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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ng – Brand New Day – A&M/Universal, 1999

 

 

뉴 밀레니엄과 월드 뮤직. 스팅의 신작 [Brand New Day]의 기조는 대충 두 단어로 정리되는 듯하다. 밀레니엄이야 앨범을 관통하는 ‘사랑’이라는 단어만큼이나 닳고 닳았지만, 철옹성같은 영미 커넥션의 틈새에서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월드 뮤직의 잔해라니… 기억력 좋은 사람이라면 이 말을 듣는 순간 전작인 [Mercury Falling]에 실린 보사노바 “Belle Dame Sans Regret” 정도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과감한 월드 뮤직의 도입”이라는 촌평을 비롯하여 새 앨범을 둘러싼 설은 많았고, 혹자는 이를 포르투갈 출신 모 여가수의 인기 — 우리나라에서 외국 음악이 알려지는 막강한 통로인 드라마와 CF를 통해 얻은 — 와 엮어내는 웃지 못할 비약을 하기도 하였다.

그날 강남역 네거리에서 황망해하다 타워 레코드로 피신하듯 들어가지만 않았다면, 그 음반이 정면에 그것도 무더기로 진열되어 있지 않았다면, 거금을 내고 올림픽 공원 내한 공연에 찾아갔던 관성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 과감하다는 월드뮤직의 실체를 확인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변방의 음악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할지 모른다는 용감무쌍한 결론을 내렸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쏟아진 숟한 말의 거품을 걷어낸다면(여기에 순전히 나의 주관적 견해라는 하나마나한 변명을 덧붙이고^^;) 스팅의 이번 신작은 그리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 재지한 감각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스팅 특유의 업템포 곡들은 그의 팬을 배반하지 않을 훅을 지니고 있다. 기타 신디사이저가 이끄는 리프가 인상적인 첫 트랙 “A Thousand Years”는 스팅이 지금까지 지녀온 미덕에 충실한 곡이다. 게다가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사랑,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사랑의 힘을 전파하는 그의 목소리는 가끔은 따듯한 냉소(?)를 보낼 줄 아는 휴머니스트의 면모를 유감 없이 구현하고 있다. 리듬 분할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끼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 어차피 그것도 스팅의 전매특허니까.

물론 알제리 출신 프랑스 가수 셰브 마미(Cheb Mami)와 노래하는 “Desert Rose”와 프랑스어 랩이 등장하는 “Perfect Love… Gone Wrong”은 이색적이다. 하지만 재즈와 팝, 록을 세련되게 버무려내는 스팅 특유의 감각은 쉽사리 ‘낯설음’이라는 감정에 투항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테크노와 애시드 재즈의 감각까지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고 난 뒤에도 느낌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컨트리의 ‘뽕끼’가 느닷없이 등장하다 가스펠로 끝을 맺는 “Fill Her Up”이 가장 튄다면 튀는 곡이라 할 수 있다.

[Brand New day]에 대한 차분한 평가는 누군가 제기했던 “스팅은 여전히 스팅인가?” 라는 물음에서 시작해야 할 듯하다. 물론 답은 아직까지 긍정적이다. 이 앨범은 스팅이 도달한 지점이 어디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절충주의(eclecktic) 팝 뮤지션의 고수’ 정도의 말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절대 비아냥거리는 말이 아니다. 여기에는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운운하는 홍보 카피성 멘트에서부터, 재즈와 록을 거쳤던 그의 음악 경력, 이질적인 음악을 매끈하게 정련해내는 팝적인 감각까지 망라되어 있다.

P.S. 이 음반을 권하고 싶은 사람: 브릿팝, 노이즈록, 힙합, 테크노… 트렌드 따라잡다 이제는 돌아와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고 위안할 거울 앞의 당신, 애초에 트렌드 따위엔 적응할 마음도 없었던 사람, 가을날 고급스런 감상의 B.G.M.이 필요한 사람,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를 가장 멋진 광고 카피라고 생각하는 사람, [Brand New Day]를 들으며 21세기를 열고 싶은 ‘natural born optimist’
권하고 싶지 않은 사람: 위에서 거론한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 19991015 | 박애경 ara21@nownuri.net

5/10

수록곡
1. A Thousand Years
2. Desert Rose (with Cheb Mami)
3. Big Lie, Small World
4. After The Rain Has Fallen
5. Perfect Love…Gone Wrong
6. Tomorrow We’ll See
7. Prelude To The End Of The Game
8. Fill Her Up
9. Ghost Story
10. Brand New Day

관련 사이트
스팅 크로니시티
http://www.stingchronicity.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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