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ff Daddy – Forever – Bad Boy/BMG, 1999 이상한 것은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퍼프 대디의 앨범 [Forever]을 ‘힙합’으로 듣는다면 별로 흥미롭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의 래핑 자체가 아무런 감흥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릴 킴(Lil’ Kim), 버스타 라임스(Busta Rhymes), 제이 지(Jay-Z), 트위스타(Twista), 레드맨(Redman),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 등 빛나는 게스트들을 거느리고 만든 곡들은 떠들썩하기는 하지만 하나같이 따분하다. 나는 그의 화려한 프로듀싱이 힙합/랩과는 충돌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퍼프 대디의 74분짜리 CD를 (두번까지는 아니더라도) 끝까지 듣게 만드는 인내심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그의 기름기 풍부한 프로듀싱이 덜 현란해지는 몇 개의 트랙 때문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런 트랙들은 하나같이 알앤비 가수가 부른 노래들이거나 ‘팝’의 감각이 뛰어난 곡들이다. 예컨대 알앤비 여가수 켈리 프라이스(Kelly Price)가 노래 부른 “I’ll Do This For You”나 최고의 알앤비 프로듀서이자 싱어인 R. 켈리(R. Kelly)가 참여한 “Satisfy You” 같은 곡에서는 퍼프 대디의 ‘기름기’가 그리 느끼하지 않게 들린다. 그렇다면 퍼프 대디의 능력이 발휘되면 발휘될수록 성과는 초라하다는 것일까? 그렇지만 그의 또하나의 능력, 샘플링이 있지 않은가? 곡마다 샘플링이 흐르고 넘치지만, 폴리스의 “Every Breath You Take”의 베이스 라인을 그대로 가져다 썼던 “I’ll Be Missing You”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했는지는 몰라도(그의 ‘자신감’에 비추어보았을 때 그럴 리는 없을 것같지만), 그와 같은 식의 전면적이고 명명백백한 샘플 곡은 없다. 예외는 단 한 곡. 크리스토퍼 크로스의 곡 “Sailing”을 바탕으로 한(단지 샘플링한 정도가 아니라) “Best Friend”는, 전작에서 “I’ll Be Missing You”가 그랬듯이 가장 팝적인 감각이 뛰어난 곡이다. 세련되고 풍부한 사운드, 예상했던 곳에서 튀어나오는 예상했던 악기와 멜로디… 뒷부분에 나오는 가스펠 풍의 코러스 또한 ‘의외’이기는 하지만 ‘경이’롭지는 않다. 그런데 이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이 곡이 어떤 측면에서 보아도 가장 ‘좋은’ 곡이기도 하다. 결국 그는 ‘곡’의 창조자라기보다는 ‘히트곡’의 창조자인 것처럼 보인다. 이는 별로 역설적이지 않다. 퍼프 대디는 가장 고급스럽고 세련된 ‘팝’ 사운드를 만들어내지만, 실은 그 사운드가 가장 기계적인 팝의 히트 공식에 충실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니, 정정하고 싶다. 여기에는 ‘역설’이라는 단어보다는 퍼프 대디의 블랙 홀같은 ‘능력’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19991015 | 이정엽 evol21@weppy.com 4/10 수록곡 1. Forever (Intro) 2. What You Want 3. I’ll Do This For You (feat. Kelly Price) 4. Do You Like It…Do You Want It… (feat. Jay-Z) 5. Satisfy You (feat. R. Kelly) 6. Is This The End (Part Two) (feat. Twisa) 7. I Hear Voices (feat. Carl Thomas) 8. Fake Thugs Dedication (feat. Redman) 9. Diddy Speaks! (Interlude) 10. Angels With Dirty Faces (feat. Bizzy Bone) 11. Gangsta Sh*t (feat. Lil’ Kim & Mark Curry) 12. P.S. 112 (Interlude) 13. Pain (feat. G-Dep) 14. Reverse (feat. Shyne, G-Dep, Cee-Lo, Busta Rhymes & Sauce Money) 15. Real Niggas (feat. the Notorious B.I.G. & Lil’ Kim) 16. Journey Through The Life (feat. Nas, Beanie Sigel, Lil’ Kim & Joe Hooker) 17. Best Friend (feat. Mario Winans) 18. Mad Rapper (Interlude) 19. P.E. 2000 (feat. Hurricane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