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니 – 타샤니 1집 – 월드뮤직, 1999 타샤니는 코리안-아메리칸(Korean-American) 두 명으로 구성된 여성 듀오다. 음반은 데뷔 음반이지만 신인은 아니다. 노래를 부르는 타샤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고 느낀 사람은 윤미래가 그의 본명이라는 사실을 알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실력은 있지만 상업적으로는 불운했던 힙합 그룹 업타운(Uptown)이라는 그룹의 이름도 떠오를 것이다. 또 한 명의 멤버인 애니(Annie)도 이수아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음반은 업타운(및 몇몇 국내의 힙합 그룹)의 산파였고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정연준의 작품이기도 하다. 만하면 ‘주류 음악’에 속하면서도 ‘음악다운 음악’을 기대할 만한 자격을 갖춘 셈이다. 전체적으로 사운드 프로듀싱은 안정되어 있고, 세션 연주자들의 기용도 적절하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주목되는 것은 보컬의 구사다. 듀오의 조화는 보컬의 화음이 아니라 주고받기식의 역할분담을 통해 이루어진다. 타샤는 대부분의 노래(song)를, 애니는 대부분의 랩(rap)을 담당하고 있다. 보컬 코러스가 나오는 경우도 대부분 멤버 이외의 인물이 맡고 있다. 윤미래의 노래는 ‘사랑으로 상처받은 여자’의 절박한 심정을 표현할 때 가장 돋보이는데, 이는 특히 “참을 수 없어”, “바보같은 사랑”, “착각” 등의 단조의 곡에서 잘 드러난다. 때로는 음을 길게 흔들기도 하고, 때로는 한 음절을 또박또박 발음하는 등 감정 표현의 방법이 한결 능숙해졌다. 다른 한편 애니의 랩은 ‘다양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속사포처럼 쏘아대고(“착각”), 때로는 그루브를 만들어내고(“짝사랑”), 때로는 달콤한 나레이션(“하루 하루”)을 하기도 한다. 어떤 스타일의 랩도 어설프지는 않다. 그래서 공격적인 랩과 처절한 노래가 어우러진 트랙들이 최상의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밝고 가벼운’ 분위기의 곡들(예를 들어 “경고”, “If”)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고 지루하게 들린다. 상이한 버전을 음반의 중간(7번과 8번 트랙)에 집어넣은 것도 원곡과 그리 다르지 않은 버전이기에 파격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사소한 점이지만 소책자의 해설에서 9번 트랙부터는 세션 뮤지션의 이름이 소개되고 있지 않은 것도 무언가 마무리가 안 되어 있다는 느낌을 던진다.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음반의 타이틀 곡이 어쿠스틱 기타가 은은하게 깔린 달콤한 발라드곡 “하루 하루”라는 점이다. 더구나 이 곡은 ‘신곡’이 아니고 작곡자가 예전에 발표한 음반에서 직접 부르고 뮤직 비디오까지 제작했던 곡이다. 이 음반이 평균적인 대중가요 음반보다 뛰어난 점은 가수와 래퍼의 실력이지 이를 지원하는 스태프의 성의는 아닌 듯하다. 지루하기만한 몇몇 곡을 듣고 있으면 이들이 재능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떠오른다. 워낙 보기 드문 이들의 가창과 연주 실력이 음반을 집었던 손을 멈칫거리게 하는 것은 아니라곤 해도. 19990915 | 신현준 homey@orgio.net [weiv plus] 이정엽: “윤미래는 여전히 불운을 판박이하고 있다. 노래’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다. 설마 얼굴과 몸매가 ‘덜’ 예뻐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6/10 수록곡 (* = 추천곡) 1. 하루 하루 * 2. 참을 수 없어 (R&B) * 3. 경고 4. More Than Can Say 5. 짝사랑 6. If 7. 하루 하루 (original) 8. 참을수 없어(techno version) 9. 내게로 와요 10. 이밤이 지나면 11. 바보같은 사랑 12. 착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