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vinda – Fatum – Fado de Paris & Celluloid/2clips music, 1994/1999 파도(Fado)는 파도(波濤)가 아니다. 정확한 발음은 ‘파두’라고 알고 있다. 축구선수 ‘호나우도’의 정확한 발음이 ‘호나우두’이듯이. 그렇지만 음반에 적혀 있는 대로 읽기로 하자. 파도는 포르투갈의 유서깊은 민속음악이자 이제는 대중음악이 된 음악 스타일의 이름이다(각국의 대중음악에 대한 소개는 곧 연재될 기획물을 기대하시라. 짜자잔~). 하지만 파도는 [파도(波濤)]에 나온다. [파도]는 현재 모 TV에서 인기 방영 중인 드라마 제목이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의 테마곡으로 등장하는 이 곡은 앨범의 5번 트랙으로 수록되어 있다. 절제된 리듬 위에서 기타라(기타), 플루트, 아코디언 등의 악기음이 어울러져 애상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 곡이다. 노래를 부르는 베빈다가 “검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붉은 포도주를 관객에게 전하는 인물”이라는 정보를 접하면 낭만적이고 강렬한 감정이 배가될 것이다. 이런 강렬하고 진실된 감정을 ‘사우다쥐(saudade)’라는 포르투갈어로 부른다는 정보를 접해도 그럴 것이다. 그걸 괜히 민족 감정을 발휘해서 한국인의 ‘한(限)’과 통한다느니 어쩌니 설레발을 칠 필요는 없지만, “으어에에”하는 발음으로 시작되는 첫 번째 트랙에서의 보컬을 들으면 슬픈 감정의 표현이 발달했음을 깨닫기는 어렵지 않다. 이 곡이 ‘어디서 많이 듣던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면 물건은 안 팔리지만 광고는 성공한 모 핸드폰의 CF를 보고는 ‘아하’ 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이 차태현에게 “다쳐”로 말해서 유명해진 그 CF 말이다. 이렇게 희화화시켜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물론 이런 발라드풍(한국이 좋아하는?) 음악만 있는 건 아니다. 2번 트랙 “Fatum(운명)”은 보사노바 비슷한 리듬이, 3번 트랙 “Julia Florista(꽃파는 줄리아)”은 삼바 비스무레한 리듬이, 6번 트랙 “Covlah(빈민촌)”은 플라멩코 리듬이 부각되어 단지 애상만이 아니라 흥겨움도 던지고 있다. 설움에 겨워 흥겹다. 물론 아말리오 로드리게스 외에는 들어본 파도 음악이 없는 관계로 이 음반이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는가는 알 수 없다. 단지 질박했던 로드리게스와 비교해 보면 악기편성도 다양하고, 프로듀싱도 매끄럽다는 인상은 부인할 수 없다. 시간의 간격을 무시한다면, 이 음반의 목표가 단지 이국적 감정을 자아내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 히트(이른바 크로스오버 히트)를 목표로 한 듯하다. 하지만 한국 발매반은 앨범이나 트랙의 제목이 좀 뜬금없다. 음반 뒤에는 “Fado 파도(원제 Au Jardim 정원)”이라고 적혀 있다. 아마도 한국 발매 음반에만 있는 현상일 듯하다. 시비걸다 보니 하나가 더 눈에 보인다. 앨범 제목은 [파도(Fatum)]라고 적혀 있다. ‘드라마 [파도]에 나오는 곡은 앨범 [파도]에 “파도”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다’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다. 어 근데 “파툼”이란 곡은 2번 트랙 제목이고, “파도”는 5번 트랙의 한국어 이름 아닌가. 아무리 ‘타이 업 세일(묶어팔기)’ 전략이라고 해도 되게 헷갈리네. 이때 갑자기 라디오에서 이 음반을 광고했던 문구가 떠오른다. 나레이터는 ‘음악 시 낭송’ 음반도 내서 쏠쏠한 재미를 본 탤런트 언니다. 갑자기 드는 못된 생각. 현재 월드 뮤직 붐(붐이랄 것까지도 없지만서도)은 혹시 전문직업층을 겨냥하여 ‘일은 아메리칸 스타일로 효율적으로 하고, 여가는 유럽 스타일로 즐기자’일까? 19991015 | 신현준 homey@orgio.net 6/10 수록곡 1. Ter Outra Vez 20 Anos 2. Fatum 3. Julia Florista 4. Prece 5. O Jardim 6. Covilha 7. Liberdade 8. Eu Venho D’ai 9. Meu Corpo 10. Maria Vergon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