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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지 패밀리(Y.G. Family) – Familenium – 양군기획/크림, 1999

 

 

잘 알다시피 지누션, 원타임 등은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양현석이 ‘발굴’하여 ‘키워낸’ 힙합 팀들이다. 따라서 Y.G. 패밀리는 우탱 클랜(Wu-Tang Clan)처럼 대등한 개인들의 결사체라기보다는 닥터 드레(Dr. Dre)나 퍼프 대디(Puff Daddy) 같은 ‘모굴(mogul)’ 프로듀서와 그 ‘식솔들’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전통적으로 흑인 음악은 원래부터 프로듀서의 음악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60년대 걸 그룹(Girl Group)이다. 수프림스(Supremes), 로네츠(Ronnettes), 크리스탈스(Crystals) 등 주옥같은 걸 그룹들은 필 스펙터(Phil Spector) 같은 프로듀서에, 게리 고핀(Gerry Goffin’)이나 캐롤 킹(Carole King) 같은 송라이터에 의한 ‘스튜디오 창조물’이었다. 특히 모타운 레코드의 사장/매니저 베리 고디 주니어(Berry Gordy Jr.)같은 인물은 ‘스벵갈리(svengali)’라고 일컬어질만큼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후에도 퀸시 존스(Quincy Jones) 같은 ‘대부’나 베이비 페이스(Baby Face) 같은 프로듀서 그리고 몇몇 힙합 프로듀서들은 음악적/음악외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산업적, 관습/제도적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의 주류 (댄스) 가요판은 (백인) 록 음악 비즈니스보다는 흑인 음악 비즈니스에 가깝다고 생각해온터라, ‘패밀리’ 형태로 제작된 앨범이 나온 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수만이 H.O.T와 S.E.S를 이끌고 ‘SM 패밀리’라며 폼잡는 건 ‘자세’가 나오지 않기에, ‘양군 패밀리’가 제일 먼저 ‘가족 기념 앨범’을 내는 것도 당연한 수순같다.

Y.G. 패밀리는 닥터 드레와 퍼프 대디에 감화받은 ‘힙합 패밀리’이기도 하지만, 마피아나 주윤발을 동경하는 ‘갱스터 패밀리’ 흉내를 내기도 한다. 소책자를 보니 양현석과 페리를 빼고는 다 장난감 총을 한자루씩 들고 있다. 못봤지만 “우리는 Y.G. 패밀리”의 뮤직 비디오는 홍종호 감독이 홍콩 느와르 식으로 찍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건 그런데 장난감 총을 들고 두서없는 가사를 중얼거리며 “윗동네 새끼들”을 날려버릴 기세다(물론 “전쟁과 평화”의 가사 전체에서는 ‘그러면 안돼’라는 내용이긴 하다). 이런건 그냥 ‘애들 전쟁놀이’로 봐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양현석은 꼭 모든 곡에 끼어들여 랩을 하려고 할까. ‘이 앨범은 양군 패밀리의 앨범이네’라고 도장찍어 확인하듯이 ‘양군’의 혀짧은 랩을(심지어는 노래를) 꼭 집어넣어야 하나. “우리는 Y.G. 패밀리”의 떠들썩한 분위기는 음반이나 뮤비가 아니라 텔레비전 가요 쇼 프로그램을 봐야 ‘제맛’이 날 것같다. 떼거지로 나와서 ‘대형’ 텔레비전 화면(나같은 사람은 대형이 아니면 멤버 구분이 안간다)을 휘저으며 ‘난리법석’을 피울 때만 해도 보기 좋았는데, 막판에 양군 아저씨가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있는 것까지도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입을 열고 랩을 하기 시작할 때쯤 방청객의 반응이 달라지던 걸… 그리 훌륭하지 않은 랩을 구사하는 닥터 드레가 왜 인정받는지를 ‘잠시’ 망각했던 것일까.

두서없이 트집 잡으려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어쨌든 간에 한마디로 딱 짤라 말한다면 이 앨범은 ‘세련되게’ 만들어진 힙합 앨범이다. 특히 힙합의 정형적인 틀을 따르는 양식적인 완성도나 사운드 운용, 특히 랩 실력 등은 크게 나무랄 데가 없다. 어차피 지뉴션이나 원타임 때부터 이어져온 ‘내력’이므로, 너무 화려하고 정신없고 ‘별 생각없이’ 기술적으로 만들어낸 ‘느끼한’ 사운드라는 점을 제쳐둔다면 말이다. 하긴 바로 이런 기름진 사운드가 Y.G. 패밀리의 음악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사운드이기도 하다. 또한 이 떠들썩한 ‘소문난’ 잔치에서 기름진 음식을 챙겨먹을 사람도 많을테니까. 19991001 | 이정엽 evol21@weppy.com

6/10

[weiv plus] 신현준: “‘아프로-아메리칸’ 갱스터주의, 한국형 ‘가족 이기주의’와 만나다.” (7/10점)

수록곡
1. Y.G Millenium Intro
2. 우리는 Y.G.Family – Y.G.FAMILY
3. Y.G.Bounce – JINUSEAN
4. Love / Hate Prelude
5. 서둘러 – 양현석
6. 흑과백 – Y.G.FAMILY
7. Childhood Skit
8. 돈돈돈 – Cash It – 1TYM
9. 전쟁과 평화 – JINUSEAN
10. S T P – PERRY
11. ITYM Attack – 1TYM
12. 세상의 축제 – Y.G.FAM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