, “Got glint?”는 애시드 하우스의 몽환적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꿈틀거리는 베이스 위로 소리의 질료들이 휘몰아치는 “Under the influence”는 언더월드풍이며, 짧은 리프를 병렬하여 서서히 고조시키는 “Hey boy hey girl”은 팻보이 슬림의 불량기 있는 유머 그것이다.

또한 3집은 자신들의 앨범에 관한 앨범이기도 하다.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는 2집의 “Setting sun”에서 그랬듯이 이 앨범에도 참여하여 비틀스 중기의 사이키델릭 세계를 꿈꾸며, 뉴 오더의 버나드 섬너는 팀 버제스의 자리를 이어받아 “Out of control”에서 형제들을 돕고 있다. “A sleep from day”에서 매지 스타의 호프 샌도벌은 베스 오튼 대신 서정적인 파트를 맡아 앨범의 구색을 맞추고 있다. 또 “The sunshine underground”의 이국적 분위기는 “The private psychedelic reel”(역시 2집에 수록)의 전원적 버전처럼 들린다.

초기 임팩트는 전작에 비해 부족하지만 앨범 자체의 수준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효과적인 리듬 조율, 반복과 변형의 적절한 안배, 엉덩이를 들썩이게(kicking butt) 만드는 그루브 감은 역시 현 테크노 씬의 최상의 한 수준을 증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아쉬움이 드는 것은 단지 기대감이 컸었던 까닭일까? 소리의 재료는 다양해졌지만 다소 산만하게 들리고 갖은 양념을 넣었지만 싱거운 맛이 나는 것은 내 개인적인 판단일 뿐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계속 이 앨범을 듣게 되는 것 보면 역시 이름값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나 보다. 서태지의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솔로 앨범이 백만장 넘게 팔렸다는 전설도 결국 그런 게 아니었을까… 19990815 | 장호연 ravel52@nownuri.net

[weiv plus] 이정엽: “another block rockin’ and rollin’ beats”

7/10

수록곡 (* = 추천곡)
1. Music: Response
2. Influenced
3. Out of Control *
4. Orange Wedge
5. Let Forever Be
6. Sunshine Underground
7. Asleep from Day
8. Got Glint?
9. Hey Boy Hey Girl *
10. Racing the Tide
11. Dream On

관련 사이트
케미컬 브라더스 공식 사이트
http://the-raft.com/chemicalb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