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23101231-no

Various Artists – No Boundaries: A Benefit For the Kosovar Refugees – Epic, 1999

 

 

[No Boundaries]에 참여한 뮤지션 목록을 훑어 보면서, 당신은 흡족해 할지도 모르지만(90년대 뮤지션이 다 모였네?), 좀더 열렬한 골수분자들은 앨범 버전들을 샅샅이 확인하면서 분개할지도 모른다(이거, 은근슬쩍 재탕 아니야?). 이와 같은 만족감의 정도차가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1999년 6월에 발매된 [No Boundaries]는 부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코소보 난민을 위한 자선 앨범으로, 에픽 레코드사는 그 수익금을 케어(Care), 옥스팸(Oxfam), 국경없는 의사회(Doctors without borders) 같은 구호 단체들에게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 앨범은, 청자들을 가장 많이 끌어들일 곡인 듯한 첫 싱글컷 [Last Kiss] (J. Frank Wilson & The Cavaliers의 1964년 히트곡)로 시작하여 [Soldier of Love]로 끝맺는데, 펄 잼의 이 두 곡은 작년 크리스마스 때 팬들을 위해 발매한 한정반에 실린 곡이다. 그 외에도 많은 뮤지션들이 눈에 띄인다. 앨라니스 모리셋, 사라 매클라클런, 인디고 걸스 같은 여성 뮤지션들로부터, 부시, 월플라월스나, 닐 영 같은 대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오아시스, 스웨이드,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 나아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콘, 블랙 사바스 이르는 뮤지션들을 이 앨범에서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스타일의 뮤지션들이 도덕적인 명목 하에 한 장의 음반에 수록된 일은 희귀하지는 않다. 전통적으로, 자선 앨범은 희귀 컴필레이션으로 기획되어, 골수 팬들이 자신의 콜렉션으로 소장하고픈 욕망을 생성시키곤 한다. 이런 유혹의 손길을 뻗치기 위해서는 어떤 음악적 의미가 컴필레이션 앨범에 내포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려깊게 구성된 음반과 단순한 잡탕을 구별해 낼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유고슬라비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을 위해 1995년 9월 발매된 자선 앨범 [Help!]는 당시 브릿 팝 밴드들이 대거 참여하여 당시의 브릿 팝 열풍을 시사해준다. 나아가 1990년대 중반의 영국 대중 음악을 총괄했다는 의미부여 또한 가능하다. 이 앨범에서 브릿 팝의 계보를 은연중에 드러내주듯, 뮤지션들이 함께 비틀즈의 “Come Together”을 재녹음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최대 만족을 보장하기 위해, 신곡이든, 커버곡이든, 재녹음된 곡이든, 음악 구호라는 윤리적 차원의 명목 이외에 새로운 느낌이나 의미를 부여할만한 무언가가 자선 앨범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No Boundaries]의 의미는? “이처럼 숭고한 의도를 지닌 프로젝트를 비판하기는 어렵다”라고 하면서 “거의 모든 음악이 수준 이하”라고 말한 한 평자의 말처럼, 이 컴필레이션 앨범은 거의 모두, 전에 발표된 곡들로 채워져 있으며, 몇몇 곡들이 한정판 싱글, B 사이드 곡들로 수록되어 있다. [Help!]에서처럼 뮤지션들이 만나 녹음된 곡은 없다. 이와 같은 사실에서, 삐딱한 불평분자는 앨범에 대한 숙고함이 없이 제작되었을지 모른다는 혐의를 씌울지도 모른다.

물론 이 앨범은 들을만하다. 그리고 쟁쟁한 뮤지션들의 음악이 다채롭게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 컴필레이션에 도덕적 가치와 더불어(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게), 의미부여가 가능한 음악적 가치, 들을만한 가치가 내장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채로운 메뉴를 앞에 놓고 괜히 한번 부려보는 단순한 투정일까? 지나친 욕심일까? 19990915 | 최지선 fust@nownuri.net

[weiv plus] 신현준: “‘뭉친’ 것이기는 하되 너무 속보이지 않는 음반. 다른 것 사느니 좋은 일 하는 셈치고 지갑을 열 만하다.”

2/10

수록곡
1. Last Kiss – Pearl Jam
2. Baba [live] – Alanis Morissette
3. The Ghost Of Tom Joad – Rage Against The Machine
4. War Of Man [live] – Neil Young
5. Freak On A Leash – Korn
6. Psycho Man – Black Sabbath
7. Com Down – Bush
8. Leather Jacket – Ben Folds Five
9. Take Me Away – Oasis
10. Mary [live] – Sarah McLachlan
11. Go performed – Indigo Girls
12. Used To Be Lucky – Wallflowers
13. Wolf in Sheep’s Clothing – Jamiroquai
14. Merman performed – Tori Amos
15. Black Paintings – Peter Gabriel
16. Soldier of Love – Pearl Jam

관련 사이트
에픽 레코드
http://www.epicrecords.com

국경없는 의사회
http://www.doctorswithoutbord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