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p Bizkit – Significant Others – Universal, 1999 ‘하드코어’. 이제 이러한 명명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별 의미 없을 것이다. ‘하드코어’는 그저 형용의 역할이 아니냐고 핏대를 올릴 필요 없다. 사운드의 크기를 가지고 ‘하드코어 테크노’를 정의하는 친절한 신문 기사가 있는 마당에 사운드의 성격에 그리 크게 위배되지 않는 이 명명을 가지고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는 없다(그래도 남는 우문 하나.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 비스티 보이스, 콘, 마릴린 맨슨, 가끔 프로디지까지 한데 묶어 이야기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90년대 ‘무거움’이라는 새로운 경향으로 등장한 랩코어 또는 얼터너티브 메틀은 열혈 소년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콘이라는 (아이돌?) 스타의 돌출과 함께 무시하지 못할 세를 형성하고 있다. 콘, 데프톤스, 림프 비즈킷, 오지, 세븐더스트, 코울 챔버, 갓스맥, 최근의 키드 록에 이르기까지, 이제 이들이 헤비 사운드의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작년 [오즈페스트]에 참가한 명단을 보라). 작년 콘이 [Follow The Leader]라고 외친 당당한 일성은 군단이라고 불리울 만큼 탄탄한 조직력의 팬 층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며 이들은 스스로를 ‘패밀리’라고 호칭하며 유대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97년 인디 레이블 플립에서 데뷔 앨범 [Three Dollar Bill Y’All]을 발표하여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림프 비즈킷은 랩코어 계열의 밴드 중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밴드로 손꼽히고 있다 ([우드스탁 99]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무대에서는 림프 비즈킷이 모슁을 부추기며 연주하고 있었다). 데뷔 시절의 이들은 조지 마이클의 “Faith” 커버가 눈에 띄고 조나단 데이비스와 필립 안젤모를 반쯤 섞은 보컬리스트와 하우스 오브 페인 출신의 ‘디기디기맨’이 있는, (악의적으로 이야기하면) 콘과의 인연으로 데뷔한 사실까지 더해져서 ‘콘 아류’ 쯤 되는 밴드의 하나로 여겨지기 쉬운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Three Dollar Bill Y’All]에는 “Pollution” 같은 ‘잡탕’ 헤비 넘버 뿐만 아니라 “Sour” 같은 그럴싸한 힙합 곡이 존재했고, 림프 비즈킷은 여타 밴드들과 비교하여 리듬 섹션만으로는 가장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인 공연은 림프 비즈킷에게 높은 성장가능 지수를 부여했다. 그래서 작년 [오즈페스트]와 [패밀리 밸류]에 참여한 림프 비즈킷에게 올해 마련된 자리는 99년 [패밀리 밸류]의 헤드라이너와 [우드스탁] 페스티벌이고, 림프 비즈킷이 스스로의 변별성을 부여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 지금의 신작 [Significant Others]이다. “우린 이러한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밴드로서 일정한 위치에 성공적으로 올랐다고 생각한다. 다른 밴드들은 헤비 록과 랩을 함께 섞으려 시도하지만 누구도 랩이 전적으로 의지하는 힙합의 영역으로 넓히려 하지 않는다. 헤비함은 10만의 관중을 동시에 움직이지만 멜로디는 세계 전체를 노래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림프 비즈킷이 신보 [Significant Others]에 걸고 있는 만만치 않은 베팅은 “밴드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 되는 것이다. 판테라, 화이트 좀비, 스톤 템플 파일럿츠프로듀서를 역임한 테리 데이트를 초빙하고, 게스트로 스캇 웨일런드, 조나단 데이비스, 메쏘드 맨, 레스 클레이플 등을 초청한 림프 비즈킷의 [Significant Others]의 인상은 전작 [Three Dollar Bill Y’All] 시절과 사뭇 다르다. 전작의 연장선 상에 있는 첫 싱글 “Nookie”는(“Nookie”의 뮤직비디오 스테이지는 프레드가 직접 디자인했다) 1집 시절과 그다지 다른 느낌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본판은 그 다음부터 시작한다. DJ 리썰의 스크래치가 적절히 활약하는 “Re-Arranged”, 우 탱 클랜(Wu-Tang Clan)의 메쏘드 맨(Method Man)이 게스트로 참여하고 갱 스타(Gang Starr)의 DJ 프리미어(DJ Premire)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N2gether Now”, 그리고 스톤 템플 파일럿츠의 스캇 웨일런드와 콘의 조나단 데이비스가 게스트 보컬로 참여한 “Nobody Like You”에 이르기까지 림프 비즈킷은 목에 힘을 주고 밀어부치는 방식이 아닌 차분하게 밴드의 그루브를 형성하려 한다(특히 신작에서 프레디는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일관하지 않으며 ‘노래’를 부른다). 이러한 림프 비즈킷의 의도가 차트 성적과 얼만큼 비례하여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스스로 ‘변별점’을 부여하려는 이들의 호기는 높게 사줄만 하지 않을까? 그것이 ‘짝퉁’ 힙합이라 할지라도. 19990915 | 김민규 wanders@nownuri.net [weiv plus] 서장원: “”어째 림프 비즈킷이 힙합 밴드로 변한 것 같애.” 여전히 디스토션 만빵 걸어놓고 징징대는 연주에서도 묘하게 힙합의 그루브를 느낄 수 있다. 가끔 스크래치만 하던 디제이 리썰이 전면에서 각종 디제잉(Djing)을 선보인다는 점, 메쏘드 맨(Method Man) 등 힙합 뮤지션이 참여했다는 점도 이런 느낌을 뒷받침해준다.” 6/10 수록곡 1. Intro 2. Just Like This 3. Nookie 4. Break Stuff 5. Re-Arranged 6. I’m Broke 7. Nobody Like You 8. Don’t Go off Wandering 9. 9 Teen 90 Nine 10. N 2 Gether Now 11. Trust? 12. No Sex 13. Show Me What You Got 14. Lesson Learned 15. Ou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