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 Waits – Mule Variations – Epitaph/Bay International, 1999 톰 웨이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다. 그 어떤 유행의 영향도 받지 않고 추종자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 그는 모든 논리를 스스로 창조하고 스스로 거부하는 율법학자와 같다. 초기 앨범을 제외하고는 그의 앨범들을 연대기 순으로 배열하여 변화 과정에 주목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또 특정 장르의 계보도 어디에 그를 위치시킬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다만 자신의 세계에 얼마나 충실한지 얼마나 그다운지를 확인할 뿐이다. 물론 그의 세계에 관심이 있다면 말이다. 앨범의 제목처럼 그는 분명 고집불통이고 제멋대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고집불통에는 이유가 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이한 사운드는 첫 곡 “Big in Japan”에서부터 시작된다. 공장의 망치 소리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타악기와 거칠고 일그러진 그의 보컬, 여기에 소울 풍의 관악기들이 결합된 이 곡은 잊혀지지 않는 인상을 남긴다. “Eyeball Kid”는 마치 우리를 밀교 의식이 열리는 곳으로 초대하는 듯하다. 주술적이고 원시적인 타악기와 그의 목소리에 갖가지 샘플이 더해져 이질적이고 낯선 소리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하모니카로 시작하는 “Filipino Box Spring Hog”는 컨트리를 아방가르드적으로 해석한 곡이다. 특히 은유와 수수께끼로 가득한 가사는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한편 “Hold On”은 톰 웨이츠 음악의 한 전형을 이루는 서정적인 발라드 곡으로 일상인들의 삶을 진솔하게 노래하는 차분한 포크 넘버이다. 이 곡이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닮았다면, 좀더 톰 웨이츠다운 곡으로 여섯 번째 트랙 “Cold Water”을 들 수 있다. 울림이 강한 기타와 타악기 소리에 맞춰, 힘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그가 노래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옆엔 차가운 물만 놓여 있고, 경찰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상점 문은 열었으나 가진 돈은 없고, 40와트 전구 불빛으로 성경을 읽으며 먼지를 이불 삼아 사는 부랑아를 노래하는 데엔 그만한 적격자가 없다. 찬송가를 연상시키는 코드 진행과 경건하고 숙연한 분위기로 인해 이 곡은 절박하고 비장하게 들린다. 하지만 “Chocolate Jesus”처럼 여백이 있고 쓸쓸한 곡도 그에 어울린다. 피아노 반주로 노래하는 “Take It With Me”는 그의 자장가이며, “Come On Up To the House>는 그만의 복음성가이다. 그의 음악은 편견으로 가득하다. 앞서 말했듯이 고집스럽고 제멋대로일 뿐 아니라 지극히 미국적이고 백인적이며 기독교적이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그 이면에서 나는 또하나의 보편적인 세계를 본다. 영화 [다운 바이 로]와 [숏 컷]에서 만난 주정뱅이, 낙오자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순간 문득 그에게 손을 내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까닭은. 19991015 | 장호연 ravel52@nownuri.net 7/10 수록곡 1. Big In Japan 2. Lowside Of The Road 3. Hold On 4. Get Behind The Mule 5. House Where Nobody Lives 6. Cold Water 7. Pony 8. What’s He Building? 9. Black Market Baby 10. Eyeball Kid 11. Picture In A Frame 12. Chocolate Jesus 13. Georgia Lee 14. Filipino Box Spring Hog 15. Take It With Me 16. Come On Up To The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