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24110759-조성모2집

조성모 – For Your Soul – 도레미, 1999

 

 

조성모의 음악에 뮤직 비디오가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고 고무줄 없는 ‘속옷’이다. 고급 코팅지로 만든 앨범 부클렛 표지에 실린 사진이 마치 ‘홍콩의 배우 겸 가수’ 같더니 뮤직 비디오의 배경은 홍콩이다. 오래된 팝송인 “Those Were The Days”의 단조 선율이 클래식 기타줄의 구슬픈 음표로 흘러나오고(저작권료 지불했을까?), 이를 변주한 도입부가 신디사이저 음과 어우러지더니 우리의 조 오빠의 가녀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조관우와 김민종의 목소리를 더해서 둘로 나눈 듯하다. 청승과 신파가 어우러지고 칙칙함을 덧붙인 코리안 마마보이 보이스 말이다.

이때 화면에는 신현준이 등장해 있다. 조성모는 신현준의 망나니 동생으로 등장한다. 홍콩의 경찰관 업무로 분주하던 신현준은 도심의 식당에서 용감무쌍하게 ‘조직폭력배’들을 일망타진하고 있다. 이때 ‘지나가던 행인’ 최지우가 위험에 처하고 신현준은 몸을 날려서 그녀의 목숨을 구한다. 잘생긴 오빠가 예쁜 언니의 목숨을 구하는 걸 누가 말리냐. 아, 그러나 이를 어쩌랴. 그는 어깨에 총상을 입고 쓰러진다. 음악이 어느덧 전개부로 바뀌어 피아노와 현악기의 고품격스러운 소리가 흐르면서 슬쩍 후렴구로 넘어갈 무렵이다. 후렴구로 넘어가면서는 역시나 공식처럼 디스토션 걸린 전기 기타가 등장한다. 그 사이에 최지우는 생명의 은인인 신현준의 병원을 찾아와서 총알로 만든 반지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지 못하면 쪼다다.

잠시 후 길거리에서 폭력배의 똘마니들에게 쫓겨 얻어터진 조성모가 발견된다. 아, 보호본능과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처참한 모습. 신현준은 조성모를 데려와 꾸짖음과 동시에 자신의 연인 최지우를 소개한다. 엄격함과 다감함을 모두 가진 멋진 오빠의 모습이다. 그리고 ‘한때의 행복한 모습’이 등장한다. “불멸의 사랑”에서 이병헌이 피를 흘리고 쓰러졌던 일본의 설경 못지 않게 아름다운 홍콩의 야경이다.

물론 죽음을 넘어선 사랑을 노래하는 발라드의 스토리가 이대로 끝날 수는 없다. 신현준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던 정준호가 신현준을 살해하려고 이를 벅벅가는 모습이 등장하고, 장례식 순서는 조성모가 먼저다. 동생의 사진을 보며 눈물짖던 신현준은 바다 선창가에 가서 포효한 뒤(이때 바람에 날릴까봐 신발 바닥에 테이프를 붙였다고 한다) 원수를 향해 나아간다. 노래는 어느덧 1절을 지나 간주를 넘어 2절로 넘어가고 있고, 가수의 목소리는 힘과 감정으로 가득해진다.

주인공이 비탄에 젖어있는 동안 늘 새로운 사고가 발생하는 공식을 안지키면 안된다. 최지우는 정준호에게 납치된다. 이를 어쩌나. 신현준은 끝장을 보자는 심산으로 아지트에 진입하여 연인을 구하려 하나 되레 자기가 최지우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는 개쪽을 당함과 동시에 최지우를 죽게 만든다. 이 날은 결혼식이자 장례식이다. 노래는 어느새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신현준은 섬세한 손길로 총알로 만든 가락지를 뽑아 연인의 손에 쥐어주면서 오열한다. 이 장면에서 “꼭 쥐고 가… 언젠가 니곁에 가게 되는 날… 그때 내가 너의 손에 끼울께”라는 비장한 열창이 나온다. 음악과 화면은 잠시 정지되는 듯하더니 “나 늦더라도 먼저가”라는 마지막 가사가 낭송되고, 클래식 기타와 오케스트라가 대미를 장식한다. 슬프디 슬픈 선율이 흐른다. 한국의 여인들이여, 이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평생 사랑 한 번 하지 못하고 죽으리!

그나저나 조성모의 뮤직 비디오는 줄초상 비디오다. 김하늘, 이병헌, 조성모, 최지우… 이렇게 멋진 오빠들과 예쁜 언니들 자꾸 죽으면 어떡하나. 다음 번 뮤직 비디오에선 누가 죽을까? 일본, 홍콩 다음에는 어디로 가서 찍을까? (* 이 글은 조성모의 광팬인 모님의 구술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19991001 | 신현준 homey@orgio.net

1/10

[weiv plus] 이정엽: “조성모에 대해 모성 본능같은건 느끼지 않는다. 정말이냐고? 정말이다. 왜냐면 난 남자니까.” (2/10점)

수록곡
1. For Your Soul

2. 傷處(상처)
3. You & I
4. 화살기도
5. Sweet Baby
6. Evergreen
7. Nightmare
8. Love Song
9. You & I (Fast)
10. 야상곡
11. 마지막 일기
12. Rainy Dreams
13. For Your Soul (Video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