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24110702-조PD_2집

조PD – In Stardom Version 2.0  – 크림, 1999

 

 

1998년, 조PD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건 PC 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데뷔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 ’18세 미만 이용 불가’한 가사를 가진 랩 음악이었다는 점, 곡만들기부터 프로듀싱까지 전부 혼자서 해낸 ‘첨단 수공업적’ 자가제작 앨범이었다는 점, ‘얼굴없는 가수’였다는 점, 그리고 센세이션에 적당하게시리 버클리 음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는 점 등등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온 드렁큰 타이거가 1.5세대로서 ‘본토’의 ‘정통’ 힙합을 ‘뻐기듯이’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면, 조PD는 ‘한국적 힙합’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드렁큰 타이거의 현란한 영어 랩이 ‘잘한다’라는 위압감을 주었다면, 조PD의 어눌한 한국어 랩은 ‘재밌다’라는 친근감을 주었다. 조PD의 랩은 리듬을 타고 부드럽게 흘러가기보다는 그저 주절거리듯이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조PD의 접근법이 창조적이었던 것은 바로 운(rhyme)의 활용에 있었다. 운은 대개 리듬감을 만드는 데 사용되지만 조PD의 경우 재미를 만들어내는 구실을 했다. 한국어로 씨름하다가 ‘정통’ 힙합과는 다른 ‘변종’의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또 하나. 조PD의 랩은 ‘나 영어 잘하지’라고 자랑하는 랩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통렬한 풍자로 향했다. 즉 랩의 ‘기술’보다는 아이디어가 전면으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욕설이 난무하는 조PD의 랩/힙합은 모든 것이 전복되는 한판의 ‘카니발’이었다.

어쩌면 데뷔 앨범에 쏟아진 ‘지나친’ 찬사와 논란은 풋내기 뮤지션에게는 과중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조PD의 자랑이 신선한 아이디어와 재치였다는 점은 두 번째 앨범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충격은 거듭되면 효과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욕쟁이로서의 조PD’라는 역할도 포기했으니(언론 보도와는 달리 욕을 ‘전혀’ 안쓴 건 아니지만) 두 번째 앨범에서는 말의 재치가 얼마나 음악의 재치로 전환되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두 번째 앨범에서도 운을 이용한 랩의 재미(“Intro: 나의 라임 연습장”)가 건조한 목소리를 보완하고 있으며, 보다 다양한 스타일을 차용하여 떠들썩한 파티(“Fever”)를 계속해나간다. 영리한 샘플링 (“날 잊어 1”) 또한 여전하다. 다양한 스타일을 통해 음악의 변화를 주었지만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올드스쿨 힙합 중심의 ‘소박한’ 사운드가 일관성을 부여한다. 화려현란한 힙합 사운드 속에서 ‘나도 진지하게 저항한다구’라고 외치는 현실이 한국 주류 가요의 희극이라면, 조PD는 희극을 가장한 음악적 진지함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데뷔 앨범에 비해 확실하게 ‘버전 업’되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음악, 일관되면서도 변화하는 음악, 소박하면서도 힘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조PD에게는 그런걸 요구할 수 있다. 그는 그런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몇 안되는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19991001 | 이정엽 evol21@weppy.com

5/10

[weiv plus] 신현준: “1999년판 사설시조” (7/10점)

수록곡
1. INTRO. 나의 라임 연습장
2. 악동이
3. Fever
4. 날 잊어 2
5. 어른아이
6. Garden in My Mind
7. 카사노바
8. 에피소드 1
9. 돈아돈아
10. 날 잊어 1
11. Flame
12. Dog 소리
13. 2U. Playa Hataz 2
14. 형장의 이슬
15. 카사노바 RM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