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 Let’s Go To My Star – HS MEDIA, 1999 이정현의 앨범은 ‘가요 음반’으로서는 괜찮은 음반이다. ‘괜찮은 가요 음반’에 대해서는 별로 평할 게 없다. 괜찮은 밥맛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듯이. 밥먹듯이 음악을 들으면 된다. 그렇지만 ‘테크노 음반’이라는 기대를 안고 음반을 구입한 사람이라면 섭섭해 할 구석이 많다. 잠시 ‘테크노 매니아’가 되어 이 음반을 평해 보자. “이정현의 음악이 테크노라면 “삼바의 여인”도 삼바고, “다함께 차차차”도 차차차고, “청량리 부루스”도 블루스라고 해야 한다(특정인을 비방한 의도는 없다. 또한 그 특정인은 ‘나는 삼바 뮤지션이다’는 식으로 말한 적도 없다). 짤막한 인트로 두 개와 아우트로 하나, 그리고 2번 트랙 “GX-339.4” 정도가 테크노의 미래주의적 느낌을 조금 안겨주고 “Bird”와 “티나세”가 트립합과 유사한 사운드 텍스처를 만들었을 뿐 그 다음부터는 예상을 많이 빗나간다. 계속 기대를 어긋나게 한다. 흥행성을 의식한 “바꿔”와 “와”는 디스코, 하이 에너지(Hi-NRG), 하우스, 유로비트 중의 하나라면 몰라도 ‘진정한’ 테크노와는 좀 번지수가 다르다. ‘빰빠라빰빠라빰빠라빰빠라빠’하는 킥 드럼, ‘빠밤 빰빠바밤 빠 바 바 바’하는 신시사이저 라인, 남녀가 너무나도 유별(有別)한 가사 등등은 ‘X세대 인기가요’와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바꿔”는 박미경이, “와”는 엄정화가 불렀으면 어울릴 ‘가요’다. 앨범 후반부에 수록된 “카르마”는 조금 느린 템포긴 하지만 코요테나 디바가 불렀으면 좋을 곡이고, ‘카르마’라는 단어에 심오한 뜻을 부여했던 사람은 “넌 나에게 정해진 운명이야. 그것을 외면하면 너도 불행해져”라는 가사를 듣고 좀 깰 지도 모르겠다. 시타르(sitar) 소리 비슷한 거나 넣지 말던가(“와” 앞에 들어간 중국 민속악기 비슷한 것도 마찬가지). 마지막에 들어간 “I Love X”는 조 PD의 랩에 이정현이 찬조 출연한 트랙인데, 랩 음악으론 그럴 듯하지만 테크노 앨범에 왜 들어갔는지는 오리무중이다. “Trance”라는 트랙을 듣고 트랜스 상태에 빠지려면 수백번은 반복해서 들어야 할 듯하다. 또한 이미 정형화된 장르 이름을 특정 곡의 제목으로 붙이는 건 삼갔으면 좋겠다. 이것만 듣고 ‘트랜스란 이런 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이런 비판마저 이제는 진부하다고? 그렇다고 해도 ‘테크노 신동’, ‘여자 서태지’라는 수사는 삼갔으면 좋겠다. ‘한국형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만 확인하면 그만이다. 잘나가는 젊은 애들 시기하는 게 음악 평론은 아니니까. 그래도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도 한마디. 영화 감독 장모씨가 발탁해서 스타덤에 오른 인물들은 영화 찍다가 감독의 선정주의가 체화된 모양이다. 더 진부한가? 19991027 | 신현준 homey@orgio.net 3/10 수록곡 1. 00001 2. GX 339-4 3. BIRD 4. 바꿔 5. 와 6. 00001.5 7. CA TIENT MOI 8. 티나세 9. 충격 10. TRANCE 11. 카르마 12. I LOVE X 13. 00002